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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골공원에 '장기판' 사라진 그 후···"평화 되찾아" vs "노인 소외" 갑론을박

서울경제 강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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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 때가 마땅치 않은데 장기판까지 치우느냐"

"탑골공원이 깔끔해지면 관광객도 더 늘 것 같다"

오랜 세월 어르신들의 도심 속 여가·사교 공간으로 자리 잡아왔던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최근 장기판이 모두 철거됐다. 공원 곳곳에 설치돼 수십 년 동안 노인들의 휴식을 책임져왔지만 최근 주취 상태에서 시비·폭력 사태까지 발생하자 종로구가 질서 계도를 넘어 단호한 조치에 나선 것이다.

26일 종로구는 국가유산 보호와 시민 안전 확보, 어르신 복지 등 3가지 가치를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탑골공원은 조선시대 원각사 터이자 3.1 만세운동의 도화선이 된 장소로 1991년 사적으로 지정돼 공원 담장 안팎 전체가 국가유산보호구역으로 관리되고 있다. 실제 공원 안에는 보물 제2호 원각사지 십층석탑 등 다수의 문화재가 자리 잡고 있다.

도심 한가운데 자리한 이곳에서는 무료 급식이 제공되는 등 어르신과 인근 노숙인을 위한 복지 활동이 이어져 왔다. 특히 탑골공원 북문 담벼락을 따라서 설치된 장기판 20여개는 자연스럽게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 교류를 나누는 관계 형성의 마중물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무질서와 안전 문제로 불거졌다. 구는 "음주와 고성방가, 노상 방뇨, 쓰레기 무단투기 등이 빈번했고 주취 상태에서의 시비와 폭력 사태까지 발생하기도 했다"면서 "근본적인 변화가 절실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구는 작년 이곳에서 열린 삼일절 기념행사에서 '탑골공원 개선 선포식'을 여는 등 계도 캠페인을 벌여왔고, 지난 7월 31일부터는 경찰과 함께 바둑·장기 등 오락행위와 흡연, 음주가무, 상거래행위에 대한 단속에 들어갔다.

특히 이달에는 장기판의 자진 철거를 유도해 장기판과 의자를 정리했다. 장기판이 있던 자리엔 ‘공원 내 관람 분위기를 저해하는 장기 등 오락 행위 등은 모두 금지됩니다’라고 쓴 표지판이 세워졌다. 이번 장기판 정리를 계기로 각종 무질서 행위가 크게 줄고 공원 환경도 눈에 띄게 개선되는 효과를 거뒀다고 구는 평가했다. 인근 상인들도 “탑골공원이 깔끔해지고 관광객이 늘면 주변 상점 매출도 더 오를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다만 이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적지는 않다. 수십 년간 장기판 앞에서 시간을 보냈던 노인들은 “이제 어디 가서 사람들을 만나느냐”며 허탈함을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노년층 복지 공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철거만 강행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구는 인근 서울노인복지센터 분관에 마련된 장기·바둑실, 휴게공간을 이용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앞으로도 안전사고 예방과 불법행위 근절을 위해 CCTV 등으로 공원 내 상황을 주시하고 종로경찰서와 상시 합동 단속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신우 기자 se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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