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러-인도-중국 강력 결속
경제·안보 트럼프 압박에 질린 印
특유의 유연외교로 러·중과 신밀월
“美, 반식민 정서 건드렸다” 평가도
경제·안보 트럼프 압박에 질린 印
특유의 유연외교로 러·중과 신밀월
“美, 반식민 정서 건드렸다” 평가도
2016년 브릭스 정상회의 주최국인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을 환대하고 있다. |
트럼프 우격다짐 외교에 ‘RIC 연대’가 다음 주 본격 부활합니다.
RIC는 ‘러시아-인도-중국’의 영문 앞머리를 딴 조어로,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반발한 3개국의 세력 연대를 뜻합니다.
요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러시아와 중국에 초밀착 행보를 보이면서 역사적인 RIC 연대 조짐이 보이는 것이죠.
그 연대의 힘을 보여주는 무대가 오는 31일 중국 톈진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입니다. 이곳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모디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어깨를 나란히 하며 상호 결속을 과시하게 됩니다.
외교 전문 매체인 포린폴리시(FP)는 27일(현지시간) 트럼프 2기의 일방주의 외교 정책이 20여년 만에 RIC 연대를 수면 위로 부상시켰다며 그 위세가 심상치 않다고 경고합니다.
지난 1990년대에 첫 등장한 RIC 그룹의 연대는 대체로 미국과 서방 세계가 인권을 이유로 공격하는 데 맞서 국가 주권을 보호하기 위한 결속의 성격이었습니다.
이후 인도가 글로벌 자유무역과 민주주의 질서에 합류하면서 유명무실해진 RIC 그룹이 트럼프 2기 출범과 함께 역사적인 결속력을 보일 조짐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 러시아 압박 수단이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이 엉뚱하게 인도의 팔을 비틀자 악소리를 낸 인도가 서둘러 러시아와 중국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이죠.
러시아 원유를 저렴하게 구매해 막대한 이윤을 보는 인도의 행태를 범죄 행위로 취급하는 미국은 최근 50%에 이르는 징벌적 관세를 발효했습니다.
다른 나라 정상들 같으면 미국과 교역 관계 때문에 꼬리를 내리고 대안을 내놓았을 텐데 모디 총리는 강 대 강 대치 국면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놀랍게도 26일 독일 유력 일긴지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통은 모디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 요청을 최근 몇 주간 4차례 이상 거부했다고 합니다. 이 매체는 “지금까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관세 분쟁에서 모든 상대편을 박살 내왔으나 인도를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고 쓰고 있습니다.
6개월 전엔 화기애애했던 모디-트럼프 =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지난 2월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며 악수를 나누고 있다. <백악관 영상 캡처> |
포린폴리시 기고에서 RIC 연대 부활 움직임을 경고한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치에티그 바즈패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우격다짐 압박이 과거 영국으로부터 핍박받은 인도의 반식민지 정서를 자극한 것으로 봅니다.
그는 “반식민지 정서가 잘 자리 잡은 국가에서는 여론이 어느 한 국가의 주권이나 지위가 도전받고 있다는 징후에 매우 민감하다”라고 꼬집습니다.
최근 인도와 파키스탄 간 국경 분쟁이 터지자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를 ‘죽은 경제’(dead economy)라고 폄훼하며 대러시아 원유 구매를 이유로 50%의 폭탄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이런 일련의 행위가 모디 총리에게 씻을 수 없는 모욕을 줬다는 평가입니다.
비록 이달 말 상하이협력회의에서 모디 총리가 러시아, 중국과 획기적인 관계 개선을 도모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RIC 그룹 간 연대를 강화하는 분명한 동인이 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특히나 러시아는 예전부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파키스탄과 카슈미르 분쟁 관련 적대적 결의안이 올라올 때 러시아의 거부권을 방패막이로 활용해왔습니다.
반면 지난 5월 인도와 파키스탄 간 군사 충돌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중재로 휴전이 이뤄졌다고 자랑했지만 모디 총리는 미국이 파키스탄의 긴급 요청을 받아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화자찬한 휴전이 이뤄지고 6월 파키스탄은 정부는 “지역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점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략적 통찰력과 뛰어난 지도력을 발휘했다”고 발표합니다. 이를 근거로 파키스탄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고 전했습니다.
러시아와 중국을 향해 달려가는 모디 총리의 행보에 적잖은 분노가 감지됩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애슐리 텔리스 선임연구원은 블룸버그통신에 “트럼프는 정말 위대한 평화의 중재자다. 인도와 중국 사이 화해 움직임을 촉진한 공로는 모두 그의 몫이다”라고 냉소적으로 비판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를 적으로 취급함으로써 이런 엄청난 현상변경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음주 중국에서 역대급 세를 과시할 RIC 그룹은 비단 대미 관계 뿐 아니라 향후 3년 간 우크라이나 전쟁 출구전략 및 한반도(남북 및 남북미 정상회담), 인도태평양 안보 질서 등 세계 곳곳에서 격변을 일으킬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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