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수락 연설하는 장동혁 신임 당대표(왼쪽 사진)와 지난 3월22일 오전 청주 충북도청 앞에서 열린 보수 기독교 단체 세이브코리아의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발언하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 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
김준일 | 시사평론가
국민의힘 전당대회 결선투표에서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후보를 꺾고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에 선출됐다. 1.5선 의원이 직전 대선 후보를 이긴 것도 놀라운데, 이른바 친한동훈계의 암묵적 지원까지 받은 후보를 꺾은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민의힘에서 개혁보수의 영향력은 현저하게 줄어들었고 강성 지지층이 완전히 당을 장악했다. 국민의힘은 완전히 ‘윤어게인당’, ‘전한길당’이 됐다.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다. 현재 국민의힘은 2019년 자유한국당을 떠올리게 한다.
2019년 황교안 당대표와 2025년 장동혁 당대표. 둘은 공통점이 많다. 둘 다 법조인 출신이다. 검사 출신인 황교안은 법무부 장관, 국무총리에 이어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거치며 관료의 색채가 짙다면, 장동혁은 판사 출신이지만 다른 경력이 짧고 국회의원 경력이 눈에 띈다. 두 사람 모두 독실한 개신교 신자로 알려져 있다. 황교안은 검사 시절 낸 책에서 기독교인들은 세상법보다 교회법을 우선 적용해야 한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고, 장동혁은 탄핵 반대 집회에서 윤석열의 비상계엄에 하느님의 계획이 있다고 해서 물의를 빚었다.
둘은 법조와 보수 개신교라는 백그라운드에 더해 정치적 메시지 또한 유사하다. 정치적으로 가장 큰 공통점은 자당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 탄핵 반대를 분명히 했다는 점이다. 황교안은 2019년 2월 자유한국당 당대표 선거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잘못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형사재판 전 탄핵은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논리였다. 장동혁도 당대표 선거에서 비상계엄이 곧 내란은 아니라고 했고,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단일대오를 주장했다.
일명 극우 혹은 강경 보수, 아스팔트 보수와의 관계도 흥미롭다. 황교안은 전광훈 목사를 비롯한 아스팔트 보수를 우군으로 삼았다. 원내에서 수적 열세인데다가 대표 본인이 의원이 아니다 보니 장외투쟁을 선호했다. 장동혁은 보수 스피커로 떠오른 한국사 강사 출신 전한길씨를 필두로 강성 유튜버들과 손을 잡았다. 장동혁이 당대표 후보 중 가장 먼저 강성 유튜버 면접에 참석하자 이들은 장동혁 지지로 화답했다. 강경 노선 역시 비슷하다. 황교안은 ‘문재인 탄핵’을, 장동혁은 ‘이재명 끌어내리기’를 천명했다.
둘의 결정적 차이는 당내 다른 세력에 대한 태도다. 황교안은 ‘통합’을 외쳤다. 당시 보수진영은 직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분열로 패배했다고 생각했기에 바른미래당을 포함해 범보수진영이 통합만 하면 승리한다는 계산을 했다. 반면 장동혁은 ‘내부총질 세력의 청산’을 얘기한다. 이에 친한계 축출과 신당 창당이 이어지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앞서 황교안은 조국 사태와 코로나19 팬데믹을 맞아 위기에 빠진 문재인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을 맹공격하며 주가를 올렸다. 통합만이 살길이라며 미래통합당으로 당명을 바꿨다. 하지만 2020년 총선 결과는 103석이라는 보수정당 최악의 성적을 냈고, 민주당에는 180석이라는 역대 최다 의석을 안겼다. 당시 국민은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에 실망했지만 박근혜 탄핵을 부정하고 극단세력과 손잡은 미래통합당을 한번 더 응징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다면 장동혁의 국민의힘은 어떻게 될까. 이재명 정권도 내년 지방선거 전에 위기를 맞을 가능성은 있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나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등 측근 정치인 사면 움직임이 논란을 만들 수도 있고 경기 침체와 실업률 증가가 도드라지며 지지율을 끌어내릴 수도 있다. 그렇다고 국민이 국민의힘에 표를 줄 것인가? 내년에도 윤석열·김건희 부부 재판은 진행 중일 테고, 이들의 범죄는 윤어게인 정당에 너무 큰 부담이다. 내년 지방선거는 윤석열 탄핵으로부터 1년 남짓밖에 안 지난 시점에 치러진다. 국민의힘은 과거 2020년 총선의 역사적 패배 이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와 이준석 당대표 체제를 거치며 탄핵의 강을 건넜고, 그 이후 2022년 대선에 와서야 승리했다.
황교안은 패배 후 사퇴한 뒤 다시는 주류 정치인으로 뜨지 못했다. 지금도 자신의 패배를 믿지 않으며 부정선거 음모론을 펼친다. 신임 대표 장동혁이 황교안과 비슷한 길을 갈지 아니면 위기에 빠진 보수정당을 구한 영웅으로 기록될지 지켜볼 일이다. 분명한 건 이재명 정권의 실정만 바라보는 천수답 정치로는 패배의 경로 의존성을 피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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