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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하, 일본 인상 ‘엇갈린 금리 신호’…‘엔캐리 청산 발작’ 시동 켜나

중앙일보 염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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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엔화 자금을 빌려 고금리 달러 자산을 사는 엔캐리 트레이드. 로이터=연합뉴스

저금리 엔화 자금을 빌려 고금리 달러 자산을 사는 엔캐리 트레이드. 로이터=연합뉴스


빌린 일본 엔화를 갚기 위해 미국 달러 자산을 매각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신호가 엇갈리면서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이달 22일(현지시간) 잭슨홀 연설에서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기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고용시장 하방 위험이 커지면 급격한 해고와 실업률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물가 상승보다 고용 둔화 위험에 무게를 둔 것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ed가 다음 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확률은 25일 오후 3시30분(한국시간) 기준 87.3%에 이른다. Fed가 인하에 나서면, 올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첫 기준금리 인하다.

반면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는 잭슨홀서 금리 인상 쪽으로 ‘깜빡이’를 켰다. 우에다 총재가 “임금 상승 압력이 대기업을 넘어 중소기업까지 퍼지고 있다”며 금리 인상을 위한 조건을 갖췄다는 시각을 드러내면서다. 시장에선 BOJ가 트럼프발 관세전쟁의 충격을 우려해 올해 1월 이후 중단했던 ‘인상 사이클’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미국과 일본의 엇갈린 통화정책 신호에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재점화됐다. 사실상 제로 금리였던 일본에서 엔화를 빌린 뒤 다시 달러로 바꿔 미국 금융 자산에 투자했던 엔 캐리 트레이드 여건이 나빠지고 있어서다.

미국과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수익률)의 격차가 좁혀진 것이 대표적이다. 금리 차이가 줄면 엔화를 빌려 달러 자산에 투자할 유인이 약해진다.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달 22일 연 1.616%로 올해 들어 0.497%포인트 뛰었다. 리먼 브러더스 사태 직후인 2008년 5월 이후 가장 높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연초 연 4.8% 코앞까지 상승했다가 이달 22일 연 4.258%로 밀려났다. 그 결과 올해 초 3.5%포인트 이상 벌어졌던 미국과 일본과의 국채 금리 격차는 2.6%포인트대로 좁혀졌다.

‘달러 약세와 엔화 강세’가 동반된다는 점도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를 자극한다. 환 손실을 막으려는 투자자들이 달러 자산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고, 빌린 돈(엔화) 상환에 나설 수 있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엔과 유로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22일(현지시간) 97.92로 이달 초(99.14)보다 1.2% 하락했다. 다음 달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반영되면서다. 반면 미국 달러 대비 엔화가치는 올해 초 158엔대에서 이달 22일 146엔대로 솟구쳤다.


시장에서 우려하는 건 청산 규모다. 지난해 8월 한국은행은 ‘엔 캐리 트레이드 수익률 변화와 청산 가능 규모 추정’ 보고서에서 지난해 3월 말 기준 전체 엔 캐리 자금 잔액을 506조6000억엔(약 4768조원)으로 추정했다. 한은은 이 중 6.5%인 32조7000억엔(약 308조원)을 청산이 가능한 규모로 파악했다. 프랑스 은행 소시에테제네랄의 앨버트 에드워즈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금융시장은 일본 자금으로 부풀려졌다”며 “일본 투자자가 자금을 본국으로 회수하면 미국 금융시장이 출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도 많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 우려에 Fed가 (9월 이후에도) 연속적인 금리 인하를 택하긴 어렵다”며 “미국이 여전히 4%대 고금리인 데다 투자자는 이미 엔화 강세에도 베팅하고 있어 과도하게 달러 자산을 팔고 엔화를 사려는 움직임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미국 달러 대비 원화가치는 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약세 영향으로 전 거래일보다 8.5원 오른(환율은 하락) 1384.7원에 마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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