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 디시(D.C.) 백악관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환영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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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 나온 미국 대통령의 폭탄 발언, 행사 30분 지연 등으로 뒤숭숭하던 분위기는 두 정상이 만나는 순간 눈 녹듯 사라졌다. 나란히 붉은 색 넥타이를 맨 양국 정상은 서로에 대한 칭찬을 쏟아냈고, 회담은 예정된 2시간을 20분 가량 넘겨 끝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단한 진전, 대단한 사람들, 대단한 협상이었다. 난 언제나 당신과 함께 있다”며 이재명 대통령과 이별을 아쉬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25일(현지시각) 낮 12시30분께 백악관 북쪽 입구로 태극기와 성조기를 나란히 단 검은색 차량이 들어섰다. 차로 옆으로 줄을 선 미국 의장대 사이를 통과한 차량이 웨스트윙으로 향하자 입구에 트럼프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차에서 내린 이 대통령과 악수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 어깨에 손을 올리며 백악관 내부로 안내했다.
제이디(J.D.) 밴스 부통령,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 한 줄로 선 트럼프 대통령 참모진이 이 대통령을 악수로 맞이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반갑습니다”라며 한국어로 인사했고, 이 대통령과 서로의 손목을 가볍게 두드리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러트닉 장관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려 보였다.
이 대통령이 방명록 작성에 사용한 만년필을 보고 트럼프 대통령이 “멋지다”며 관심을 보이자 즉석에서 이 만년필을 선물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의 갈색 만년필을 보고 “직접 대통령이 가져오신 건가. 다시 가져가실 거냐”고 물었다고 한다. “한미동맹의 황금시대, 강하고 위대한 미래가 새로 시작됩니다”라고 적은 이 대통령의 메시지를 보고 “아주 아름답게 작성하셨다”라고도 말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즉석에서 “한국에서 만든 것”이라며 펜을 선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용하진 않겠지만 선물을 영광스럽고 소중하게 간직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물한 펜은 선물용으로 준비한 것은 아니고, 이재명 대통령이 공식 행사 시 서명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제작한 것”이라고 밝혔다. 두 달에 걸쳐 수공으로 제작한 펜 케이스에 서명하기 편한 심을 넣어 제작하였고, 펜 케이스에는 태극 문양과 봉황이 각인돼 있다는 설명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디시(D.C.)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미국 쪽 수행원인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만년필 선물로 화기애애해진 분위기는 공개로 진행한 소인수 회담장으로 이어졌다. 이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보라며 “북한에 트럼프월드도 하나 지어서 저도 거기서 골프도 치게 해 달라”고 말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께서 ‘피스메이커’를 하시면 저는 ‘페이스메이커’로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하자 다시 한번 오벌오피스에 웃음이 퍼졌다.
공개 회담에서 이 대통령을 칭찬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비공개 오찬에서도 칭찬을 이어갔다고 한다. 이 대통령을 추켜세우며 “당신은 전사다, 당신은 미국으로부터 완전한 지원을 받게 될 것이다” 등의 말로 친밀감을 강조했다는 게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의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 대통령에게 “당신은 위대한 사람이고 위대한 지도자다. 한국은 당신과 함께 더 높은 곳에서 놀라운 미래를 갖게 될 것이다. 난 언제나 당신과 함께 있다”는 메시지를 직접 써서 이 대통령에게 건네기도 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정치 테러 위협을 받았던 두 정상의 경험을 풀어내며 “우리 둘은 비슷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고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종 이 대통령 뿐 아니라 대통령실·정부 인사들을 후하게 대접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모진들의 이름표에 직접 사인을 해주거나, 식사 뒤 접객실로 참모들을 초대해 골프공, 모자, 골프 핀, 와이셔츠, 커프스핀 등 마음에 드는 소장품들을 고르도록 하고 여기에 일일이 사인을 해줬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함께 찍은 사진을 바로 현상해 직접 서명한 뒤 이 대통령에게 선물로 건네기도 했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 워싱턴 디시(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이재명 한국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 중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
이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맞춤형 선물을 제작해 전달했다. 대통령실이 공개한 이재명 대통령의 선물 리스트는 금속 거북선 모형, 수제 골프 퍼터,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가 새겨진 카우보이 모자 등이다.
금속 거북선 모형은 에이치디(HD)현대중공업의 오정철 명장이 직접 제작한 것으로, 가로 30㎝, 세로 25㎝의 크기다. 대통령실은 “실제 조선업 종사자가 제작한 거북선으로,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우리 조선 기술의 우수성을 알리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미국과의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의 상징물인 셈이다. 한국 골프 퍼터 제조사인 ‘골드파이브’가 제작한 맞춤형 퍼터는 트럼프 대통령의 키 등 체형에 맞춰 제작한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과 미국의 45·47대 대통령 역임 차수가 각인됐다.
‘마가’ 글귀와 미국·대한민국 국기가 자수로 놓인 카우보이 모자는 빨간색, 하얀색 두 가지 종류로 제작했다. 대통령실은 “빨강 모자는 트럼프 대통령, 흰색 모자는 대통령 부인 멜라니아 여사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가 모자를 애용하지만 카우보이 마가 모자는 착용한 적이 없어 특별히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멜라니아 여사용 모자는 챙 넓이도 좁게 조정했다고 한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엄지원 기자, 고경주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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