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한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가 지난달 2일 수사를 개시하고 서울 서초구 서초한샘빌딩에 마련된 특검 사무실에서 현판식을 하러 나오고 있다. 정효진 기자 |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의 1차 수사기간(60일)이 오는 30일 종료된다. 실체가 불분명했던 ‘VIP(윤석열 전 대통령) 격노설’과 채 상병 순직을 둘러싼 수사외압의 흐름을 구체화한 점이 성과로 꼽힌다. 이른바 ‘임성근 구명로비 의혹’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도피성 주호주대사 임명 논란이라는 큰 과제는 남아있다. 특검팀은 수사 막바지에 윤석열 전 대통령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1호 수사대상’ 과실치사 사건 결론은?…채상병 순직 당일 재구성
특검팀의 ‘1호 처분 사건’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사건이 유력하다. 임 전 사단장은 채 상병을 죽음으로 내몬 2023년 7월 경북 예천군 내성천 수중 수색작전을 지시한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팀은 최근까지 그를 세 차례 불러 조사했다. 채 상병과 같은 현장에 있던 생존병사, ‘허리 아래까지 들어가라’는 지침을 하달한 최진규 전 해병대 포11대대장 등 지휘관들에 대한 조사도 상당수 마쳤다.
내성천을 직접 방문해 채 상병이 숨진 당일을 재구성하는 작업까지 마무리한 특검팀은 순직의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 수 있을지 특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정민영 특검보는 최근 브리핑에서 “사건의 당사자가 워낙 많아 책임 소재를 어느 정도까지 물을 수 있을지가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격노” 확인한 특검…‘수사외압 정점’ 윤석열 향한다
채 상병 특검 수사 60일간 성과와 남은 과제 |
특검팀은 두 달간 수사에서 VIP 격노로 시작된 수사외압 의혹의 실체를 밝혔다. 해병대 수사단의 채 상병 사건 초동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윤 전 대통령이 격노한 후 국방부를 중심으로 혐의자 축소 움직임이 일었다는 것이 골자다. 이 과정에서 임 전 사단장이 혐의자에서 제외됐다.
수사 초반부터 ‘VIP 격노 당일’로 알려진 2023년 7월31일 대통령실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 재구성에 집중한 특검팀은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을 시작으로 당시 참석자들을 줄소환해 격노설이 사실이라고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과 임기훈 전 안보실 국방비서관 등을 통해서는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장관을 질책한 정황도 확인했다. 특검은 관련자 조사를 모두 마친 시점에 윤 전 대통령을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국방부 등 ‘윗선’이 채 상병 사망사건 기록 재검토 과정에 꾸준히 압력을 행사한 정황도 확인했다. 국방부 조사본부 지휘부는 이 전 장관의 핵심 참모인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이 집요하게 연락해 ‘혐의자 축소’를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임 전 사단장도 혐의가 있다’는 내부 의견과는 다른 결론을 내야 했다고도 했다. 특검은 남은 수사에서 2023년 7~8월의 외압 정황이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시작된 것인지 규명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대통령은 왜 ‘임성근 혐의’ 보고 격노했나…‘구명 로비’ 실체 파악이 관건
극동방송 이사장 김장환 목사. 경향신문 자료사진 |
임 전 사단장 ‘구명로비 의혹’ 규명이 향후 수사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당시 김건희 여사와 친분을 쌓은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김 여사 등을 통해 ‘임 전 사단장이 처벌받지 않게 해달라’고 청탁했다고 의심한다.
정치권 및 개신교계 주요 인사들의 개입 가능성도 들여다보고 있다. 극동방송 이사장인 김장환 목사와 해병대 1사단 군종실장을 지낸 백모 목사,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 고석 변호사(전 군사법원장) 등이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특검은 이들의 2023년 7~8월 통화 내역을 확보했다. 특검은 임 전 사단장 부부도 개신교 인사 등을 통해 윤 전 대통령 측에 구명을 청탁했다고 의심한다. 압수물 분석을 마무리한 특검은 조만간 김 목사 등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이종섭 ‘도피출국 의혹’, 인권위의 ‘박정훈 긴급구제 기각’…남은 의혹 수사 산적
국방부 장관 재직 시절 채 상병 사건 수사 과정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공수처에 피의자로 입건됐다가 출국한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지난해 3월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
이 전 장관의 ‘도피성 주호주대사 임명 논란’ 수사도 입증해야 할 주요 과제다. 특검은 법무·외교부 실무자들을 조사하면서 ‘이 전 장관에 대한 인사 검증이 졸속으로 진행됐고, 이 전 장관 출국금지 해제 심사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심우정 전 검찰총장(당시 법무부 차관)의 지시로 진행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특검은 조만간 이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 및 출국 과정에 연루된 박 전 장관과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 이노공 전 법무부 차관, 심 전 총장 등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이 전 장관을 피의자로 입건했던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가 출국금지 해제 과정에 사실상 협조해줬다는 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 대한 긴급구제 안건을 기각한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수사도 시작됐다. 김 위원은 2023년 8월 채 상병 사건에 대한 국방부의 수사 외압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가 이 전 장관과 통화한 뒤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다음주부터 안건 심의에 참여한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하면서 당시 인권위가 기각 결정을 내린 경위와, 결정 절차를 위반한 정황은 없었는지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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