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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가배상, 2조 넘게 나갔는데... 법무부, 가해자 구상권 통계조차 없다 [혈세 배상 대해부]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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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세 배상 대해부]
<1> 끝나지 않는 눈물
최근 10년간 2조3889억 지급
책정 예산은 1조2950억 불과
법무부 "검찰 관할" 통계 부재
감시 소홀·혈세 배상 우려 제기


2019년 6월 11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열린 '보안사 고문가해자 고병천 등에 대한 구상권 행사 촉구 법무부 청원 기자회견'에서 고문 피해자 윤정헌(왼쪽부터)·이종수·박박씨가 청원서를 들고 있다. 뉴스1

2019년 6월 11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열린 '보안사 고문가해자 고병천 등에 대한 구상권 행사 촉구 법무부 청원 기자회견'에서 고문 피해자 윤정헌(왼쪽부터)·이종수·박박씨가 청원서를 들고 있다. 뉴스1


공무원의 불법 행위를 이유로 법무부가 10년간 피해 국민에게 최소 2조3,889억 원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기간 편성된 예산은 1조3,000억 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가해 공무원을 상대로 한 구상권 행사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는 없었다.

27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국가를 상대로 한 손배해상청구 소송에서 패소해 지급한 판결금은 2조3,889억6,200만 원이다. 법원이 산정한 배상금에 판결 확정 이후 발생한 지연 손해금이 더해진 것으로, 변호사 선임료 등 소송비용은 제외한 금액이다.

국가배상법에 따르면 공무원이 고의 또는 과실로 위법한 직무 집행을 한 경우, 손해를 입은 사람은 정부 산하 배상심의회에 배상신청을 하거나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판결금은 1심을 수행한 검찰청이 지급하고, 군인이나 군무원이 가해자인 사건은 국방부 예산으로 배상한다.

연평균 2,400억 원의 세금이 잘못된 공무 수행 탓에 사용되고 있지만, 애초 계획된 예산은 10년간 1조2,950억 원 규모였다. 2019년에는 3,000억 원이 편성됐지만, 2015년에는 400억 원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2015년 지급된 배상금은 2,936억 원이 넘었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그래픽=송정근 기자


심각한 문제는 배상금 중 얼마가 회수됐는지 파악할 수 있는 통계가 없다는 점이다. 법무부는 구상금 청구 현황을 묻는 질의에 "관련 통계를 보유·관리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국가가 손해배상소송에서 패소하면, 수행 검찰청은 사건 기록을 검토해 구상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간첩 조작 등 국가 폭력 피해로 인한 배상액은 쌓이는데, 원인을 제공한 공무원에게 제대로 책임을 묻고 있는지 확인은 어려운 셈이다. 법무부는 국가소송법 시행령 등 규정에 따라 소송가액이 2억 원 이상인 사건에 대해서만 각급 검찰청으로부터 구상권 행사 여부를 보고받는다고 한다. 법무부는 "구상권 행사가 원칙이란 점을 전파하고 있지만, 전국 고검과 지검에서 행사 여부를 결정하는 탓에 전체적인 통계 작성 필요성이 떨어지고 집계 기준도 모호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무부 입장은 2014년 국회에 제출된 자료와 상반된다. 당시 법무부는 2010년부터 그해 상반기까지 지급된 배상금 3,819억 원 중 1.7%(68억 원)만 구상권을 행사했다고 집계했다. 법무법인 원곡의 변상철 공익법률지원단체(파이팅챈스) 소장은 "2014년엔 가능했던 통계가 지금은 불가능하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며 "법무부가 구상권 행사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는데 통계조차 갖고 있지 않다면 회수가 잘 되고 있는지 알 도리가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현재 법무부가 관리하는 국가배상금 자료는 대상 사건 유형 등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있어 과거사 사건으로 지급된 배상금이 전체 예산에서 얼마만큼 차지하는지도 명확히 알기 어렵다. 시민사회에선 국가 폭력 사건 가해자들을 겨냥한 구상금 청구 비율은 특히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필요한 배상액은 예산을 크게 상회하는데 구상금 회수는 이에 훨씬 못 미치고 있어, 혈세 배상 논란을 키우고 있다.

목차별로 읽어보세요

  1. ① <1> 끝나지 않는 눈물
    1. • 조작, 누가 물어낼 것인가... 28세 재일교포는 모국서 간첩이 됐다 [혈세 배상 대해부]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414510005665)
    2. • 국가배상, 2조 넘게 나갔는데... 법무부, 가해자 구상권 통계조차 없다 [혈세 배상 대해부]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414510003525)
  2. ② <2> 사라진 청구서
    1. • 고병천에 구상금 회수 실패... 법원은 왜 '고문 기술자' 손 들어줬나 [혈세 배상 대해부]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414500002890)
    2. • 이근안 구상금 33억 판결에도... 고문 가해자 버티면 추징 속수무책 [혈세 배상 대해부]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414510000683)
  3. ③ <3> 끝까지 받아내려면
    1. • 가해자 반성 않는데 정부는 수수방관... "구상권 자문위 설치 시급" [혈세 배상 대해부]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0923170005523)
    2. • "정부는 국가 폭력 가해자에 구상권 행사해야" 국회에 모인 피해자들 [혈세 배상 대해부]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917130005565)
    3. • '고문 가해자' 후손 덕 보는데 서훈 취소는 왜 드물까 [혈세 배상 대해부]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414490005927)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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