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 관계자들이 지난 25일 서울 강서구 맨홀에서 사고를 당한 A씨를 인근 빗물펌프장에서 구조하고 있다. 서울특별시 소방재난본부 제공 |
맨홀 작업 중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7명이 세상을 떠났다. 지난달 7일 인천에서 사망자 2명이 발생한 뒤 이재명 대통령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시했는데 이후에도 연달아 사고가 일어났다. 고질적인 재하청 문제가 결국은 안전규정 미준수로 이어져 사고를 부른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5일 서울 강서구에서 맨홀 보수공사를 하던 A씨가 폭우로 불어난 물에 휩쓸려 숨졌다. 앞서 지난달에는 인천 계양구와 서울 금천구에서 맨홀 작업 중 사망사고가 일어났다. 이 대통령의 ‘특단의 조치’ 지시로 고용노동부가 지자체 발주 맨홀 작업 현장을 감독하고 나섰지만 사고를 막지 못했다.
우선 기본적인 안전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금천구 사고에서는 메뉴얼에 있는 사전 작업허가서 작성·산소농도 측정 등의 규정이 지켜지지 않았다. 강서구 사고도 우천시에는 작업을 할 수 없게 되어 있는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 사고 당일 현장 노동자들은 비 예보를 알고 있었지만 작업은 진행됐다.
금천소방서 관계자들이 지난달 27일 서울 금천구 맨홀 질식사고 현장에서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 서울특별시 소방재난본부 제공 |
전문가들은 규정이 지켜지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를 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돌발 폭우 상황은 이미 반복되고 있고, 관련 규정도 있었다면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는 이유를 봐야 한다”며 “사고 후에만 규정을 정비하는 식의 대책 마련은 미봉책”이라고 말했다.
최근 일어난 맨홀 사고에서는 모두 ‘하도급’ 의혹이 제기됐다. 금천구 사고 이후 발주처인 아리수본부 남부수도사업소 관계자는 “(사고현장 시공과 관련한) 하도급 관계는 없다”고 했지만 경향신문 취재 결과 숨진 노동자는 재하청 업체에서 급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아리수본부는 해당 공사의 원도급 업체와 사고자가 정상적으로 계약해 급여가 정상 지급됐다고 했다.
강서구 사고에서도 강서구청과 계약한 건설사와 현장 노동자들이 밝힌 소속이 달라 불법 하도급이란 의심을 받는다. 사망한 A씨의 동료들은 “맨홀 노동자들이 대개 일용직으로 근무하며 지인끼리 모여 근무하는 형태”라고 했다.
하도급이 반복되면 노동조건은 악화되고 이는 안전규정 미준수로 이어지기 쉽다. A씨의 빈소에서 만난 동료 B씨는 “비가 와도 일당을 생각해 그냥 일할 때도 있다”며 “물이 키높이까지 순식간에 차 급히 대피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신하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변호사)은 “산업안전에 예산을 투입하고 위험상황 대응방안을 마련해도 하도급 등 간접고용이 있으면 현장과 단절된다”며 “이런 고용의 파편화·분절화는 현장 노동자들이 안전규정과 관계없이 일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위험의 외주화’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안전법 등 현행 법규의 준수 여부 감독과 하도급 구조 개선등을 위해 정부가 의지를 갖고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태욱 기자 wook@kyunghyang.com, 우혜림 기자 sa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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