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기였던 만큼 1980년대 신스팝 명반은 부지기수다. 하나만 고를 순 없다. 그러나 2025년의 신스팝을 묻는다면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이찬혁의 신보 <에로스(EROS)>(사진)다. 이찬혁은 망원경과 현미경을 함께 탑재한 작가주의 음악가다. <에로스>에서 그는 신스팝, 가스펠 등 장르 디테일에 치열하게 집착하는 와중에 명확한 주제 의식을 놓치지 않는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에로스는 세상을 향해 행동하는 창조 의지다. 그 반대인 타나토스는 본능적인 죽음 충동을 뜻한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비비드라라러브’는 에로스를 향한 타나토스의 반문으로 구성된 노래다. 타나토스는 “vivid lala love”라고 노래하는 에로스를 향해 “처음부터 그럴 만한 게 없었지”라고 부정하지만 결국 세상이 변할 거라고 외치는 에로스를 밀어내지 못한다. 마지막 곡 ‘빛나는 세상’의 가사가 그 증거다. “빛나는 세상은 오지 않겠지만/ 그런 걸 바라는 우린 빛이 날 거야.”
창조를 위해 에로스는 주체를 잡아채어 타자를 향해 내던진다. 그것이 충돌이든 합일이든 이 순간 어떤 ‘관계’가 발생한다. 그렇다면 예술가란 관계를 통해 매몰된 진실과 아름다움을 구조하는 자일 것이다. <에로스>는 2020년대 한국 대중음악의 빛나는 성취로 기억될 것이다. 과연, ‘예술을 담는 병’이라는 찬사를 얻을 자격 있다.
배순탁 음악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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