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최대주주’ 된 트럼프 정부…삼성·SK, 대미 투자 압박 커진다

인텔 반도체칩과 패키징에 자사 로고가 새겨진 모습. EPA/연합뉴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 기업인 인텔 지분 9.9%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된다. 반도체 보조금을 받는 업체의 주식을 갖겠다는 방침을 실행에 옮긴 셈이다.

다만 트럼프 정부 들어 미국 투자를 늘린 기업은 지분 인수 대상에서 빠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5일(현지시각)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삼성전자·에스케이(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 확대 압박이 커지는 모습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2일(현지시각) 89억달러를 투자해 인텔 보통주 4억3330만주를 주당 20.47달러에 매입하는 내용의 협약을 회사 쪽과 맺었다. 이는 인텔 지분 9.9% 규모로, 미 정부는 블랙록·뱅가드그룹 등 기존 주주들을 제치고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지분 투자금 89억달러는 미 반도체법에 따라 인텔에 지급할 예정인 보조금 57억달러(22억달러는 기지급)와 안보 목적의 첨단 반도체 제조 지원금 32억달러로 이뤄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을 통해 “이는 미국과 인텔을 위한 위대한 거래”라며 “인텔의 최첨단 반도체 칩 제조는 국가의 미래를 위한 근간”이라고 했다.

인텔 쪽 자료를 보면 트럼프 정부는 이사회 참여, 정보 접근 등 경영 개입은 하지 않기로 했다. 또 인텔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 지분율이 과반 밑으로 내려갈 경우 주당 20달러에 지분 5%를 추가로 살 수 있는 5년 만기 주식매수청구권(워런트)을 확보했다. 반도체 제조·생산 부문의 지분이 외국에 넘어가지 않도록 견제 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행사에서 “우리는 이런 거래를 많이 한다”며 “난 더 많은 거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내 반도체 제조·생산을 촉진하기 위해 인텔뿐 아닌 다른 반도체 기업들을 상대로도 지분 확보에 나서겠다는 얘기다.

문제는 우리 기업들이 대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앞서 지난 21일 “트럼프 행정부는 반도체법상 보조금을 받는 기업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미국 투자를 늘리고 있는 기업 지분을 확보할 계획은 없다”고 보도했다. 예컨대 전임 바이든 정부 때 보조금 지원 계약을 맺었고,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대미 추가 투자를 약속한 대만 티에스엠시(TSMC), 미 마이크론 등은 지분 인수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의미다.

반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트럼프 정부 들어 대미 투자 확대 계획을 내놓진 않았다. 외려 삼성전자의 경우 파운드리 사업의 수주 부진으로 지난해 말 대미 투자액을 기존 440억달러에서 370억달러로 줄이는 등 투자 속도 조절을 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의 경우 미 현지 공장 가동 시점도 연기하는 상황에서 반도체 투자를 늘리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며 “이번 정상회담에서 관련 언급이 나오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에스케이그룹 회장은 이날 한-미 정상회담 경제사절단 동행을 위해 김포공항 전용기 터미널을 통해 미국 출국길에 올랐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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