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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세]'7세고시 금지'라는 허상

머니투데이 정인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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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13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한 어린이가 학원으로 등원하고 있다.   2025.03.13.   /사진=김근수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13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한 어린이가 학원으로 등원하고 있다. 2025.03.13. /사진=김근수


"ABC도 모르는 학생과 영어로 책을 읽을 수 있는 학생을 같은 교실에 두고 가르치라는 걸까요? 수준에 맞지 않는 수업을 받는게 더 힘들텐데요."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초등학교 영어학원 입학시험(레벨테스트)인 이른바 '7세 고시'를 금지하는 법령이나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자 한 영어학원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레벨테스트의 대안으로는 선착순, 추첨 등이 거론된다.

7세 고시는 영유아영어학원 종일반(영어유치원)을 졸업하거나 비등한 영어 수준을 가진 아이들이 초등학교 1학년 때 다닐 영어학원을 고르기 위해 7세 9~10월에 응시하는 학원시험을 말한다. 일부는 '대치동 빅3·빅5' 식으로 과열 양상을 보이기도 하지만, 초등학교 1학년이 장거리 통원을 하긴 어렵기 때문에 애초에 대치동 학원을 다닐 수 있는 아이들은 근교 거주 학생들로 한정된다. 한 반당 교습인원은 초등학교 저학년 특성상 보통 8~10명으로, 한 학원에서도 여러 레벨과 학년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수요 대비 공급이 적어 경쟁이 치열한 것처럼 비춰지지만 보편적인 현상으로 보긴 어렵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초반에 한명이 여러학원에 응시하기 때문에 경쟁률이 높아보일 뿐, 학원 등록이 완료되는 12월엔 빈자리가 속출한다'며 '7세 고시에 목 맬 필요가 없다'는 말이 나온다.

오히려 레벨테스트 없이 학생 수준보다 높거나 낮은 반으로 편성돼 중간에 반을 바꿔야 할 경우 교재를 다시 사야 하는데다 하원시간이 맞는 학원을 다시 찾아야 하는 혼란이 일어난다. 인권위의 의도는 '과도한 사교육 경쟁 지양'이겠지만 소수의 사례를 규제하기 위해 교육부가 전국 지침을 만들기엔 여파가 너무 크다.

학원만 규제한다고 능사가 아니다. 어린이 영어 사교육 시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부모인 1980~1990년대생을 이해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1988년생부터 초등학교 3학년 때 영어를 배웠다. 이들이 대학생이 된 2000년대 중후반에는 각 대학이 글로벌화를 지향하며 영어로 진행하는 전공 강좌를 늘리고, 교환학생, 방문학생, 워킹홀리데이 등 20대에 해외 경험을 키우도록 독려했다. 1995년 호주와 워킹홀리데이 비자 협정이 체결된 뒤 관련 비자로 호주에 입국한 한국인은 2000년 1800명에 불과했지만, 2009년에는 4만명에 육박해 영국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 국외 한국인 유학생(학위·연수 합산)은 약 15만명에서 2011년 25만명으로 1.7배가 뛰었다. 대학교 졸업 및 입사 지원 자격에 토익 800~900점 이상 제한이 걸린 것도 이 시기다.

현행과 같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공교육에서 영어를 배웠지만, 사회가 요구하는 높은 영어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각종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했던 세대가 이제 부모가 된 셈이다. 그리고 사회인이 된 이들은 기업의 세계 진출을 보며 영어가 강력한 경쟁력이라고 체감한다. 7세고시를 금지한다고 해서 영어 사교육시장이 줄어들 것이라는 것은 너무 단순한 논리가 아닐까.

정인지 기자 inj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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