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이재명 대통령이 3박6일간의 미국·일본 순방 일정을 마치고 28일 새벽 귀국했다. 일본과는 과거사라는 숙제, 미국과는 통상·안보 협상이라는 난제를 안고 치른 첫 정상회담에서 ‘줄타기·실용외교’ 노선을 견지하며 전반적으로 ‘성공적인 방어전’을 펼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이 순방길에 오르기 전까지만 해도 미·일과의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은 많지 않았다. 특히 예측불허 성향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대면에선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 요구를 받거나, 중국 견제 구상에 참여하라는 압박을 받으며 ‘젤렌스키 모멘트’를 경험하게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다.
하지만 “영화로 보면 극적 반전이 있는, 잘 찍은 화제작”이라는 대통령실의 자평만큼이나, 회담 결과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일본과는 17년 만에 한·일 정상 공동언론발표문을 내며 협력 복원의 신호탄을 쐈고, 미국과는 국방비 인상에 초점을 맞추며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화 등 민감한 난제는 피해 갔다.
이 대통령은 이번 미국·일본 정상회담에 임하며 ‘쉬운 과제부터 우선 해결한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각) 일본 순방을 마치고 미국 워싱턴으로 향하는 기내 기자간담회에서 “첫술에 배부르려 하면 체할 수 있지 않겠나.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시면 훨씬 더 나은 성과를 만들어낼 것”이라며 할 수 있는 일부터 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일본에선 까다로운 과거사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기보다 ‘과거는 과거대로, 미래는 미래대로’라는 투트랙 기조를 내세워 경제·안보 협력 파트너십 강화에 집중했다. 또 미국에서는 국방비 인상 카드를 먼저 꺼내 들며 트럼프 대통령의 과도한 요구를 피해 간 것이다.
‘흑묘백묘식’ 실용주의로 미·일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외교전략도 주효했다. 이 대통령은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과거처럼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입장을 가질 수 없다면서도 “지리적으로 매우 가깝기 때문에 거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해야 한다며, 미국의 대중 견제 노선에 ‘참여는 않되 반대하지도 않는다’는 뜻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순방 기간, 박병석 전 국회의장을 단장으로 하는 특사단을 중국에 보내 중국에 대한 균형을 보여줬다. 이 대통령의 이런 전략은 ‘가치외교’라는 기치 아래 국제사회를 진영으로 나누었던 윤석열 정부 시절 외교와는 뚜렷이 대비된다.
이수훈 전 주일대사는 한겨레에 “미국의 경우 각론적인 이슈는 뒤로 미루고 큰 틀에서 한-미 동맹을 발전시켜 나간다는 기초를 잘 다졌다. 한-일 관계의 경우 과거사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협력 파트너십을 구축했다”며 “동시에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특사를 파견한 것도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여전히 잠복해 있는 한·일 과거사 문제나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매듭짓지 못한 관세협상 후속 조처 및 한-미 동맹 현대화 이슈 등은 이 대통령이 풀어가야 할 과제로 남았다. 김정섭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우리가 불리하고 껄끄러운 이슈가 많았는데, 이를 실무협의로 돌린 것은 잘한 선택”이라면서도 “동맹 현대화와 같은 본격적인 숙제는 여전히 남아 있고, 가을부터 이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큰 만큼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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