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건설노동조합원이 지난 7월29일 서울 종로구 국정기획위원회 앞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김창길 기자 |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나타나는 극단적인 여름 기상 패턴이 내년에도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상전문가들은 폭염과 수해가 동시에 나타나는 양상이 기후변화 속 새로운 여름 기후로 자리 잡을 것이라 내다봤다.
올여름 폭염의 주범은 한반도를 따로 또 같이 덮은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으로 지목됐다. 일찍이 지난 6월 말부터 고온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과 고온건조한 티베트고기압이 이중으로 한반도를 덮으며 외부로 열이 빠져나가지 못하는 가운데 전국에 폭염이 강하게 발생했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북태평양고기압 점점 강해지는 것에는 해수면 온도 상승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티베트고기압도 마찬가지로 중국 내륙지역의 기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인도양의 해수면 온도가 오르면서 강해졌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로 뜨거워진 지표면과 바다가 보다 이르고 강한 폭염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북쪽에서 자주 유입된 찬 공기는 폭우의 원인으로 꼽혔다. 정 교수는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북반구 고위도의 온난화가 강해지면서 한반도에 찬기가 자주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한반도 위의 뜨거운 공기와 북쪽에서 내려온 찬 공기가 부딪치면서 만들어진 강수대는 곳곳에 폭우를 내렸다.
찬 공기가 자주 한반도에 유입되기는 했지만, 찬 공기 세력 자체가 강했던 것은 아니다. 전통적으로 북쪽 찬 공기와 북태평양 고기압이 세력다툼을 하면서 ‘장마전선’이 만들어지고 장기간 한반도에 비를 뿌리지만, 올해는 약한 찬 공기가 강한 북태평양고기압에 빠르게 밀리면서 전선이 맥없이 북쪽으로 빠져나갔다. 장마전선이 지나간 지역에서는 장기간 폭염과 가뭄이 이어졌다.
경남 산청군 신안면 옛 문대교가 지난 7월20일 전날 내린 폭우로 붕괴돼 있다. 한수빈 기자 |
지구온난화로 끓어오른 바다도 폭우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한반도 인근 해수온이 상승하면서 엄청난 양의 수증기를 지속해서 대기로 공급했고, 이미 폭염으로 달궈진 지면에서 만들어진 강한 상승기류가 대기를 불안정하게 만들면서 국지적으로 많은 비를 내린 것이다. 넓은 지역에 많은 비를 뿌리던 과거의 장마와 달리 소나기구름에 의한 국지성 호우가 잦아지면서 날씨 예측은 더욱 어려워졌다.
전문가들은 올해와 같이 극단적인 폭염과 폭우가 ‘퐁당퐁당’ 번갈아 나타나는 패턴이 지속하거나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용상 이화여대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한반도 폭염은 단순히 지속 기간이 길어졌을 뿐 아니라, 집중호우로 수해 위험도 동시에 나타나는 복합적 양상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이는 기후변화 속 새로운 여름 기후 패턴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국종성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올여름 폭염과 집중호우, 가뭄은 지구온난화가 누적되며 발생하는 장기적 기후변화의 단면으로, 앞으로 폭염과 폭우의 강도와 빈도가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은 건국대 지리학과 교수는 “극한 고온의 강도가 경신될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열대야와 폭염의 발생일수와 지속 기간의 경신 가능성은 매우 커 보인다”고 분석했다.
여름 더위가 한풀 꺾인다는 처서가 지나간 28일에도 최고 체감온도 33~35도에 이르는 무더위가 전국에 이어지고 있다. 기상청은 당분간 한반도 대기 위에 고기압이 자리한 가운데 백두대간 서쪽은 ‘찜통더위’, 동쪽은 ‘가마솥더위’가 이어지겠다고 이날 예보했다.
고기압이 31일 낮부터 동쪽으로 물러나면서 이날 저녁부터 남해안과 제주를 중심으로 비가 쏟아지겠다. 9월1~2일에는 북쪽에서 차고 건조한 공기가 내려오고 남쪽에서는 뜨거운 수증기가 들어오면서 중부지방과 백두대간 서쪽지역에 폭우가 내리겠다. 비구름대가 태백산맥을 넘으며 약해지면서 이번 비구름대는 ‘최악의 가뭄’을 겪는 영동지역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비를 뿌릴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비가 내릴 때 일시적으로 기온이 일시적으로 떨어질 수는 있지만 고온다습한 남서풍의 영향으로 더위가 완전히 가시지는 않겠다”고 전했다.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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