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뉴스 없는 회담이 최선"…서방 언론의 한·미 정상회담 관측

핵심 의제는 "주한 미군 전략적 유연성, 韓 국방비, 관세 후속"…
李, 트럼프와 신뢰 구축 과제…트럼프, 대중 공개발언 요구하나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양국 정상은 오는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2025.08.22. ⓒ AFP=뉴스1

25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서방 언론들은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한국의 국방비, 북한 문제 등을 주요 의제로 전망했다. 진보적 색채의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확고한 신뢰 관계를 구축하되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적인 압박에 대응하는 게 핵심이라고 조언했다.

이날 로이터통신 보도에서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연구소(CSIS) 빅터 차 한국석좌(조지타운대 교수)는 "'뉴스 없는' 정상회담이 이 대통령에게는 가장 좋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로이터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 개인적 연대감을 형성하는 동시에 무엇보다 불쾌한 돌발 변수를 피하는 게 이 대통령의 가장 큰 목적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돌출 행동이 긴장을 불러올 수 있다고 봤다. 예컨대 지난달 말 타결된 한미 무역 협상의 세부사항을 추후 이어질 실무급 협상으로 미루는 게 한국 측 전략이지만 "백악관 보좌진이 제시하는 회담 의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얘기하고 싶어하는 내용과 전혀 다를 수 있다"고 차 교수는 짚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대통령이 상대방에게 자랑할 만한 소재를 제공하고, 자신의 명예에 훼손 없이 워싱턴DC를 빠져나간다면 상당한 성공으로 평가될 것"이라고 평했다. 그러나 크리스토퍼 그린 국제위기그룹(ICG) 수석컨설턴트는 "양국이 해결해야 할 복잡한 무역 및 국방 문제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연결될 수 있어 (이 대통령에게)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주한 미군의 병력 감축 또는 재배치가 쟁점이다. 뉴욕타임스(NYT)는 "70년간 이어진 양국 동맹 관계, 특히 중국과 대만의 잠재적 갈등에 대해 한미 정상의 우선순위가 다르다"고 평했다. CSIS의 한국 전문가인 시드니 세일러는 지난주 온라인 패널토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는 파트너로서 이 대통령의 더 많은 공개 발언을 끌어내려 한다면 이 대통령이 준비하는 화제를 상당히 넘어서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보수성향 평론가 고든 창도 최근 미국의 정치전문지 더힐에 기고문에서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의 임무는 "합리적이고, 비이념적이며, 동맹을 지지하고, 반일적이지 않은 사람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FT는 "주한미군이 중국에 더 집중하는 것을 허용해 동맹을 '현대화'하려 한다면 (이 대통령의 대응이)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관세, 한국의 국방비 지출, 관세 협상의 후속"을 또 다른 핵심 의제로 꼽았다. 그러면서 한국의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구호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에 활용될 것으로 꼽았다.

WSJ은 아산정책연구원의 분석을 인용해 "현재 미 군함의 유지관리 대부분은 괌과 하와이, 미국 본토에서 이뤄지는데 정비작업을 인도·태평양으로 더 많이 이전하면 미 조선사가 새로운 건조에 집중할 수 있고, 대만 갈등 시 미국의 선박 정비 선택권도 확대될 것"이라며 "그것은 중국이 전혀 갖지 못한 이점"이라고 평가했다.

북한 문제도 한미 정상이 공통된 인식을 찾을 수 있는 요소다. FT는 "두 정상 모두 북한과의 외교적 협력을 되살리고자 하는 의지를 표명했다"며 "한국이 자국 안보에 더 많은 책임을 지는 동시에 평양을 설득하려 할 수 있다"고 짚었다. 로이터도 한미 정상이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 동결 및 포기를 설득하는 노력을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변휘 기자 hynew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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