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한미일 협력 중요하지만 중국과 절연 안 돼"

[워싱턴=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황병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한미일 관계가 중요한 만큼 중국과의 관계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익을 중심으로 실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 이륙 뒤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 워싱턴DC로 향하는 공군 1호기 기내에서 기자간담회를 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미국으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친중 이미지’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게 기준”이라면서 “외교에 친중, 혐중이 어디 있나. 국익에 도움이 되면 가깝게 지내는 것이고, 도움이 안 되면 멀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외교의 기본 근간은 한미동맹이다”라며 “우리는 자본주의 시장 체제에 있기 때문에 그 가치와 질서, 시스템을 함께하는 쪽과 연합하고 협력하는 게 당연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한미일 안보·경제 협력이 당연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과 절연하지 않는 것을 친중이라고 한다면, 그런 의미에서라면 당연히 (친중이라고) 해야 한다”면서 “친중이라는 것은 주관적 평가 문제일 뿐이고, 대한민국 국익을 중심으로 실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외교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어느 국가와 관계를 좋게 하기 위해 다른 국가를 완전히 배제하거나 절연해 적대적 관계로 전환할 필요는 없다”며 “한미동맹, 한미일 협력이 매우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중요한 국가와의 관계를 단절하거나 적대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국익이 판단의 기준이고 우리 국민의 삶의 조건이 기준이 되지 않겠는가”라며 “친중, 친북, 친러, 잘하면 친공까지 나올지 모르지만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으려 한다. 대한민국은 특정 몇몇 국가와만 외교하며 살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라고 강하게 말했다.

일본에 대해서는 과거사와 경제·협력을 따로 생각하는 ‘투트랙’ 접근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국정을 맡기 전 (대선 후보 시절)에도 ‘투트랙으로 가야 한다’는 말을 많이 했다”며 “해결해야 할 문제는 그 문제대로 풀고, 진취적으로 나아갈 문제는 또 별도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사 문제는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넓혀야 한다. 지금은 작은 시작이지만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배려가 깊어지면 더 전향적인 조치가 가능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인내를 갖고 변화를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 했다. 북한의 비핵화도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유턴하려면 일단 멈추고 속도를 줄여야 한다. 그래야 출발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며 “비핵화 과정도 마찬가지다. 단계적이고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국익을 최대화하겠다”고 다짐했다. 미국이 요구하는 농축산물 시장 개방, 방위비 분담,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방식을 공부했다면서 “자신의 협상 방식을 ‘협상의 기술’, ‘거래의 기술’이라는 책에 그대로 적어 놓았다. 철저히 공부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회담을 진행했던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로부터도 여러 조언을 받았다는 점도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시바 총리는 매우 우호적으로 미국과 협상하는 과정에서 얻은 조언을 해줬다”면서 “구체적 요구를 100% (일본에) 말해줄 수는 없었지만, 한국이 어떤 점에 주의하면 (미국과의 협상에) 유리할지에 대해 (공유해주는 것을) 협조하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과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협상 조율을 위해 미국에 건너간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이 대통령은 “실무적 협의가 계속 진행 중이고 우리도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 기대를 모두 충족시키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실망은 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