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25일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판문점을 방문해 남북 연락채널 등 현지상황을 점검했다. (통일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7.25/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미 정상 간의 만남을 제안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내에 만나고 싶다"라고 밝히면서 북미 정상의 '재회'가 빠르게 진행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26일 나온다. 올해 가을 경주에서는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올해 10월 말 개최되는 APEC에 트럼프 대통령을 초청하면서 "가능하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의 만남도 추진해 보자"라고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같은 제안에 고무된 듯 취재진들의 '올해 아니면 내년에 그(김정은)를 볼 것이냐'는 질문에 "나는 많은 사람을 만나고 있다. 그래서 말하기는 어렵지만, 올해 그를 만나고 싶다"며 북미 정상회담의 연내 재추진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현실적으로 APEC 외에는 올해 안에 북미 정상의 만남의 계기를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문제는 APEC에서의 만남이 성사될 가능성도 높지 않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미 여러 차례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 등을 통해 남북, 북미 대화를 거부하며 한미가 자신들이 제기한 '높은 문턱'을 넘는 결정을 해야 대화 모색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에게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것을, 한국에는 '남북 두 국가' 정책을 인정하라는 것이 골자다.
APEC 비회원국도 의장국의 결심과 회원국과의 논의를 통해 정상회의 초청이 가능하지만, 기본적인 남북 연락채널 복구에도 나서지 않는 북한이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에 참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한미가 마련한 대화판에 끌려 나오는 듯한 모습이 연출되는 것에 큰 거부감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APEC 참가보다 현실성이 높은 방안은 지난 2019년 6월 30일에 남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회동한 방식을 재현하는 것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한국을 찾아 자신의 SNS로 김 총비서를 향해 '만나자'라는 메시지를 띄웠고, 북한이 호응하며 전격적으로 예정에 없던 판문점 3자 회동이 성사됐다.
이같은 방식은 전례가 있다는 점, 어느 한 편에 치우치지 않은 판문점이라는 '동등한 공간'에서 만남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북한의 APEC 직접 참석보다 성사 가능성은 높다는 관측이다.
이날 정동영 통일부 장관도 APEC을 계기로 북미 정상이 만날 가능성에 대해 "(북한의) 자체 참석은 비현실적"이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계기를 활용할 필요는 있다"라고 짚었다.
가늠자는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북한의 첫 평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를 비난·조롱하지 않고 정제된 톤으로 평가한다면 북미 정상의 '조기 만남' 가능성은 한층 높아질 수 있다.
반대로 '핵보유국'과 '남북 두 국가'라는 요구사항이 전혀 관철되지 않은 정상회담의 결과를 맹비난하거나, 돌발적인 무력 도발로 응수할 경우 남북미 3자의 접점 찾기는 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은 '피스메이커'로, 이 대통령을 '페이스메이커'로 지칭한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당장은 남북 간 양자 대화보다 북미 양국 간 대화의 계기를 만드는 데 더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대북 유화책을 이어가면서도 미국에도 북한을 향한 꾸준한 대화 메시지를 촉구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총장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한 평화 국면 전개 경험이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치켜세우며 사실상 APEC을 계기로 남북, 북미 대화를 제안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시간과 부담을 줄여준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김정은 총비서와의 대화 의향을 더 강하게 표명하면 김 총비서도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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