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가뭄과 변기의 상관관계?…“구옥 물 2배 많이 써, 절수정책 시급”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강원도 강릉에서 극심한 가뭄이 발생한 가운데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명예교수가 “전국 평균 (1인당 물 사용량이) 한 304리터 정도 되는데 강릉시는 관광객들이 많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좀 많더라”며 “강릉시 가정에서는 제일 큰 문제가 바로 화장실 변기일 것”이라고 했다.

지난 24일 극심한 가뭄으로 강원 강릉시 주요 상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7.8%(평년 69.0%)까지 떨어져 사상 최저치를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교수는 2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강릉에 이렇게 심각한 가뭄이 발생한 이유는 상수원 문제인가’라고 묻자 “크게 두 가지다. 주머니에 돈이 없으면 그 이유는 덜 벌어서 그렇고, 많이 써서 그런 것”이라고 비유했다. 그는 “상수원이 부족한 건 덜 번 셈”이라며 “(물을) 좀 아껴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외국과 물 사용량을 비교하면 대한민국이 두 배를 더 쓴다”며 “우리나라는 1인당 평균 300리터 쓰는데 싱가포르, 독일, 호주 같은 데서는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도 1인당 140리터를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진행자가 ‘예를 들어서 샤워기 막 틀고 변기 물 내리는 게 많아서 그런 것인가’라고 묻자 “샤워 꼭지도 절수형을 쓰고 변기도 절수형을 쓰게끔 해서 제품도 만들고 하다 보니 물 사용량이 140리터여도 얼마든지 잘 살고 있다”며 “그런 걸 배워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 교수는 “전국 평균을 보면 (비가) 많이 왔는데 강릉은 좀 적게 온 것 같다”면서도 “강릉에 떨어진 빗물을 보니 전체 면적이 1000㎢에 1년에 떨어지는 빗물의 양이 약 15억 톤 정도 된다. 그걸 다 버리는 쪽으로 관리를 해서 정작 물이 필요할 때는 물이 없는 게 문제가 되지 않을까”라고 부연했다.

이어 “지붕에 떨어지는 빗물이나 산에 떨어지는 빗물을 받을 수 있고 그런데 우리는 계곡에 있는 저수지에만 모아야지 (물을) 모으는 거라고 생각한다”며 “강릉시의 넓은 체육관이라든지 이런 데 넓은 지붕에는 비가 엄청나게 떨어진다. 그거를 받아 쓰면 수원을 분산시킬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아울러 한 교수는 종합적인 절수 대책으로 가정용 변기 교체 등을 언급했다.

그는 “변기가 물을 한 번 누를 때 요즘 설치하는 건 6리터 정도 들어가지만 과거에 만든 가정집에 있는 변기들은 13리터 정도 들어간다”며 “옛날에는 기준이 그렇기 때문에 그렇게 만들었고 최근에 정부에서는 6리터로 만들어서 줄었지만 기존에 있는 변기를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집집마다 변기에서 물을 많이 쓰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진행자가 ‘일반 가정집 입장에서는 변기 교체가 큰일이지 않느냐’고 묻자 한 교수는 “비용으로 따지게 되면 댐 만드는 데 수천억 수조원이 들어가는데 변기를 고치는 것은 굉장히 적은 돈”이라며 “그다음 달 상수도요금에 반영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선 변기부터 잡고 그다음에 다른 것도 다 줄이면 된다”며 ‘빗물 모으기’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한 교수는 “지금까지 물 펑펑 쓰게 하고 있다가 물이 없으니 큰일 났다고 그러면서 온갖 방법을 다 쓰고 있는데 결국은 돈 많이 들고 시간 많이 드는 작전들만 하고 있다”며 “쉽게 얘기하면 공급 측 관리에서 수요 측 관리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또 하나는 빗물을 다 버리는 쪽으로 관리했는데 빗물을 모아 쓰면 된다는 걸 제안하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