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스페셜 제품 3종 이미지. 농심 제공 |
국내 기업들이 산리오·도라에몽 등 해외 인기 캐릭터와 손잡고 성공적으로 협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정작 한국 콘텐츠 지적재산권(IP)는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제작위원회 시스템, 미국의 텐트폴(Tentpole) 무비처럼 체계적인 미디어믹스(Media Mix) 전략과 장기적 금융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국내기업과 케데헌·산리오 협업 활발
매머드커피가 도라에몽과 협업해 출시한 메모보드·자석 세트와 대형 텀블러. 양지훈 인턴기자 |
29일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농심과 삼성전자가 가장 먼저 캐릭터 협업에 나섰다. 농심은 신라면·새우깡·신라면 툼바 소스 포장에 케데헌 캐릭터를 넣고 글로벌 팬 대상 마케팅에 나섰고, 삼성전자는 갤럭시 스토어에서 케데헌 캐릭터 배경화면 10종과 스페셜 테마를 한 달간 무료 배포했다.
식품·유통·뷰티업계는 일본 캐릭터와의 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컴포즈커피·이디야커피·매머드커피는 산리오와 도라에몽 캐릭터를 앞세운 여름 시즌 음료와 굿즈를 내놨다. 랜덤 마그넷·아크릴 키링·보냉백 등 굿즈를 함께 판매하며 '한정판 효과'를 노렸다는 분석이다.
오설록이 헬로키티와 손잡고 선보인 콜드브루 전용 티 세트. 양지훈 인턴기자 |
CJ올리브영은 전국 약 1400개 매장과 32개 입점 브랜드를 통해 산리오 캐릭터가 입혀진 200여 종 상품을 판매 중이다. 여기서 오설록은 헬로키티, 티젠은 마이멜로디를 상품에 적용했고, 유시몰 치약은 쿠로미 캐릭터를 입혔다. 모두 일본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캐릭터이다.
화장품 브랜드 모레모와 코스노리는 각각 미피·핑구와 협업해 단독 라인업을 꾸렸다. 토니모리는 미국 인기 캐릭터 '스퀴시멜로우'를 활용해 북미 화장품 전시회 부스를 운영했다.
하지만 '반짝 흥행'…미·일은 미디어믹스로 수익 다변화
유시몰이 마이멜로디를 적용한 한정판 화이트닝 치약 패키지. 양지훈 인턴기자 |
그러나 정작 한국 IP는 해외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글로벌 흥행을 거둔 '케데헌'과 '오징어게임'조차 국내 제작사에 저작권 수익이 고스란히 돌아가진 않는다. 넷플릭스가 제작·배급·라이선스 권리를 독점하는 계약 구조 때문이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25년 7월 기준 한국 지재권 수출 비중은 1.1%로, 미국(4.4%)과 일본(5.6%)에 크게 못 미쳤다.
이는 원천 IP와 미디어믹스를 잇는 고리가 끊겨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미디어믹스란, 원작의 세계관과 캐릭터를 여러 산업으로 확장해서, 팬덤을 넓히고 수익원을 다변화하는 콘텐츠 사업 전략이다.
코스노리가 핑구 캐릭터를 활용해 구성한 속눈썹 영양제·아이라이너 한정판 세트. 양지훈 인턴기자 |
반면, 일본은 일찌감치 만화·소설 IP를 애니메이션, 극장판, 게임, 상품으로 확장하는 '미디어믹스' 구조가 정착했다. 출판·방송·영화·음반·광고·완구 기업이 공동 출자하는 제작위원회 시스템도 갖춰 위험을 분산했다. '원피스', '귀멸의 칼날', '스파이 패밀리' 같은 글로벌 히트작이 이 틀 속에서 탄생했다.
미국은 자본·기술력을 바탕으로 대규모 흥행작을 중심에 세우는 '텐트폴 무비' 전략을 정착시켰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누적 324억 달러를 넘겼고, 워너브라더스의 '바비'는 제작비·마케팅비 3억 달러를 투입해 개봉 3주 만에 10억 달러 흥행을 기록했다. 이후 인형·의류 등 협업 상품으로 14억 달러 수익을 올렸다. 한 영화가 스튜디오 전체 수익 구조를 떠받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영화 한 편이 굿즈·게임·테마파크로 확장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 반면, 한국은 여전히 '반짝 흥행'에 그친다"고 말했다.
모레모가 미피와 협업해 내놓은 헤어 케어 제품 라인업. 양지훈 인턴기자 |
전문가들은 한국 콘텐츠 산업의 미디어믹스 전략이 K팝과 웹콘텐츠에 편중돼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 강경남 연구위원은 "국내 금융지원은 단기 제작비에 치중돼 장기 회수가 어려운 IP 산업 특성과 맞지 않는다"며 "제작사·플랫폼·굿즈사가 공동 참여하는 한국형 제작위원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대 경영학과 유병준 교수도 "게임업계도 결국 IP 사업이 핵심이라는 점은 공감하지만, 창작자·개발자·제작자가 협력할 수 있는 체계가 부족하다"면서, 결국 수익 창출로까지 이어지려면 원천 IP를 활용한 체계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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