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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원화 스테이블코인 왜 필요한지 생각해야

조선비즈 이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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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금융학회장까지 지낸 한 대학의 경제학부 원로 교수는 “원화가 글로벌에서 인정받지 못하는데,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만든다고 뭐가 달라지겠냐”고 말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관심은 뜨거운 것 같아도, 막상 출시되면 사용하는 사람이 적을 것이란 전망이다. 사용하는 사람이 적다는 것은 별다른 쓸모가 없다는 뜻이다. 이 한마디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왜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든다.

스테이블코인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한다. 미국이 만들고, 유럽도 만들고, 이웃 나라 일본도 만드니, 한국도 하루빨리 만들어야 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필요성도 이러한 논리에서 비롯된 것처럼 보인다. 스테이블코인을 정부가 주도한다는 것도 어색하지만, 왜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도 부족한 것 같다. 여기저기 물어봤으나 속 시원한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가상자산업계의 연구원조차 “왜 스테이블코인이 필요한지 아무도 이야기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스테이블코인인 테더·서클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기축통화인 달러와 연동되기 때문이다. 1코인은 1달러와 같은 가치를 지닌다. 가치를 종이에 담아 법정화폐로 유통하느냐,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에 담아 스테이블코인으로 유통하느냐의 차이다. 테더·서클이 국제적으로 여기저기 많이 사용되는 이유는 테더·서클이라서가 아니라 ‘디지털 달러’여서다. 사람들이 수많은 스테이블코인을 제쳐두고 테더·서클을 찾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국내 코인 투자자들도 테더·서클을 이용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없어서 불가피하게 내린 선택이 아니다. 이미 글로벌 코인 시장은 테더·서클과 같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구축돼 있다. 이 시장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점유율이 눈에 띄게 상승한다는 것은 좀처럼 생각하기 어렵다. 한국인이라고 해서 코인 거래하는 데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써야 할 이유가 없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지급·결제 수단이 된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글로벌 코인 시장이 달러 스테이블코인 중심인 것처럼, 국제 결제·송금의 기본 통화도 달러다. 당장 챗지피티와 넷플릭스 유료 서비스 가격도 달러로 책정되고 달러로 결제된다. 글로벌 기업이 원화 결제조차 지원하지 않는데, 어떻게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국제 지급·결제 수단이 된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없으면 통화 주권을 잃을 수 있다는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기 어렵다. 스테이블코인이 만들어 낼 새로운 디지털 세계의 질서는 ‘글로벌’이 기본 전제다. 이 국제시장에서 기축통화인 디지털 달러가 통용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국제 거래에서 원화가 사용되지 않는다고 통화주권을 빼앗겼다고 표현하지 않는다. 그냥 시장 한켠에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존재하기만 하면 통화주권을 지키는 것인가. 시급하게 하루라도 빨리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당장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출시되면 내수용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신용카드 대신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해 결제하는 수준이다. 법정화폐를 일부 대체하는 것만으로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 가상자산업계의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누가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가 될 것인지를 두고 싸움을 벌이고 있다. 테더·서클이 한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방한한다고 하자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당장 한국산 원화 스테이블코인 하나를 보유하는 것 자체가 중요해진 분위기다. 하지만 왜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 고민이 있어야만 원화 스테이블코인 활성화라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추진하는 정부도 “이걸 왜 쓰냐”는 질문에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이학준 기자(hakj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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