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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작은 공방에 ‘국가 의뢰’가 들어왔다…트럼프 녹인 K장인의 ‘마스가 모자’

매일경제 이진한 기자(mystic2j@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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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정상회담 ‘트럼프 부부 선물용 모자’ 만든 심기대 대표

관세협상때 ‘마스가 모자’ 이어
‘카우보이 마가모자’까지 제작
양국 국기·문구 등 새기는 미션
‘망칠까’ 걱정에 거절할 생각도

특수 재봉틀까지 들여와 작업
직원들 밤 새워가며 결국 해내

“국가에 보탬” 직원들 신바람


심기대 모자팩토리 대표가 서울 중구 본사에서 직접 제작한 ‘마스가(MASGA) 모자’를 소개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심기대 모자팩토리 대표가 서울 중구 본사에서 직접 제작한 ‘마스가(MASGA) 모자’를 소개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서울 중구 신당동에 위치한 ‘모자팩토리’ 작업장. 27일 오전에 찾은 작업장에는 사람 키보다 높게 쌓인 모자들 사이로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커스텀 맞춤 전문’을 표방하는 회사답게 다양한 디자인의 모자들이 이들의 손을 거쳐 완성됐다. 한 직원은 ‘말뚝 재봉틀’로 불리는 높이 50㎝의 재봉틀을 이용해 태극기와 성조기를 붉은색 골프 모자에 꼼꼼하게 붙이고 있었다. 이달 초 한미 관세협상에서 미국 협상단의 마음을 녹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가 탄생한 현장이었다. 이날 작업장에서 만난 심기대 모자팩토리 대표는 “지금도 마스가 모자 수요가 있어서 작업중”이라고 설명했다.

모자팩토리는 마스가 모자 뿐만 아니라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 부부에게 선물한 ‘카우보이 마가 모자’ 작업도 이뤄진 곳이다. 카우보이 마가 모자는 트럼프 대통령 부부를 위해 특별히 한 쌍만 제작됐다. 외교부 요청에 따라 국내 한 공방에서 제작한 카우보이 모자에 ‘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문구와 성조기, 태극기 패치를 부착해 완성됐다.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이재명 대통령이 준비한 선물 중 하나인 카우보이 마가 모자. 전세계 단 한 쌍으로 알려졌다. [사진 제공 = 대통령실]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이재명 대통령이 준비한 선물 중 하나인 카우보이 마가 모자. 전세계 단 한 쌍으로 알려졌다. [사진 제공 = 대통령실]


심기대 대표는 “처음 외교부의 의뢰를 받고 시중에 파는 카우보이 모자로 연습했을 때는 간단한 작업으로 생각했다”며 “그런데 실제 전달받은 카우보이 모자는 크기가 더 컸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망칠 것 같아 거절하려고 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외교부 담당 직원이 작업장을 한 켠에 서서 꼭 도와달라고 읍소했던 모습이 눈에 밟혀 마음을 바꿨다”며 “다른 일은 제쳐두고 꼬박 하루를 붙잡은 끝에 출국 이틀을 앞두고 완성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모자팩토리가 이재명 정부의 ‘모자 외교’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담당 공무원들과 직원들의 이 같은 열정에서 비롯했다. 시작은 한미 관세협상을 앞두고 산업통상자원부가 ‘마스가 모자’ 제작을 의뢰하는 이메일을 보낸 것. 심 대표는 “한미 관세협상 자체가 급작스럽게 진척되면서 제작 기간이 촉박한 채 의뢰가 왔다”며 “이미 몇 개 업체로부터 거절당했는지 긴박해보였다. 중요한 나라일이니 ‘일단 하자’는 애국심으로 수락했다”고 회상했다.

심기대 모자팩토리 대표가 서울 중구 본사에서 직접 제작한 ‘마스가(MASGA) 모자’를 소개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심기대 모자팩토리 대표가 서울 중구 본사에서 직접 제작한 ‘마스가(MASGA) 모자’를 소개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하지만 의지만 갖고서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었다. 모자 업체에서 사용하는 재봉틀은 평평한 바닥에 모자를 올려두고 작업하기 때문에 산업부의 구상대로 작업할 경우 모자가 망가지는 것이 당연했다. 심 대표가 가방을 만들 때 쓰는 ‘말뚝 재봉틀’을 떠올린 건 찰나의 순간이었다. 과거 공부를 할겸 봤던 한 공장 영상의 기억이 불현듯 떠올랐다. 봉 위에 모자를 올려두고 작업하면 형태를 손상하지 않고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었다.

심 대표는 “회사 주변에 재봉틀 기기를 파는 업체들이 많아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다”며 “말뚝 재봉틀은 한 대당 300만원이 넘고, 회사에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직원도 없었지만 장비가 없으면 시작조차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뢰를 받은 다음날 기계를 들이고 경력 있는 직원을 붙여 시도했더니 가능성이 보였다. 전 직원이 야근을 불사하고 매달려 일주일은 걸리는 작업을 하루 만에 마쳤다”고 설명했다.


심기대 모자팩토리 대표가 서울 중구 본사에서 직접 제작한 ‘마스가(MASGA) 모자’를 소개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심기대 모자팩토리 대표가 서울 중구 본사에서 직접 제작한 ‘마스가(MASGA) 모자’를 소개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심 대표는 “‘말뚝 재봉틀’은 캡 모자 앞단에 태극기, 성조기 같은 국기를 부착하는데 꼭 필요한 장비였다”며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한 ‘카우보이 마가 모자’를 제작할 때에도 사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미 원자력 원팀’을 표방하는 한국수력원자력에서도 이번 정상회담에 맞춰 모자를 주문했다”며 “기존 ‘마스가 모자’에서 문구를 수정해 약 50개 제작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모자를 제작할 당시는 힘들었지만 이를 계기로 한미 정상회담에 작은 도움이라도 됐다고 생각하니 뿌듯했다”며 웃었다.

심기대 모자팩토리 대표가 서울 중구 본사에서 직접 제작한 ‘마스가(MASGA) 모자’를 소개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심기대 모자팩토리 대표가 서울 중구 본사에서 직접 제작한 ‘마스가(MASGA) 모자’를 소개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최근 모자팩토리 직원들은 회사에 대한 자부심도 높아졌다고 한다. 심 대표는 “직원들은 평소처럼 열심히 모자를 만드는 것만으로도 국가에 기여할 수 있었다며 자랑스러움을 느끼고 있다”며 “회사 모토가 ‘안 된다고 하기 보다 일단 해보자’는 것이다. 그렇게 회사를 운영한 시간이 빛을 보는 것 같아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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