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노련한 이재명, 칭찬·농담으로 트럼프 매료…그 자체로 승리"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회담에서 노련하게 돌발 상황을 피해 갔다는 외신 평가가 나온다.

BBC 방송은 회담 직전까지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의 트루스소셜 게시물로 긴장감이 조성됐으나, 이 대통령이 노련한 정치인답게 능숙한 태도로 매력을 발산해 곤란한 상황을 피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을 불과 약 3시간 앞두고 트루스소셜에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냐"며 "숙청 또는 혁명이 일어나는 상황 같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런 상황에서는, 그곳에서는 사업을 할 수 없다"라고도 직격했다.

그러나 정작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특검의 압수수색과 관련해 이 대통령의 설명을 듣고 "한국의 교회 압수수색은 오해일 것이라고 확신한다"면서 "해결될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BBC 방송은 이 대통령이 칭찬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에게 일어났던 일이 반복될 것을 우려하던 관계자들의 걱정을 피했다"고 분석했다. 회담 직전까지 '매복 공격' 우려가 있었으나 긴장을 피해 한국 대표단이 안도했다고도 전했다.

25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 정상과 회담하기 전 위협적인 게시물을 올린 전례가 있다면서도 이번 회담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됐다"고 봤다.

그러면서 두 정상이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암살 시도와 형사 기소, 재판, 유죄 판결 등 공통된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며 이번 정상회담은 두 지도자가 첫 만남에서 라포르(rapport)를 형성하는 기회가 됐다고 평가했다.

WP는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에 트럼프 월드도 지으셔서 제가 그곳에서 골프도 칠 수 있게 해달라"는 농담을 곁들이며 트럼프의 미소를 끌어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전 한국의 정치적 안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던 것과 대조적으로, 회담에서는 거의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았고 이 대통령을 "한국을 대표하는 매우 훌륭한 인물"로 칭찬하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이 미국 주식시장의 상승세와 백악관 집무실 인테리어,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 추구 노력을 칭찬하며 매혹 공세(charm offensive)를 펼쳤다는 게 블룸버그의 분석이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백악관 집무실에서 한국은 아주 좋은 날을 맞았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 대통령은 오벌오피스 문을 열기 전부터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면서도 "그런데도 한국 대통령은 공개 석상을 무사히 넘겼고 농담을 나누며 트럼프를 매료시켰다. 그 자체로도 승리로 간주된다"고 평가했다.

폴리티코는 "이 대통령이 과제를 달성했음은 분명하다"며 "아첨은 끊임없었고 과도하기까지 했지만 이는 외국 지도자들 사이에서 관례가 됐던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매체는 "이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미소 지으며 나올 수 있었던 건 단순히 아첨하는 태도뿐만이 아니다"라며 "그의 계산된 미국 우선주의 수사는 한국 대통령이 한미 양국에 모두 상호이익이 되는 안보 우선순위를 정의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고 봤다.

pasta@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