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법원장 김국현)은 25일 ‘소송구조 변호사 간담회’를 주제로 제6회 열린강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서울행정법원 제공] |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돈이 없어 변호사의 법적인 도움을 받지 못하고 ‘나홀로 소송’을 진행하는 일이 없도록 돕는 소송구조 변호사들의 수임료가 18년째 동결 상태다. 사회적 약자의 법률 서비스 접근권 보장을 위해 국가가 지급하는 수임료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행정법원(법원장 김국현)은 25일 오후 3시께부터 ‘소송구조 변호사 간담회’를 주제로 제6회 열린강좌를 개최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소송대리인, 소송수행자 등에게 최근 행정소송의 동향 및 서울행정법원 실무를 소개하고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열린강좌를 열고 있다. 조세소송, 난민소송, 학교폭력, 법정 방청 등을 주제로 개최한 바 있다.
소송구조 제도란 소송비용을 지출하기 어려운 소송당사자에 대해 법원이 신청 또는 직권으로 인지대, 변호사 보수, 송달료, 감정료 등 재판 비용 납입을 유예 또는 면제해 주는 제도다. 민사소송, 행정소송, 가사소송은 물론 독촉사건, 가압류·가처분신청사건도 대상이 된다. 2002년 대법원 예규를 통해 도입됐다.
일반 국민의 법률 수요가 높아지면서 소송구조 제도를 이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전문분야에 따라 ▷일반행정 30명 ▷외국인·난민 28명 ▷산업재해 20명 등 총 140명의 소송구조 변호사를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전국 법원의 소송구조 결정 건수는 한해 약 1600건으로 추산된다. 서울행정법원의 경우 소송구조 예산 집행률이 2023년 기준 99.8%에 이른다. 100% 또는 100% 초과 법원도 다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행정법원에서 노동 분야 소송구조 변호사로 활동 중인 고아연 변호사(사법연수원 41기)는 “소송 구조 사건 보수가 높지 않다. 소송 구조 사건을 맡이 많으면 사무실 운영 효율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며 “중앙노동위원회 등이 운영하는 권리구제 대리인 제도의 경우 보수기준 규정을 별도로 둔다. 심문 회의 참석 여부, 사건 결과, 근로자 수 또는 병합 사건 유무 등에 따라 보수청구를 할 수 있게 돼있다”고 말했다.
대법원 예규에 따르면 소송구조 변호사의 보수는 심급당 100만원이다. 2002년 도입 당시 70만원에서 2007년 100만원으로 한차례 인상됐으나 2017년 예산 부족 등 이유로 80만원으로 삭감됐다. 이후 2018년 다시 100만원으로 증액됐다. 2019년부터는 재판장의 허가를 받아 최대 200만원까지 증액할 수 있게 됐다. 2020년 서울중앙지방법원 소송구조 변호사 보수 현황에 따르면 100만원 미만 10.2%, 100만원 이상 150만원 미만 85.5%, 150만원 이상 200만원 이하 4.2%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행정법원의 노동 분야 소송 구조 변호사로 활동 중인 이철희 변호사(변호사시험 8회)는 “노동 분야 소송 구조는 노동시장 건전성 확보를 위해 필수적이다. 하지만 낮은 보수, 많은 업무량이라는 장벽으로 변호사들이 기피하고 있다”고 했다.
법원 또한 보수 인상 필요성에 공감을 표했다. 서울행정법원의 서지원 판사(사법연수원 40기)는 “일반 민사사건의 경우 변호사 보수 산입표에 따르면 소송 목적의 값이 5000만원인 경우 440만원이다. 소송구조 변호사의 기본금 100만원과 현저한 차이가 있다”며 “지나치게 낮은 보수는 법률 서비스의 질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소송 구조 제도가 재판 청구권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인 점을 감안하면 보수 인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소송 구조 변호사의 보수를 최대 200만원까지 증액할 수 있도록 되어 있지만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실제 적용하기 쉽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 2022년 사법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소송구조제도의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증액 기준을 정량화할 필요가 있다. 난이도, 투입 노동량, 등은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 법원이 자체적으로 증액하기 어렵다. 증액 요소를 단순화하고 점수를 계량화해 객관적인 증액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소송 구조 제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행정소송 분야별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변호사는 노동 분야 행정소송이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심판을 거치고 진행되는 만큼 관련 기록 확보를 시스템화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 변호사는 “심판을 거치면서 의뢰인의 기억이 왜곡되기도 하고 관련 증거가 지노위, 중노위에 원본 형태로 제출돼 유실되기도 한다”며 “노동위와 연계해 자동으로 (심판 기록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면 변호사가 사건을 수임하고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양선응 변호사(사법연수원 46기)는 산업재해 전문 소송 구조 변호사로서 소송 대상에 따라 지원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양 변호사는 “통상 지원 범위는 인지세, 송달료, 변호사 보수 등이다. 산업재해 관련해서는 감정료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진료기록 감정은 120만원, 신체 감정 80만원, 정신감정 800만~1000만원 등으로 소송 구조 신청을 하는 당사자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이다”고 했다.
김국현 서울행정법원장은 “행정소송은 국가, 지방자치단체 등 공권력을 가진 기관의 권력을 통제해 법치 행정을 구체화하는 역할을 한다. 소송 구조 변호사는 최전선에서 활약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지를 가지시길 바란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