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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틀외교가 돌아왔다’···숨가빴던 이 대통령의 한·일정상회담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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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과 부인 김혜경 여사가 23일 하네다 국제공항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한일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과 부인 김혜경 여사가 23일 하네다 국제공항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첫 ‘순방 외교’ 일정이 시작된 23일 하루를 숨쉴 틈 없이 분주하게 보냈다. 격식을 차리지 않고 수시로 상대국을 왕래하며 소통을 한다는 의미의 ‘셔틀 외교’가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완전히 복원됐음을 대내외적으로 보여준 외교 일정이었다.

한·일 정상이 상대국을 찾아 정상회담이 열린 것은 지난해 9월6일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가 용산 대통령실을 찾은 이후 약 1년 만이다.

이 대통령 부부는 이날 오전 8시30분 서울공항을 출발해 오후 8시30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부부와 일본 도쿄 총리 공저에서 친교행사를 마무리할 때까지 꼬박 12시간 동안 숨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재일동포에 머리 숙인 이 대통령···“간첩 조작으로 겪은 고통에 사과”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과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우상호 정무수석 등의 배웅을 받으며 도쿄로 향한 이 대통령은 11시 하네다공항 도착한 직후 재일동포 간담회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일정상회담을 위해 일본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도쿄의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 참석해 격려사를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한일정상회담을 위해 일본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도쿄의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 참석해 격려사를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도쿄 시내 호텔에서 오찬을 겸해 열린 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은 재일동포들을 앞에 두고 허리를 깊이 숙여 사과했다. 이 대통령은 “위대한 민주화 여정 속에서 정말로 많은 재일 동포들이 억울하게 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로 고통을 겪었다”며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대한민국 국가 폭력에 희생 당한 피해자와 또 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리면서 공식적으로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에 “과거사를 직시하되, 미래지향적 협력 관계를 만들자”고 누차 언급해 온 이 대통령이 우리 정부의 ‘과거사’에 해당하는 권위주의 정부 당시 재일동포 간첩 조작 사건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공식 사과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100년 전 아라카와 강변에서 벌어진 끔찍한 역사 그리고 여전히 고향 땅에 돌아가지 못한 채 일본 각지에 흩어져 있는 유골들의 넋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도 했다. 1923년 관동 대지진 당시 발생한 조선인 대학살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겠다는 것이다.


막판까지 ‘밀당’에 길어진 회담···“답방은 서울 아닌 지방에서”


이 대통령은 동포 간담회 이후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총리 관저가 있는 도쿄 치요다구 나가타초로 향했다. 오후 4시50분쯤 총리 관저에 도착한 이 대통령은 환한 미소로 영접 나온 이시바 총리와 악수를 나누며 인사했다. 한·일 정상회담은 곧바로 시작됐다. 이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 외에도 소수의 참모진이 함께하는 소인수회담이 먼저 열렸다. 당초 10~20분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했던 소인수회담은 예정 시간을 훌쩍 넘겨 1시간가량 계속됐다. 양국 정상이 함께 발표할 공동언론발표문 세부내용을 두고 회담장 안에서 막판까지 치열한 줄다리기가 벌어진 것 아니냐는 추정이 나왔다. 총리 관저 대회의실로 자리를 옮겨 이어진 확대회담 또한 외교·산업 당국자와 참모진이 배석한 가운데 50분간 진행됐다.

언론에 모두발언이 공개된 확대회담장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먼저 인사말을 한 이시바 총리는 “한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양자 방문으로 일본을 방문한 것은 국교정상화 60년 동안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마음이 든든하고 지금의 대단히 좋은 형식으로 앞으로 셔틀 외교를 실천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에 ‘앞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을 재차 언급하면서 “국가 간의 관계에서도 갈등적 요소, 협력할 수 있는 요소, 보완할 수 있는 요소들이 있기 마련”이라며 “어려운 문제는 어려운 문제대로 또 해결하고, 도저히 접근하기 어려운 것들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숙고를 하면서 협력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서 협력해 가는 것이 일본, 한국의 정치권이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시바 총리에게 “한국을 방문하게 되시면 서울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지방에서 한번 뵀으면 좋겠다”며 ‘셔틀 외교’ 답방지로 비수도권 지방을 추천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일본 도쿄 나가타초 총리관저에서 열린 한-일 공동언론발표에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일본 도쿄 나가타초 총리관저에서 열린 한-일 공동언론발표에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확대회담을 마친 양국 정상은 오후 7시쯤 공동언론발표를 위해 관저 2층 대홀로 자리를 옮겼다. 일본-한국 순으로 발표를 마친 한·일 정상은 부부 동반 비공개 친교만찬을 가진 뒤 별도의 친교행사를 가지며 이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 취임 이후 두번째다. 지난 6월17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린 캐나다 캐내내스키스에서 회담을 한 이후 67일 만이었다.

이 대통령은 24일 오전 일본 의회 주요 인사와의 만남을 끝으로 방일 일정을 마무리하고 오후 미국 워싱턴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떠난다.


도쿄 |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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