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흐림 / 7.0 °
중앙일보 언론사 이미지

'반탄' 장동혁에 축하 난 보냈다…"악수 불가" 정청래 달라진 이유

중앙일보 강보현
원문보기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민형배 검찰개혁 특별위원회 위원장 등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민형배 검찰개혁 특별위원회 위원장 등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취임 한 달을 바라보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앞에 제1야당 대표와의 관계 설정이라는 새 과제가 놓여졌다. 그간 공석이던 국민의힘 사령탑에 같은 충청남도 출신이자, “대여 투쟁”을 전면에 내세운 장동혁 대표가 선출되면서다.

정 대표는 27일 대전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본인의 지역 연고를 이례적으로 강조했다. 그는 “충남 금산군에서 제가 10남매 중 10번째 막내로 태어났다. 충청이 낳고 대전이 키운 정치인이 저 정청래”라며 “고향에 와서 최고위를 하니 어린 시절부터 여러 추억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앞으로 대전 충청 지역의 발전을 위해 더 각별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장 대표가 전날 국민의힘 전당대회 승리 직후 “정청래 대표에 비해 제가 진정한 충청인”이라며 중원 수복 의지를 드러낸 것에 맞불을 놓은 셈이다.

다만 장 대표는 앞서 정 대표를 직격한 데 비해, 정 대표는 이날 장 대표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정 대표는 국립대전현충원 참배 후 기자들이 장 대표 선출 관련 질문을 하자 “가겠습니다”라는 말만 남기고 현장을 빠져나갔다.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야당이 건강해야 여당도 건강하고 선의의 경쟁을 할 텐데, 대한민국에는 야당이 없고 극우 세력만 득세하는 상황이다. 이럴수록 내란 종식을 척결하기 위해 (민주당이) 똘똘 뭉쳐야 한다”고 비판하면서도 장 대표를 거론하진 않았다.

정 대표는 전날 ‘감사합니다’라는 메시지가 적힌 축하 난을 장 대표 측에 보내기도 했다. “내가 당선됐을 때 그쪽에서 (난을) 보냈기에 상응한 조치를 했을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정 대표는 이날 ‘국민의힘 대표에게 묻는다’는 제목의 페이스북 글을 올려 장 대표에게 비난 대신 다섯가지 질문을 쏟아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탄핵, 이른바 ‘노상원 수첩’에 대한 찬반과 평가를 묻는 내용이었다.



줄곧 “내란 세력과 악수할 수 없다”는 대야 강경 기조를 고수해 온 정 대표가 이처럼 ‘로키(low-key)’ 대응을 보인 배경으로는 우선 “야당 대표와의 대화를 강조한 대통령실 입장을 고려한 것”(여권 관계자)이라는 점이 꼽힌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우상호 정무수석을 통해 신임 장 대표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워싱턴DC로 향하는 공군 1호기에서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은 반탄(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파 야당 대표와도 당연히 대화해야 한다”고 말한 데 이어 행동에 나선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 소속 의원은 통화에서 “양당 대표가 당장 마주 앉아 하하 호호 대화를 할 수는 없지만, 이 대통령이 귀국 후 장 대표와 만나면 정 대표가 그때 여당 대표 자격으로 함께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지지층을 의식한 정 대표가 이 대통령과의 ‘역할 분담’을 강조하며 투사적 이미지를 지키고 있지만, “언제까지고 악수를 안 하는 건 당 지지율에도 장기적으로 부담”이라는 게 민주당 지도부의 물밑 기류다. 재선 의원은 “이 대통령의 움직임에 따라 지지층이 여야 협치에 우호적으로 변하면 정 대표의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야 대표가 동향 출신인 점에 주목한다. 정 대표가 지난 25일 국민의힘 당권 후보들을 향해 “바보야, 문제는 내란 척결이야”라는 페이스북 글을 올릴 때만 해도 여권에는 김문수 후보 승리를 예측하는 시각이 우세했지만, 장 대표의 깜짝 승리로 고향 후배를 마주하게 됐다는 것이다. 전직 충청권 의원은 통화에서 “정 대표와 장 대표 둘 다 학창 시절에 충남 또는 대전에서 보냈다”며 “대놓고 물어뜯다간 지역에서 ‘점잖지 못하다’는 비호감이 확산되기 쉽다”고 말했다.

정 대표의 임기는 전임 대표이던 이 대통령의 잔여 임기인 내년 8월 까지다.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지방선거에서의 승리가 관건”이라는 게 당내의 대체적 시각이다. 민주당 전략통 의원은 “본선 승리를 위해선 결국 중도층을 의식한 출구 전략을 정 대표도 고민할 수밖에 없다”며 “더욱이 충남은 전체 판세를 가르는 전략적 요충지”라고 말했다. 27일 정 대표는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채 해병 묘역은 물론, 연평해전과 천안함 전사자 묘역에도 참배했다. 민주당은 이날 “보훈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김현정 원내대변인)며 4선 민홍철 의원이 위원장을 맡는 국가보훈정책특별위원회도 정식으로 꾸렸다.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응팔 10주년 류준열 혜리
    응팔 10주년 류준열 혜리
  2. 2전재수 통일교 의혹 조사
    전재수 통일교 의혹 조사
  3. 3김단비 우리은행 4연승
    김단비 우리은행 4연승
  4. 4정관장 인쿠시 데뷔
    정관장 인쿠시 데뷔
  5. 5민희진 보이그룹 뉴진스
    민희진 보이그룹 뉴진스

함께 보면 좋은 영상

중앙일보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독자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