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두테르테 전 대통령 체포 주도적 역할 경찰청장 해임

[마닐라(필리핀)=AP/뉴시스]사라 두테르테 필리핀 부통령이 2월 7일 마닐라에서 기자회견 중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필리핀 대법원은 7월 25일 두테르테 부통령에 대한 탄핵이 절차상의 문제로 헌법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 암살 위협을 포함한 일련의 범죄 혐의에 대한 그녀의 예정된 재판이 연기됐다. 8월 상원은 그에 대한 탄핵 심리를 보류해 '탄핵 리스크'를 벗어나게 됐다. 2025.08.26.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은 26일 니콜라스 토레 경찰청장을 전격 해임했다고 워싱턴 포스트(WP)가 보도했다.

토레 청장은 3월 홍콩에서 귀국하던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을 마닐라 국제공항에서 전격 체포해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넘기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마르코스 주니어 정부는 두테르테측의 항의에 대해 인터폴 가입국으로서 인터폴 협조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인터폴은 ICC의 요청에 따라 두테르테 전 대통령을 체포했다.

루카스 베르사민 대통령실 행정비서관은 2027년까지 임기가 남은 토레 청장을 해임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그는 경찰청장직은 호세 멜렌시오 나르타테스 주니어로 대체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베르사민 비서관은 토레에게 공개한 서한에서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경찰청장직을 즉각 해임한다는 내용을 알리고 “사무실과 관련 사안, 문서 및 정보를 적절히 이관하라”고 지시했다.

토레는 해임에 앞서 12명 이상의 경찰관을 해임한 것을 두고 정부 관계자들과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위원회는 토레 청장이 해임한 경찰관들의 복직을 명령했지만 그는 즉시 시행하지 않았다.

내무부 장관 욘빅 레물라는 기자 회견에서 토레 청장이 해임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그는 어떤 법도 위반하지 않았고, 형사상이나 행정상 기소도 받지 않았다”며 “국가 경찰의 새로운 방향을 택하는 것은 단지 대통령의 선택일 뿐”이라고 말했다.

레물라 장관은 “대통령과 토레 청장은 훌륭하고 생산적인 관계를 가졌다”며 “우리는 사람이 아닌 법의 나라”라며 “토레 청장이 해임된 구체적인 이유는 대통령만이 밝힐 수 있다”고 말했다.

토레 청장은 불과 며칠 전 마르코스 대통령에게 국가 경찰 본부에 새로운 범죄 방지 전투실을 시연했다. 그곳에서 경찰은 양방향 무선 통신 및 기타 통신 시스템을 통해 신속하게 소통하고 5분 이내에 모든 치안 문제에 대응할 수 있다고 토레 청장은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그가 전격 해임돼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마르코스 정부가 두테르테 전 대통령을 전격 체포한 것은 두 전현직 대통령이 필리핀에서 대표적인 정치 명문가로서 경쟁 관계에 있다는 것도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 많았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재직 시절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며 무고한 시민을 대규모로 살해한 혐의로 ICC에 기소됐다.

필리핀 정치 권력의 풍향은 두테르테 전 대통령 체포 2개월 후인 5월 치러진 중간선거 격의 총선에서 마르코스 대통령 진영이 사실상 패배하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도 ICC에 구금 중인 가운데 다바오시 시장에 옥중 당선됐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딸이자 현 부통령인 사라 두테르테는 이달 6일 상원에서 탄핵안이 보류돼 ‘탄핵 리스크’를 벗었으며 2028년 대선에 출마할 수도 있게 됐다.

이런 정치 상황의 변화가 두테르테 전 대통령을 체포했던 경찰청장을 전격 해임한 것과 관련이 있는 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kjdrag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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