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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S, 독자 설계 장비로 암흑물질 탐색 경계 넓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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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량 액시온 탐색을 위한 공진기 구조

고질량 액시온 탐색을 위한 공진기 구조


우주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암흑물질' 실체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노도영)은 윤성우 암흑물질 액시온 그룹 CI팀이 유력한 암흑물질 후보인 '액시온'을 찾는 실험에서 기술 한계로 접근하기 어려웠던 고질량(고주파) 영역까지 탐색을 확장하고, 민감도를 크게 향상시켰다고 28일 밝혔다.

암흑물질은 우주에 존재하는 물질 약 85%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빛이나 다른 물질과 거의 상호작용하지 않아 직접 관측이 어렵다. 유력 후보 중 하나인 액시온은 1977년에 처음 제안된 이론적 입자로, 매우 가볍고 전기적으로 중성이다.

직접 검출은 어렵지만 강한 자기장과 공진기(액시온 탐색시 주파수 전자기파를 증폭하는 장치)를 이용해 아주 미약한 전자기 신호로 변환해 포착할 수 있다. 다만 신호가 극도로 약해 신호 잡음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액시온은 질량이 클수록 신호 주파수도 높아져, 공진기 주파수를 미세 조정해 가능한 넓은 주파수 구간을 차례로 탐색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탐색은 비교적 낮은 질량 영역(수백 ㎒~수 ㎓)에 집중돼 왔다. 수 ㎓ 이상 고질량 영역으로 갈수록 공진기 내부 공동 크기가 작아져 주파수를 정밀하게 조절하기 어렵고, 신호 감도가 낮아지는 등 기술 한계가 따르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TM₀₂₀ 고차 공진모드'라는 특수 전자기파 공진 방식을 적용했다. 이 경우 같은 크기 공진기에서도 더 높은 주파수 신호를 감지할 수 있어 고질량 액시온 탐색에 적합한데, 구조가 복잡해지고 원하는 주파수를 안정적으로 맞추기 어려워 실제 탐색 실험 적용 사례는 없었다.


이에 연구진은 독자 개발한 정밀 주파수 조정 장치를 더했다. 공진기 내부에 총 5개 조절 막대(rod)를 배치하고, 이를 절개선·홈을 넣어 유연한 변형이 가능하도록 설계한 블록형 '키리가미' 구조체에 연결했다. 중앙 블록이 회전하면 구조체가 힌지처럼 접히고 펼쳐지며 막대 간격이 정밀하고 균일하게 조절돼 공진 주파수를 부드럽고 안정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실제 실험은 우주보다 훨씬 차가운 절대온도 약 40밀리켈빈(mK, -273.11도)의 극저온, 지구자기장의 24만 배에 달하는 12 테슬라(T)의 강한 자기장 환경에서 진행됐다. 이에 더해 연구진은 양자증폭기(JPA: 초전도 회로를 이용해 극도로 약한 전자기 신호를 거의 잡음 없이 증폭해 주는 장치)를 사용해 신호 잡음을 최소화하고, 극도로 약한 신호까지 포착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스마트폰 와이파이와 유사한 주파수 대역인 약 5.079~5.171㎓), 질량으로는 20.97~21.33 마이크로전자볼트(μeV) 구간에서 처음으로 TM₀₂₀ 고차 공진모드로 탐색 실험을 구현해 그 유효성을 입증했다.

특히 이번 성과는 대표적 액시온 이론인 'KSVZ 모델'의 예측에 근접한 수준의 탐색 성능을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모델은 액시온이 존재한다면 특정 질량 대에서 어느 정도 세기의 신호가 나타날지를 이론적으로 제시한다.


연구진은 이번에 탐색한 구간에서 이론 예측치의 약 1.7배 수준까지 검출할 수 있는 민감도에 도달했다. 이는 기존에 기술적 한계로 접근하기 어려웠던 수준으로 TM₀₂₀ 고차 공진모드를 적용해 이론 예측치에 근접한 신호 감지 성능을 확보한 최초 성과다. 액시온 흔적을 직접 포착할 수 있는 문턱에 한 걸음 더 다가선 셈이다.

윤성우 CI는 “이번 연구는 고차 공진모드를 이용한 액시온 탐색의 실험적 가능성을 처음으로 입증한 사례로, 차세대 액시온 검출 실험 설계·전략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며 “이번 연구가 암흑물질 실체를 규명하고 인류 지식 지평을 넓히는 데 중요한 토대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26일 게재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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