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거주’와 ‘용도 변경’ 기로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생활형숙박시설(이하 생숙)이 중대 기로에 섰다. ‘숙박업’으로 신고하거나 오피스텔 등으로 ‘용도 변경’을 신청하지 않으면 모두 위법 건축물로 간주하고 10월부터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규제 시행을 앞두고 이른바 ‘생숙 대란’이 벌어질 전망이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 ‘롯데캐슬르웨스트’는 서울에서 생숙을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한 첫 사례가 됐다. (윤관식 기자) |
2012년 도입된 생활형숙박시설
다주택 규제 피해 각광받았지만…
2012년 도입된 생숙은 수분양자가 장기 투숙 가능한 호텔·콘도처럼 숙박시설로 운용해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이다. 호텔과 오피스텔의 장점을 모아놓은 주거 형태인 셈인데, 엄밀히 말하면 주택은 아니다. 따라서 주택법이 아닌 건축법을 적용받는다. 주택으로 간주되지 않아 대출 규제가 느슨하고 전매가 자유로워 2020~2021년 부동산 호황기 때 다주택자 규제를 피할 수 있는 거주 형태로 인기를 끌었다.
당시 생숙은 개별 등기가 가능했고 숙박업 등록도 의무 사항이 아니었다. 취사와 세탁이 가능하다 보니 오피스텔이나 임대주택처럼 전·월세 세입자를 받을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으로 거래되는 경우가 많았다. 소유주가 직접 입주해 주택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도 태반이었다.
하지만 장기 체류 관광객을 유치한다던 취지와 달리, 투자자들은 생활형숙박시설을 운영해 숙박료를 벌어들이기보다는 웃돈을 붙여 전매하면서 시세 차익을 내는 경우가 많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생숙을 두고 규제를 피한 편법이라는 논란이 꾸준히 불거졌다. 그러다 정부가 2021년 주거용으로 이용하는 생숙을 ‘불법’으로 간주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정부는 신규 생숙이 주거 전용으로 사용되지 못하도록 하는 한편, 기존 생숙은 일정 실(세대) 이상이 공동으로 숙박업 신고를 하거나 개별 호실이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 신고를 하도록 하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숙박업 등록이 의무화되면서 생숙을 분양받은 계약자가 직접 거주하거나 전·월세 세입자를 받는 일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졌다. 주택 수에 포함되지는 않는 대신 용도가 숙박업으로 확실하게 제한된 것이다. 이미 생숙을 분양받아 주택으로 사용 중일 경우 건물을 주거용 오피스텔이나 주택으로 용도를 변경해야 한다. 대신 정부는 2023년 10월까지는 용도 변경을 신청해도 이행강제금을 부과하지 않겠다며 퇴로를 열어뒀다.
다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생숙을 오피스텔로 변경하려면 가구당 1대의 주차장(전용 60㎡ 이하일 경우 가구당 0.7대)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 생숙의 경우 시설 면적 200㎡당 1대만 두면 됐기 때문에 주차장을 더 늘려야 한다. 또 복도폭도 늘려야 하기 때문에 이미 생숙이 준공된 경우에는 사실상 건물을 새로 지어야 한다. 사용·설계 승인이 난 경우에도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관련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하는 상황이 생겨났다. 이때 주거용으로 불법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생숙이 여전히 11만실에 달한다.
용도 변경에 난항을 표하는 소유주가 많아지자 국토교통부는 당초 2023년 10월 14일까지였던 유예기간을 지난해 말까지 연장했고 다시 한 차례 더 늘려 오는 9월 말을 ‘데드라인’으로 잡았다. 이때까지 용도 변경 신청을 한 생숙 소유주에게는 2027년 연말까지 이행강제금 부과를 유예하기로 했다. 이때까지 용도 변경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후속 절차를 이행하는 건축주에 대해서도 용도 변경 신청을 완료한 것으로 간주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용도 변경(신청 포함)이나 숙박업 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미조치’ 생숙은 여전히 4만실을 넘는 상황이다. 현재 공사 중인 4만5000실을 합하면 약 9만실에 이른다. 전국 18만6000실 가운데 절반가량이 ‘불법’ 시설이 될 위기에 처한 것. 이들 미조치 생숙이 일반 주거용으로 이용될 경우 소유주는 매년 건축물 공시가격의 10%를 이행강제금으로 구·군에 납부해야 한다.
수천 부담금에 갈등 생기는 반면
생숙 → 오피스텔 사례 등장하기도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생숙 현장 곳곳에서는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일례로 경남 창원시 ‘힐스테이트창원센트럴(296실)’ 생숙은 오는 10월 준공을 앞두고 수분양자들이 시위에 나섰다. 7억4000만~8억8000만원을 내고 생숙을 분양받았지만 당초 계획과 달리 실거주를 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창원시에 오피스텔로 변경 승인을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주차 면수가 발목을 잡았다. 오피스텔 규정에 맞는 주차장을 설치할 수 없어 창원시에 내야 하는 기부채납금이 약 110억~12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돼서다. 소유주 1명당 3700만~4000만원가량을 추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 수분양자들은 창원시에 이 기준을 완화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창원시는 자칫 특혜 소지가 생길 수 있다는 입장이다. 힐스테이트창원센트럴 입주예정자협의회 관계자는 “9월 말까지 용도 변경이 안 되면 그냥 생숙으로 준공해야 하고, 그땐 대출이 안 나와 잔금도 갚을 수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반면, 생숙을 오피스텔로 전환하거나 숙박업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한 사례도 없진 않다.
서울 강서구 ‘롯데캐슬르웨스트(876실)’는 지난해 8월 서울시로부터 용도 변경 허가를 받아냈고, 남은 행정 절차를 거쳐 같은 해 10월 오피스텔로 용도가 바뀌었다. 서울시에서 생숙이 오피스텔로 바뀐 첫 사례다. 이로 인한 비용이 약 200억원은 원래대로라면 수분양자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었지만 시공사 롯데건설이 원활한 입주를 위해 수분양자 대신 부담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생숙 여러 실을 모아 호텔 등 숙박시설로 용도 변경해 정식으로 운영하는 사례도 있다. 해외 유명 호텔 브랜드로 운영될 예정이던 강원 속초의 한 생숙은 전체 476실 중 일부(47실)를 ‘호텔어라운드(속초 마리비스타점)’ 브랜드로 리뉴얼해 정식 운영하고 있다.
다만 서울 롯데캐슬르웨스트, 속초 호텔어라운드 사례는 기업(롯데건설, AZMT)이 발 벗고 나서 문제를 해결한 경우다. 생숙 대부분은 수백명에 달하는 소유주가 의견을 모으기 쉽지 않고, 추후 행정 절차, 비용 부담 문제를 해결하기도 쉽지 않다.
이에 지자체가 나서 용도 변경 컨설팅을 진행하고, 기부채납 금액을 낮추는 한편, 숙박업은 전문 업체와 연결해 수익성을 개선하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생숙 복도폭 완화 등 관련 규제가 일부 완화됐고, 일부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생숙 용도 변경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생숙이 주거용 오피스텔이 되면 주택 공급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만큼 용도 전환 속도를 높일 방안을 마련해봄직하다”고 강조했다.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24호 (2025.08.27~09.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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