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기업은 피곤하고 서럽다. 지난 15일, 모 대기업 회장이 하품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광화문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의 국민 임명식 자리였다. 그 회장은 미국에서 그날 돌아왔다. 피로를 풀 새도 없이 참석했지만, 하품 하나로 빛이 바랬다. 불경죄로 찍힐까 걱정도 했을 것이다. 하품은 자연스러운 생리 작용이다. 하지만 이 나라에서는 하품의 의미가 이렇게 엄중하다.
윤석열 전 대통령 때는 대기업 총수들이 무리 지어 부산 깡통시장에 갔다. 그러곤 대통령 앞에서 두 손을 얌전히 모으고 떡볶이를 먹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대통령님, 잘 먹겠습니다”라는 인사까지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친절하게 자기가 먹던 젓가락으로 이 회장 등에게 빈대떡 한 쪽씩 얹어 줬다. 이 회장은 어묵 국물까지 맛있게 먹었다. 2030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프랑스 파리를 방문했을 때도 윤 전 대통령은 기업인들에게 폭탄주를 돌렸다. 일부는 술을 이기지 못해 구토까지 했다.
최순실씨가 관여한 미르·K스포츠재단에 774억원이나 출연한 기업인들은 국정조사 청문회에 줄줄이 불려 나가 혼쭐이 났다. 이들은 “기업별로 할당을 받은 만큼 낸 것(최태원 SK그룹 회장)”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 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는 현실(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이라고 읍소했다. 대한항공을 세계적 기업으로 키운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은 문재인 정부 때 사전 구속영장이 5번이나 신청되고, 18번 압수 수색을 당하고, 국민연금에 경영권을 빼앗긴 뒤 갑자기 지병이 악화돼 세상을 떴다.
윤석열 전 대통령 때는 대기업 총수들이 무리 지어 부산 깡통시장에 갔다. 그러곤 대통령 앞에서 두 손을 얌전히 모으고 떡볶이를 먹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대통령님, 잘 먹겠습니다”라는 인사까지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친절하게 자기가 먹던 젓가락으로 이 회장 등에게 빈대떡 한 쪽씩 얹어 줬다. 이 회장은 어묵 국물까지 맛있게 먹었다. 2030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프랑스 파리를 방문했을 때도 윤 전 대통령은 기업인들에게 폭탄주를 돌렸다. 일부는 술을 이기지 못해 구토까지 했다.
최순실씨가 관여한 미르·K스포츠재단에 774억원이나 출연한 기업인들은 국정조사 청문회에 줄줄이 불려 나가 혼쭐이 났다. 이들은 “기업별로 할당을 받은 만큼 낸 것(최태원 SK그룹 회장)”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 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는 현실(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이라고 읍소했다. 대한항공을 세계적 기업으로 키운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은 문재인 정부 때 사전 구속영장이 5번이나 신청되고, 18번 압수 수색을 당하고, 국민연금에 경영권을 빼앗긴 뒤 갑자기 지병이 악화돼 세상을 떴다.
미국은 사정이 다르다. 2013년 빌 게이츠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나 왼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은 채 악수했다. 우리 기업인이 그랬으면? 상상이 안 간다. 일론 머스크의 어린 아들은 트럼프 미 대통령 집무실 ‘결단의 책상’에 코딱지까지 묻혔다. 책상은 교체됐지만, 이 ‘특별한 선물’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머스크와 트럼프의 브로맨스는 유명하다. 하지만 머스크는 트럼프의 감세 법안에 대해 “역겹고 혐오스럽다” “트럼프는 탄핵당해 마땅하다”고까지 비판했다. 트럼프는 격노했지만 둘은 휴전했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머스크가 트럼프 앞에서 하품을 참을 이유는 없다.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서는 걱정이 많았다. 그러나 시작이 좋았다. “기업이 잘돼야 나라가 잘된다” “정부가 기업에 뭘 해 줄 수 있을까,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했다. 취임사에서는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를 표방했다. 하지만 SPC 근로자가 사망하자, 공장을 찾아가 임원진을 죄인처럼 질책했다. 포스코이앤씨에 대해서는 “미필적 고의(故意)에 의한 살인”이라며 면허 취소까지 검토하라고 초강경 발언을 내뱉었다.
한국 산업 안전 수준은 2021년 기준 OECD 38국 중 34위로 열악하다. 각성해야 한다. 그러나 위험이 큰 제조업 비율이 높은 탓도 있다. 제조업은 일자리 만들기 일등 공신이다. 그런데도 기업인을 탐욕스러운 수전노로 취급하는 것은 불공평하다. 정치적 의도가 끼면 사악하다. 정치 앞에 서면 한없이 쪼그라드는 기업을 희생양으로 삼기 때문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전국 현장 103곳 공사를 중단했다. 그 수만 명의 일자리는 누가 책임지나?
더불어민주당은 ‘기업 옥죄기 3법’을 몰아붙이고 있다. 24일에는 소위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청 기업 노조가 원청 기업 상대로 교섭·파업을 할 수 있게 했고, ‘경영상 결정’도 노동쟁의 대상이다.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도 제한했다. 파업이 급증하고, 기업은 결정 장애에 시달릴 게 뻔하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역사적 과업이라고 자찬했다. 하지만 손경식 한국경총 회장은 “누가 한국에 투자하겠나. 결과는 기업 엑소더스”라고 전망했다. 외국 기업 중 13%가 한국을 떠날 계획이라는 조사도 나왔다.
기업은 악의 화신인가?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대부업자 샤일록은 ‘돈밖에 모르는 자’로 멸시받고, 남의 침 세례를 받는 게 일상이다. 돈만큼 모든 사람이 사랑하면서 혐오하는 것도 드물다. 기업 악마론을 이론적으로 완성한 게 마르크스다. 그는 자본이란 노동을 빨아먹고 사는 흡혈귀며, 자본 없는 세상이 궁극의 유토피아라고 역설했다. 지식인들이 열광했다. 그래서 자본이 사라진 세상이 어떻게 됐나? 빈곤과 억압, 전체주의만 남았을 뿐이다. 20세기 공산주의 역사가 입증한다. 기업은 단지 물건을 만들고, 돈만 버는 곳이 아니다.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기업은 자유 사회의 원천이자, 두꺼운 중산층을 만드는 민주주의의 보루이기도 하다. 기업 없이는 빵도, 자유도 없다. 오늘날 대한민국이 그 대표적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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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영남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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