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소고기 추가 개방 압박…이 대통령 "합의 뒤집는 것 바람직하지 않다"

[워싱턴=뉴시스] 고범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4일(현지 시간) 워싱턴DC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08.25. bjko@newsis.com /사진=고범준

쌀·소고기 등 농축산물 추가 개방이 한미정상회담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은 정상회담 전날까지 미국산 쌀·소고기 수입 확대 우려에 선을 그었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쌀·소고기 시장 개방을 지속적으로 압박해온 만큼 돌발 변수를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4일(현지시간) 일본 도쿄에서 미국 워싱턴DC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기내 간담회를 열고 농축산물 추가 개방 요구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추가 개방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돼 각 국가의 국회 승인을 받고 정식 조약에 도장을 찍은 다음에도 언제든지 바꾸자는 요구가 있고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일부 바꾸기도 했다"며 "지금의 (한미 관세협상) 결과가 대한민국에 유리하게 된 게 아니냐고 생각하는 미국측 시각이 분명히 있고 (협상 타결 내용을) 바꾸자는 요구도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기본적 입장은 이미 큰 합의를 미국 대통령이 직접 발표했고 한미 상호 승인 하에 그 내용이 정해졌는데 (미국에서) 일방적으로 바꾸자고 하는 것을 쉽게 '바꾸겠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미 한 합의를 뒤집거나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못박았다. 미국측이 지난달 관세협상에서 제외된 농축산물 시장 개방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데 대해 '비개방 원칙'이라는 정부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달 관세협상을 타결한 후 농축산물 '레드라인'을 방어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협상 파트너인 미국은 정반대 입장을 내놨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관세 협상 직후인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한국이 자동차와 쌀 같은 미국산 제품에 대한 역사적 개방을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후에도 미국은 물밑 압박을 이어갔다. 위성락 대통령실 안보실장은 지난 22일 용산 대통령실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의 농축산물 시장 개방 요구와 관련 "미국이 (시장 개방 요구를) 제기하고 있는 것은 맞고 협의는 진행 중이지만 우리는 기존 입장에 따라 대처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불확실성이 되살아나면서 농업계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산 사과 수입 개방, 유전자변형식품(GMO) 수입 확대 등이 잠재적 위협으로 거론된다.

정부는 관세협상 후속 조치로 미국산 과채류 수입 절차를 전담하는 데스크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를 두고 미국산 과채류 수입 가속화 조치 아니냐는 우려가 번졌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농산물 검역 등 비관세 장벽에 대한 구체 협의가 진행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범진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은 "농업계의 우려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내 농업계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명확하게 입장을 전달해 협상하는 것이 정부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한호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농산물 개방은 식량안보와 관련되다보니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다"며 "정부는 기존에 추진하던 정부 정책 등과 충돌하지 않도록 절충안을 마련하고 예상되는 피해를 보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종=이수현 기자 lif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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