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영국 에섹스주 에핑에서 열린 반이민 시위에서 한 참가자가 '영국을 위대하게 만들자'는 문구가 적힌 개혁당 깃발을 흔들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
영국의 강경 우파 정당 개혁당이 차기 총선에서 집권할 경우 모든 불법 이민자를 구금·추방하겠다고 선언했다고 BBC가 26일 보도했다. 나이절 패라지 개혁당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029년 예정된 차기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첫 5년 동안 최대 60만명의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영국이 불법 이민자들에게 침략(invasion)당하고 있다”며 여성과 아동도 예외 없이 송환 대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개혁당은 불법 입국자를 체포 직후 해체된 공군기지 등에 수용하고, 아프가니스탄·에리트레아 등 본국으로 송환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과정에서 강제 송환에 제약이 되는 유럽인권조약과 국제난민협약 등에서 탈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패라지는 “이민자 문제에 대한 대중의 감정은 절망과 분노가 뒤섞여 있다”며 “지금 조처를 취하지 않으면 공공질서에 실질적 위협이 될 것”이라고 했다. 영국 내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으로의 망명 신청자는 10만8138명으로 1979년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선거철이 아닌데도 개혁당이 ‘돌발 선언’을 내놓은 것은 최근 영국 사회의 반이민자 여론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영국 에섹스주에서 소형 보트를 타고 밀입국한 에티오피아 출신 이민자 남성이 입국 9일 만에 성범죄 5건을 저지른 사건이 도화선이 됐다. 특히 이 남성을 비롯한 불법 이주민들이 정부 지원하에 시내 호텔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반이민 단체가 호텔 앞에서 퇴거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지난달 ‘더 옵서버’가 진행한 여론조사에선 “영국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현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9%가 ‘이민자 문제’를 선택했다. 2년 전(29%)과 비교했을 때 20%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2018년 창당한 영국개혁당은 지난해 7월 총선에서 처음 원내 진입에 성공했고, 지난 5월 보궐선거와 지방선거에서도 연달아 승리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현재 하원 5석을 보유하고 있다. 패라지는 이주민·난민에 대한 인종차별적 발언, 반이슬람 선동, 여성 차별적 언행 등으로 물의를 일으키며 ‘영국의 트럼프’로 불렸다.
개혁당의 지지율은 정권을 주고받아온 보수당과 노동당의 양당 체제도 흔들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지난 6월 발표한 정당 지지율 조사에 따르면 개혁당은 34%를 기록하며 집권 노동당(25%)과 보수당(15%)을 크게 앞섰다. 피터 월시 옥스퍼드대 이민관측소 선임연구원은 이날 개혁당 발표에 대해 “최근 수십 년간 유럽 국가가 내놓은 가장 급진적 시도”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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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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