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애플 매장에 이 회사의 로고가 붙어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
정부가 애플이 신청한 한국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여부 결정을 연기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동일한 축척의 지도 데이터를 요청한 구글과 병합해 심사한다는 것으로, 11월을 전후해 두 업체 모두에 대한 허가 여부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2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다음 달 8일로 예정된 애플의 1:5000 축척(지도상 1㎝가 실제 거리 50m)의 고정밀 지도 반출 요청 처리 기한을 연장하는 쪽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다음 달로 예정돼 있었던 애플의 요청 처리 기한을 연장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구글과 같이 병합해서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로 예정된 구글에 대한 지도 반출 결정 시점과 맞물려서 애플의 지도 반출 허가 여부도 함께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정부는 글로벌 정보기술(IT)기업의 고정밀 지도 반출 요구에 난색을 표해왔다. 구글과 애플이 신청한 1:5000 축척의 지도는 위치 정확도가 1~2m 안팎인 고정밀 지도로, 도로 위 차량의 위치나 신호등, 건물 출입구같이 작은 지점의 위치도 거의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만큼 안보 위험도 커서, 정부는 이러한 지도 데이터가 개별 기업에서 자체 개발한 위성영상과 결합할 경우 군부대 등 국가 중요 시설이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앞서 구글은 2007년과 2016년, 애플은 2023년 동일 축척의 지도 데이터 반출을 요청했지만, 정부는 안보 위협을 이유로 불허한 바 있다. 한 국내 지도 서비스 업계 관계자는 “단순 길 찾기 서비스용이라면 현재 구글 등이 사용하는 1대25000 축척의 지도로도 문제가 없는데,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확보해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 등에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미국의 압박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각) 트루스소셜에서 “미국 기술 기업을 공격하는 국가에 맞서 싸우겠다. 디지털 세금, 법안, 규제를 가진 국가들이 (미국 기술 기업에) 차별적인 조처를 제거하지 않는다면 해당 국가의 수출품에 상당한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고도로 보호된 기술과 반도체 수출을 제한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유럽연합(EU)의 플랫폼 규제 법안인 디지털시장법(DMA)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되지만,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지난 3월 “한국은 위치기반 데이터 수출을 제한하는 유일한 주요 시장”이라고 지목한 만큼 우리나라도 이같은 위협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구글, 애플이 회원사인 미국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는 최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에게 ‘한국의 디지털 무역장벽 완화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서한을 보내며 압박하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제시하는 조건(구글 위성사진에 노출된 주요 보안시설 블러 처리 등)은 동일하다. 그걸 업체가 수용할지, 말지가 핵심”이라며 “정부가 요구하는 조건을 수용하지 않겠다면 불허하는 게 맞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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