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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식 K-거래의 기술…트럼프 11가지 ‘흥정 패턴’ 지피지기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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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왼쪽),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연합뉴스, AP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왼쪽),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연합뉴스, AP 연합뉴스


‘부동산업자’ 도널드 트럼프는 1987년 ‘거래의 기술’(TRUMP:The Art of the Deal)을 썼다. 트럼프는 책에서 자신의 거래 스타일을 이렇게 정리했다.



“내가 거래를 성사시키는 방식은 아주 간단하고 분명하다. 목표를 높게 잡은 뒤 목표 달성을 위해 전진에 전진을 거듭할 뿐이다. 때때로 목표에 미달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나는 원한 만큼의 목표를 달성한다.”



책 출간 38년 뒤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주요 교역국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관세 전쟁이 딱 이렇다. 동맹국을 상대로 밑도 끝도 없는 수십퍼센트의 관세를 일방적으로 부과한 뒤, 이를 깎아주는 대신 미국에 대한 거액의 투자를 ‘뜯어내는’ 식이다. 올해 2월 미 뉴욕타임스 정치부 기자들은 팟캐스트에서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트럼프의 위태한 세계관을 ‘트럼프 2.0 : 거래의 기술’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거래의 기술’에서 “재능과 브로커로서의 본능까지 갖고 있어서 크게 성공할 수 있는 독자들은 내 충고를 그대로 따르지 말았으면 싶다”고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모두 내 충고를 따르게 된다면 내 사업이 더욱 어려워질 테니까.”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을 상대로 벌이는 ‘트럼프의 사업’을 어렵게 만들 수 있을까. 이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협상하는지 ‘거래의 기술’에 다 써놨더라”라고 말했다. 일본에서 미 워싱턴으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을 어떻게 준비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한-미 정상회담 테이블에는 중국 견제에 대한 한국의 입장,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을 전제로 하는 한-미 동맹 현대화, 한국 국방비 증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관세협상 수정·번복 등 예상 가능한 의제 안에서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 변수가 속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래의 기술’에 다 써놨더라”라는 농담은 트럼프식 협상과 거래에 대한 사전 준비를 그만큼 철저히 했다는 자신감의 표출이지만, 거짓말도 서슴지 않았던 부동산 거래 기술을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힘과 결합한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24일(현지시각)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 이륙 뒤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 워싱턴으로 향하는 공군 1호기 기내에서 기자간담회를 하며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24일(현지시각)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 이륙 뒤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 워싱턴으로 향하는 공군 1호기 기내에서 기자간담회를 하며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례로 트럼프 대통령은 ‘거래의 기술’에 말 바꾸기나 거짓말, 과장으로 보이는 호텔 사업 경험을 여럿 적었다. 호텔을 폐업할 것처럼 공표하게 한 다음에 말을 바꾸거나, 호텔 공사가 거의 끝났다고 과장하는 식이다. 트럼프는 “나는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고 썼다. 그러면서 “거래를 할 때는 무엇인가 일을 추진시킬 지렛대를 이용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렇게 무리하지 않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요구한 대로 다 들어주기 어려운 상황이고, 국익이 최대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어렵다”며 정상회담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내린 모든 결정에 대해 ‘내가 모두 옳았다’(Trump was right about everything)고 믿는다. 한-미 정상회담 역사상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미국 대통령인 셈이다. 다만 이 대통령이 탐독했을 ‘거래의 기술’에는 ‘이재명식 K-거래의 기술’로 발전시켜 대응할 수 있는 대목들이 있다.



‘부동산업자’ 트럼프는 자신의 사업 스타일을 11가지 원칙으로 정리했다. 거래할 때는 항상 최악의 경우를 예상하고, 아무리 계획을 잘 세워도 제3의 선택지를 준비하며, 가망이 없다고 절망하는 대신 상대방을 설득할 지렛대를 찾고, 불리한 내용은 선전으로 덮고, 유리한 내용은 언론을 활용하고, 신념을 위해 싸울 때는 싸워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도 이를 숙지해 트럼프 변수에 대한 방패로 삼으면서, 역으로 치고 나갈 협상의 창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의 11가지 거래 원칙





① 크게 생각하라



“나는 크게 생각하기를 좋아한다. 사람들은 대개 무언가 결정을 내려야 할 경우 일을 성사시킨다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갖기 때문에 규모를 작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점이 나 같은 사람에게는 굉장히 유리하게 작용하지만.…크게 생각하기 위한 기본 요소의 하나는 집중력이다…날카롭고 강인하며 때로는 사악하기도 한 사람들과 맞서야 하는 뉴욕 부동산업계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나는 이러한 사람들과 맞서서 쳐부수는 것을 좋아하게 됐다.”



② 항상 최악의 경우를 예상하라



“사람들은 내가 도박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도박이라곤 해본 적이 없다…나는 긍정적 사고의 힘을 믿는다고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오히려 부정적 사고의 능력을 믿고 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거래를 할 때는 보수적 입장을 가지게 되었다. 즉 항상 최악의 경우를 고려하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를 예상하고 있으면 막상 일이 닥치더라도 견뎌낼 수가 있다…이런 방식으로 일에 착수하면 크게 욕심을 내지는 않게 된다는 점이다. 타석에서 볼 하나하나마다 홈런을 노린다면, 그만큼 스트라이크 아웃당할 확률도 높다.”



③ 선택의 폭을 최대한 넓혀라



“나는 또한 유연한 자세를 유지한다. 한 가지 거래에만 몰두하지도 않고 한 가지 방식만을 고집하지도 않는다…일단 거래가 성사되더라도 나는 최소한 대여섯 가지 방법을 동원해서 일을 추진시킨다. 왜냐하면 아무리 계획을 잘 세우더라도 무엇인가 복병이 될 만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언제나 있기 때문이다.”



④ 발로 뛰면서 시장을 조사하라



“나는 다른 사람이 만들어놓은 그럴듯한 시장조사는 믿지 않는다. 언제나 스스로 조사를 해서 결론을 낼 뿐이다. 나는 결론을 내기 전에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어보기를 좋아한다. 땅을 살 생각이 있으면 택시를 잡아탄 뒤 운전사들에게 질문을 하기도 한다…직접 물어서 얻는 결론이 항상 10만 달러씩 대가를 받고 조사하는 자문회사의 조사 결과보다 유용했었다.”



⑤ 지렛대를 사용하라



“거래를 할 때 가장 나쁜 자세는 도저히 가망이 없다고 절망하는 일이다. 그런 태도를 보이면 상대방은 전의에 불타게 되고, 당신은 이미 진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당신이 힘을 내면 낼수록 그만큼 성공의 가능성은 커진다…때로는 상상력과 세일즈맨으로서 자질이 필요할 경우가 있다. 다시 말해서 거래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상대방을 설득시켜야 한다.”



⑥ 입지보다 전략에 주력하라



“부동산 거래에서 가장 잘못된 인식은 입지에 따라 성공이 죄우된다는 생각이다…중요한 것은 좋은 입지가 아니라 최선의 거래이다…부동산의 위치도 선전이나 심리적 효과에 따라 얼마든지 좋다고 판단하도록 만을 수 있다…부동산 위치는 치장하기에 따라 달리 평가될 수 있다. 평범한 위치라도 치장을 잘하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내 말의 요점은 꼭 좋은 곳의 땅에 많은 돈을 투자한다고 해서 항상 돈을 버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제일 좋은 입지의 땅을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과도한 투자는 하지 말아야 한다.”



⑦ 언론을 이용하라



“나는 일을 조금 색다르게 처리했으며, 논쟁이 빚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내가 관여한 거래는 다소 허황해 보이기도 했다…신문이 나를 주목하게 되어 내 기사를 쓰지 못해 안달을 하게 됐다. 언론이 항상 나를 좋아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어떤 때는 긍정적인 기사를 쓰지만 어떤 경우에 헐뜯는 기사가 나올 때도 있다. 그러나 순전히 사업적인 관점에서 보면, 기사가 나가면 항상 손해보다는 이득이 많기 마련이다…흥미로운 것은, 개인적으로 피해를 입게 되는 비판적인 기사일지라도 사업적인 측면에서는 크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다…왜 부자들만을 위해서 건물을 짓느냐고 물으면, 건물을 신축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뉴욕시의 세금 수입을 늘림으로써 모든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고 있다고 대답한다…일을 성공시키는 마지막 열쇠는 약간의 허세다. 나는 사람들의 환상을 자극시킨다. 사람들은 자신을 위대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수 있으나, 남들이 그렇다고 부추겨주면 괜히 우쭐하기 마련이다. 약간의 과장은 아무런 손해도 가져오지 않는 법이다…나는 그런 속성을 ‘건전한 과장’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것은 과대망상의 순수한 형태로서 아주 효과적인 선전 수단이 될 수 있다.”



⑧ 신념을 위해 저항하라



“대부분의 경우 나는 남들과 잘 지내왔고 내게 호의를 보이는 사람에게는 특별히 잘해준다. 그러나 나를 이용하거나 부당하게 대하는 사람이 있으면 치열하게 대항한다…내 경험으로 보아 신념을 위해 싸우면 때로 본래의 의도에서 벗어나는 일이 있기는 해도 대개는 최선의 결과를 낳게 된다.”



⑨ 최고의 물건을 만들어라



“여러분은 다른 사람들을 오랫동안 좌지우지할 수는 없다. 잠깐 동안은 흥분시킬 수도 있고, 그럴듯한 선전을 할 수도 있고, 온갖 언론을 이용할 수도 있다. 또 좀 떠벌릴 수도 있다. 그러나 좋은 상품을 내놓지 않으면 사람들은 끝내 허실을 알아차리기 마련이다…나는 아주 운이 좋아서 최고의 건물을 지으면서 최소의 비용을 들였다. 트럼프 타워의 단점을 선전으로 덮기도 했으나 결론은 최고의 물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⑩ 희망은 크게, 비용은 적당히



“쓸 만한 가치가 있으면 돈을 써야 한다. 그러나 적정 규모 이상으로 낭비해서는 안 된다…요즘에도 나는 청부업자가 부당하게 액수를 늘렸다고 생각되면 5,000달러나 1만 달러짜리라 할지라도 전화를 걸어 불평을 하곤 한다. 사람들은 내게 묻는다. “그 정도 하찮은 거래 때문에 골치를 썩여요?” 내 대답은 이렇다. “만약 내가 1만 달러를 절약하기 위해 25센트짜리 전화를 하지 않는 그런 사람이 된다면 그때는 사업을 접어야죠.”



⑪ 사업을 재미있는 게임으로 만들어라



“무엇이든 아무런 예고 없이 변하기 마련이고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일단 발생한 현상을 심각하게 보지 않는다. 내게 돈은 큰 자극이 되지 않는다. 다만 성공하기 위한 수단이 될 뿐이다. 진정한 재미는 게임을 한다는 사실이다.”



※참고·인용 : ‘거래의 기술’(이재호 옮김, 살림)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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