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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의 엑스레이] [85] 북유럽 타령 소용없어

조선일보 김도훈 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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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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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부모가 됐을 나이다. 되지 않은 게 다행이다. 친구 말에 따르면 나는 키우는 고양이가 “야옹” 소리를 내자마자 영어식으로 “미야오”라고 울라며 강남 학원에 보냈을 인간이다. 정치적으로 올바르게 사는 부모도 자식 앞에서는 정치적으로 뒤틀린 존재가 된다. 그게 한국이다.

부모가 된 친구들은 있다. 그 친구들 고민도 교육이다. 얼마 전 소셜미디어를 보다가 기겁했다. 대치동 초등학교 반장 선거 공약을 알려준다는 강남 학원 영상이다. 예닐곱 살 아이가 원장과 공약을 외우고 있었다. 친구에게 보냈더니 답변이 왔다. “유학을 보내야겠어.” 친구는 그럴 돈이 없다.

한국이 좋아하는 교육이 있다. 북유럽 교육이다. 특히 덴마크 교육이다. 경쟁보다는 행복을 중요시하는 인간적이고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교육의 대표 주자로 거론된다. 한국도 그런 교육을 도입해야 한다는 기사도 많다.

얼마 전 덴마크 올보르 동물원이 반려동물을 기증받았다. 이들을 안락사시켜 포식자 먹이로 쓰겠다는 거다. 세계의 비난이 쏟아졌다. 덴마크인들은 담담하게 기증에 참여했다. 2014년에는 코펜하겐 동물원이 새끼 기린을 총살하고 공개 해부했다. 근친교배를 막고 아이들도 교육하기 위해서였다. 많은 아이가 부모와 그 장면을 담담하게 지켜봤다.

그것이 덴마크 교육의 본질이다. 차갑고 투명하다. 이성적이다. 생명과 죽음을 이해하는 문화적 토양이 달라 가능한 교육이다. 겉으로 보이는 인간적이고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시스템만 도입해도 소용이 없다. 선생과 부모 단톡방이 매일 폭발하는 나라에서는 더 소용이 없다. 교육은 이케아가 아니다.

2018년 예능 ‘식량일기’는 4회 만에 시청자 반발로 중단됐다. 연예인이 병아리를 기른 뒤 요리해 먹는 과정을 보여주는 예능이다. 우리는 ‘내가 먹는 것이 어디서 왔는가’도 가르치지 못한다. 여러분이 아이와 함께 키우다 죽은 병아리를 서울대공원 동물원 스라소니 먹이로 기증한 뒤 담담하게 지켜보는 날, 한국은 비로소 덴마크식 교육이 무르익은 북유럽식 복지국가가 될 것이다. 이케아 가구 조립만큼 쉽지는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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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 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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