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MBN 언론사 이미지

방랑작가의 '부처의 길' 순례…<너에게 미치도록 걷다>

MBN
원문보기



서양에 산티아고 순례길이 있다면, 동양에는 박인식의 ‘부처의 길 순례’가 있습니다. 불교적 사유와 인간적 여정을 아우르는 한국 기행문학의 숨은 명작 <너에게 미치도록 걷다>가 15주년 특별판으로 다시 독자들을 찾아왔습니다.

방랑작가 박인식은 두 명의 길동무와 함께 2010년 새해 첫날, 부처가 태어난 네팔 룸비니로 향했습니다. 그가 선택한 건 네팔에서 인도로 이어지는 ‘부처의 길’. 오직 두 발로 불교 사대성지를 따라 걷는 순례길이었습니다. 부처의 탄생지인 룸비니, 깨달음의 성지인 보드가야, 최초의 전법지인 사르나트, 열반지인 쿠시나가르 등 사대성지는 물론, 바이샬리·파트나·날란다·라즈기르 등 불교의 역사가 깃든 도시들을 차례로 밟아갔습니다. 순례자들이 대부분 버스나 기차를 이용하는 것과 달리, 저자는 묵묵히 걸으며 2,500년 전 부처의 발자취를 되짚습니다.

"부처가 죽었다. 제자들이 구슬피 울었다. 어미 잃은 어린 새들 같았다. 그러자 죽은 부처는 두 발을 관 바깥으로 내밀어 보였다. 맨발이었다. 그의 맨발이 된다. 그 맨발이 걸어간 '맨발의 땅'을 따라 걷는다."

책의 첫 문장 속 부처의 맨발은 허한 삶이나 무소유를 상징합니다. 저자는 오랜 길 위에서 인간적인 부처를 만나고 맨발의 땅에서 얻는 깨달음을 갈구합니다. 백일 동안 걸으며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에 자신의 인생을 포개며 불교적 은유를 풀어내 불교를 모르는 사람이 읽더라도 누구나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탄생지 룸비니에서 시작되는 여정 속에서 저자는 부처가 계절마다 다르게 머물렀던 카필라 성을 지나며 어머니 마야데비를 일찍 여윈 의미도 고찰해봅니다. 코살라국이 침공했을 때 카필라국의 마하나마 왕이 기지를 발휘해 자신의 목숨과 맞바꿔 석가족의 멸족을 막은 이야기부터, 갠지스 강에서 화장하고 목욕하는 문화까지…인도의 문화가 저자의 시선을 거쳐 더욱 생생히 다가옵니다.

결국에는 나 자신을 찾는 여정'에 가까운 이 책은 부처의 행적과 불도를 따라가는 과정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열반을 위해 고향 카필라바스투로 향하던 부처의 마음을 느끼며 순례를 마무리합니다. 부처의 마지막 가르침은 이렇습니다. "모든 것은 변한다. 다만 끝없이 정진하라."

[심가현 기자 gohyun@mbn.co.kr]

< Copyright ⓒ MBN(www.mbn.co.kr)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김우빈 신민아 결혼
    김우빈 신민아 결혼
  2. 2트럼프 엡스타인 파일 논란
    트럼프 엡스타인 파일 논란
  3. 3송성문 샌디에이고 계약
    송성문 샌디에이고 계약
  4. 4손흥민 볼리비아 프리킥
    손흥민 볼리비아 프리킥
  5. 5오세훈 강북횡단 지하고속도로
    오세훈 강북횡단 지하고속도로

MBN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