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무기력한 시대를 마주한 일본 청년들의 현실을 꼬집는다.[사진 | 연합뉴스] |
지금 일본 청년들이 마주한 현실은 답답하다. '잃어버린 30년'의 저성장과 불평등, 엔저 정책과 자산 양극화, 줄어드는 내수 시장과 활력 잃은 기업, 고령 인구 증가와 청년에게 전가되는 사회 부담, 집값 상승과 낮은 임금 등 수많은 문제가 그들을 짓누르고 있다.
"일본 청년들은 더 이상 자신의 나라에서 미래를 계획하려 하지 않는다." 신간 「엑소더스 재팬」은 무너지고 있는 일본 청년들의 현실을 이야기한다. '모두가 중산층'을 선언했던 거품경제 시대와 달리 '격차사회'로 바뀐 지금의 일본을 꼬집으며, 청년들의 탈출기를 따라간다.
KBS PD인 저자는 지난해 '일본에서의 대탈출을 꿈꾸는 청년들' 모습을 다큐멘터리로 그려내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이 책은 저자가 도쿄 특파원으로 근무하며 만난 일본 청년들의 사례를 토대로, 방송에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일본은 선진국 중 가장 먼저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를 겪으며 인구 감소 시대에 접어들었다. 청년들이 떠난 지방은 '소멸'이란 단어가 더 이상 비유가 아닌 현실이 되고 있으며, 이는 곧 지방의 붕괴가 국가 전체의 균형을 무너뜨릴지 모른다는 위기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연금·의료·지역 정치 참여 등 사회 전반은 고령층 중심으로 고착화하고, 청년세대가 감당해야 할 부담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저자는 이런 사회 변화에 기성세대가 침묵하자 청년들이 탈출을 선택했다고 말한다. "청년세대들은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순응하지 않고, 자신의 생존을 위해 두가지 방법으로 '거부'하기 시작했다"며 이렇게 설명한다.
"첫번째 부류는 욕망을 줄이고 소확행을 추구한다. 연애와 결혼, 출산의 고리를 끊고, 낮은 임금과 과도한 노동을 강요하는 기업 문화를 거부한다. 대신 프리터(프리랜서+아르바이트)로 살아가며, 적게 벌고 적게 쓰는 삶 속에서 소소한 행복에 만족하는 길을 택한다."
두번째 부류는 일본에서의 꿈을 거부하고 '일본 탈출'을 적극 시도한다. 이들은 사회에 진입하면 바로 '언더클래스(하층민)'가 되는 현실을 거부하고, 임금이 높은 선진국이나 성장 가능성이 있는 동남아 국가들로 눈을 돌리고 있다.
초밥 제조 기술을 배워 베트남에서 창업하거나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 캐나다와 호주에서 일자리를 구한다. 저자는 "그렇게 일본 청년들의 조용한 탈출이 시작됐다"고 주장한다.
일본 청년 문제는 지금 우리나라 청년들이 마주한 문제와 흡사하다. 그들이 우리보다 빨리 겪기 시작했고 우리보다 좀 더 심화했을 뿐이다. 저자는 청년들의 탈출이 가속화하는 일본의 현재가 한국의 미래가 돼선 안 된다고 경고한다. 일본 청년세대의 탈출기를 통해 지금 한국 청년들에게, 그리고 다음 세대에게 한국경제와 삶의 방향을 새로이 설정하라고 말한다.
과연 한국은 일본과 얼마나 다른가. 청년이 미래를 설계할 수 없는 사회에 희망은 가능한가. 일본을 반면교사 삼았던 우리는, 이제 일본을 닮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저자는 더 늦기 전에 우리는 과연 일본과 다른 미래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지, 청년에게 무엇을 남길 것인지.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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