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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서실장 라인, 일단 통했다…현실이 된 ‘극우-마가 리스크’ 잡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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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 수지 와일스 트럼프 대통령 비서실장. 연합뉴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 수지 와일스 트럼프 대통령 비서실장. 연합뉴스


“최근 공화당 고참 보좌관들을 여럿 만났는데 부정선거론과 윤석열 탄압론을 믿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 한국 극우들이 죽기 살기로 여론전을 하고 있는데 조금씩 먹혀 들고 있는 느낌이다.”(미 의회 활동가)



지난 25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2시간여 앞두고 “한국에서 숙청 혹은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게시한 것은 한국-미국 극우 연대의 영향력이 어디까지 뻗어있는지를 명징하게 보여주는 장면으로 꼽힌다. 반면 ‘강훈식-수지 와일스’ 대통령실 비서실장 간 라인이 가동된 뒤 트럼프 대통령이 “오해였다”며 물러섰다는 점은 ‘정부 대 정부’ 공식 채널로 적극 대응할 경우 이를 관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기습 SNS 글, 한국 극우 주장과 판박이





‘한국 정부가 교회에 대해 잔혹한 급습을 하고, 미군 기지까지 들어가 정보를 가져갔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은 7~8월초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한국 극우들 사이에서 집중 공유되던 주장의 판박이였다. 적법하게 진행된 순직해병 특검팀의 여의도순복음교회 압수수색 등과 비상계엄 내란·외란 의혹 특검팀의 오산 공군기지 내 중앙방공통제소 압수수색을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구미에 맞게 비틀어 낸 레토릭이었다.



미국 워싱턴 백안관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환영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미국 워싱턴 백안관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환영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트럼프 핵심 지지층인 마가 진영은 글로벌 극우·포퓰리스트 네트워크 확장을 전략적으로 추진해왔다. 헝가리·브라질·일본·한국 극우와의 연대도 이런 흐름 속에서 형성됐다. 한국 극우는 마가의 ‘부정선거론’과 ‘반중 담론’을 수용해 한국식으로 재구성했고, 이를 마가 쪽과 주거니 받거니 하며 키워왔다.



이들의 연대는 지난 6월초에도 백악관에서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당시 백악관은 이 대통령 임기 시작 직후 상투적인 축하인사도 없이 ‘중국이 전세계 민주주의에 개입하고 영향력을 끼치는 걸 우려한다’는 입장을 냈다.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치렀다”며 ‘부정선거 의혹’과는 선을 그었지만 마가의 영향력이 대미 외교를 흔드는 핵심 위험 요인이라는 게 드러난 일화였다.





바로 날아간 강훈식…정부 대 정부 직접소통 ‘즉효’





이들은 미국 주류 언론으로도 침투하고 있다. 이 대통령 방미를 약 열흘 앞두고 미 의회 전문 매체이자 워싱턴 주류 언론인 ‘더 힐’에 “이 대통령은 맹렬한 반미주의자로 과거 주한미군을 ‘점령군’이라 불렀고, 미국이 일본의 한국 식민지 지배를 지지했다고 비난했다”는 반중국 음모론자인 마가 인플루언서 고든 창의 기고가 실렸다. 주미 대사관은 같은 매체에 반박글을 기고해야 했다.



문제는 마가의 가짜뉴스에 대응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익명을 요구한 워싱턴 소식통은 26일 “미국 민주당도 대응법을 찾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한국 정부가 대응하기 쉬운 문제가 아니다”라며 “주미 대사관이 고든 창 기고에 반박 기고를 했는데 그런 식으로 ‘두더지 잡기’ 하듯 일일이 대응하기 어렵다. 좀더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4월 1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나와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왼쪽 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0년 10월 아이오와주에서 열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AP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4월 1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나와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왼쪽 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0년 10월 아이오와주에서 열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AP 연합뉴스


동포 사회를 통한 미 극우 세력 관리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는 “미국 우파를 자극하는 것은 재미동포 우파들이다. 이재명 정부가 이들을 자극하지 않고 관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정권이 바뀌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를 정권 입맛에 맞는 인사들로 물갈이하곤 하는데 이런 인사에서부터 통합적인 기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 공식라인이 아닌 ‘비서실장’ 라인을 뚫었고, 이를 통해 ‘마가 리스크’를 관리해낸 것은 소중한 경험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또다른 소식통은 “이번 트럼프의 발언은 한국 극우와 마가들 입장에선 최고의 카드가 나온 것이다. 그런데 정부 대 정부 소통으로 진압됐다. 이 점은 이번 사태의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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