[편집자주]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이후 사실상 멈춰진 상태다. 합병 과정에서 불거진 부정회계 혐의로 최근 10년 동안 고생을 해온 삼성과 이재용 회장은 최근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하는 이재명 정부가 탄생하면서 삼성이 다시 거버넌스를 재정비할 시기를 맞이했다. 10여년 만에 다시 진행될 지배구조 개편을 앞두고 필드뉴스가 여러 쟁점과 시나리오를 살펴본다.
[필드뉴스 = 윤동 기자] 보험업법 일부 개정안의 통과 가능성을 고려할 때 핵심 자산인 삼성전자에 대한 이재용 회장 등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오너 일가와 계열사들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보통주 기준 20% 가량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보험업법 개정으로 삼성생명·화재가 대규모 지분을 매각하게 된다면 지배력이 10% 초반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상황이 이렇자 재계에서는 삼성이 전자의 지배력 유지를 위해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회장과 삼성이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등 소송으로 사실상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중단했던 최근 10여년 동안 헛되이 시간을 보내지 않고 바이오로직스라는 해결책을 마련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생명·화재는 31조원 이상 규모의 지분(8월 20일 종가 기준)을 매각해야 한다. 이는 전자에 대한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크게 약화시켜 자칫 그룹 전체의 지배구조를 뒤흔들 수 있다.
삼성 지배구조의 기본 축은 이 회장이 지분 19.76%로 물산을 지배하고, 물산이 일종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며 생명(19.3%), 전자(5%), 바이오로직스(43.1%) 등을 지배하는 구조다. 이 중 특히 약한 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보조해주는 것이 생명(8.51%)과 화재(1.49%)다.
이 같은 상황에서 생명·화재가 전자 주식을 외부에 대거 매각하면 삼성그룹의 지배력 자체가 단숨에 약화될 수밖에 없다. 전자에 대한 지배력이 약화된 빈틈을 노린 글로벌 헤지펀드 등이 지분을 매집해 경영권을 흔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회장은 물론 삼성에게 있어서도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를 감안할 때 매각을 하더라도 외부가 아닌 그룹 내부에서 매수자를 찾아야 한다. 현재 가장 유력한 매수자는 지주사 역할을 맡고 있는 물산이다. 이는 삼성 내부에서 이미 지속적으로 논의돼 왔던 방안이기도 하다.
실제 지난 2012년 12월경 삼성 미래전략실(미전실)에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그룹지배구조 개선방안 검토' 보고서를 살펴보면 이 같은 보험업법 개정 통과에 대한 대책이 명시돼 있다. 해당 문건은 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후 생명이 보유한 전자의 지분을 물산이 매입하는 방안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문건이 작성된 후 삼성은 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추진했으며, 국정 농단 사건과 연루돼 부당 합병 논란이 불거져 최근까지는 10년 동안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지난달 부당 합병 관련해서 이 회장 등이 무죄 판결을 받은 만큼 해당 문건의 이후 계획도 실행해 옮길 수 있게 됐다.
다만 문제는 실탄이다. 최근 20여년 동안 전자의 주가가 크게 상승한 만큼 생명이 보유한 전자 지분을 매입할 만한 자산을 물산이 보유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이에 재계에서는 물산이 보유한 바이오로직스 지분이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삼성은 지난 5월 물산·제일모직 합병 후 10년 만에 지배구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을 결정하기도 했다. 바이오로직스는 지난 5월 인적분할을 통해 삼성에피스홀딩스를 설립했다.
바이오로직스 측에서는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DMO)과 바이오시밀러(복제약)·신약 부문을 완전히 분리해 위탁생산 고객과 신약 등에서 경쟁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분할을 단행했을 뿐 지배구조와 무관한 사안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향후 바이오로직스와 에피스홀딩스 지분은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중요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수단이 될 수 있어 주목 받고 있다. 이는 바이오로직스의 주가가 72조3840억원으로 적지 않은 규모인 덕이다.
이는 바이오로직스가 2011년에 설립돼 14년 만에 거둔 성과다. 최근 10여년 동안 삼성이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중단한 상황에서도 바이오로직스가 꾸준히 성장한 결과 그룹에 해결 방안을 마련해 줄 수 있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멈춘 10년 동안 물 밑에서 바이오로직스라는 해결 방안을 육성하고 있었다"며 "바이오로직스 덕에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서 삼성이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의 수가 크게 늘어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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