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띄운 이 대통령, ‘민감한 청구서’ 늦췄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한국시각) 새벽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열린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백악관 엑스(X) 계정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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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한-미 동맹을 군사·경제·과학기술 분야를 포괄하는 미래형 동맹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올해 안에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싶다”는 답변도 이끌어냈다. 첫 만남에서 두 정상이 깊은 신뢰와 유대감을 형성한 것은 의미가 크지만 통상·투자 분야에선 여전히 합의해야 할 구체적인 쟁점들이 남아 있어 ‘진짜 청구서’가 날아들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취임 뒤 첫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 워싱턴을 찾은 이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통상과 동맹 현대화, 한반도 평화 등 양국 간 현안에 대해 2시간20분 남짓 의견을 나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선박을 매우 훌륭하게 건조하고, 한국 기업들이 미국 내 조선소 설립을 검토하고 있어, 우리도 다시 선박 건조 사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조선업 협력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비(B)-2 폭격기 등 미국산 첨단 무기의 우수성을 언급한 뒤엔 “한국은 그런 장비의 주요 구매국이며, 이 자리에서도 군사 장비와 관련된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세계 각지의 분쟁 해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준 활약을 언급한 뒤 “가급적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국가로 남아 있는 한반도에도 평화를 만들어달라.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를 만드는 피스메이커(Peacemaker)가 되면, 저는 페이스메이커(Pacemaker)가 되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1기 행정부 시절 맺은 우호 관계를 장황하게 설명한 뒤 “우리는 남북문제와 관련해서 뭔가를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올해 그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펙(APEC) 정상회의 초청에도 긍정적 답변을 내놨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중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통상 이슈에 더해진 안보 이슈에서도 큰 마찰 없이 동맹 외교의 첫 단추를 끼웠다. 주한미군의 주된 임무를 중국 견제로 전환하고 한국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미국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 대신 정부 스스로 국방비 증액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 뒤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한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동맹을 안보환경 변화에 발맞춰 현대화해 나가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며 “국방비를 증액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상회담 전 △경제·통상 분야 안정화 △동맹 현대화 △새 협력 분야 개척을 회담의 3가지 목표로 내걸었던 대통령실은 이날 “세 분야 모두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고 자평했다. 대통령실은 회담 결과가 정상 간 합의문 형태로 정리될 만큼 구체화되진 않았지만, 두 정상이 신뢰와 유대감을 형성한 것 자체로도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다만 다수의 민감 현안을 추후 과제로 미룬 것은 한계라는 지적이 나온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는 기금 구조와 운영 방식 등에 대한 합의를 마무리짓지 못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이날 정상회담 뒤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미국은 시장 개방을 원한다. 우리 농민과 제조업자, 혁신가를 위해 시장을 계속 개척할 것”이라며 추가적인 시장개방 요구가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워싱턴/엄지원 기자, 서영지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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