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난 중견 벤처캐피털(VC) 대표에게 벤처 투자 양극화를 지적하자 돌아온 답변이다. 현재 벤처 시장에선 당장 돈이 되는 후기 스타트업에 투자 쏠림 현상이 심화하며, '될성부른 떡잎'인 초기 스타트업엔 자금이 말라버린 상태다. 이를 두고 VC 대표는 활기를 잃어버린 코스닥 시장을 원인으로 꼽은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최근 경제 비전의 한 축으로 '제3의 벤처붐'을 내세웠다. 연간 40조원 규모의 투자로 우리나라를 벤처 4대 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벤처업계에선 기대와 함께 우려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단순히 투자만 늘린다고 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벤처 생태계는 창업-성장-회수-재투자로 선순환된다. 현재 한국 벤처 생태계 선순환의 가장 큰 걸림돌은 회수 시장 침체다. 회수 시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시중에 돈이 있어도 투자를 주저하게 된다. 특히 빛을 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아예 소외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 정부의 벤처기업 정책은 '투자'에만 방점이 찍혀 있다. 문제의 핵심에서 벗어나 있다는 얘기다.
현재 국내 벤처투자의 주요 회수 수단은 코스닥 기업공개(IPO)다. M&A(인수·합병)나 세컨더리(구주거래) 등 다른 회수 수단이 활성화돼 있지 않아 대부분 코스닥 IPO를 통해 자금을 회수한다. 그런데 코스닥 시장이 혁신기업의 젖줄로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코스닥지수는 출범 당시인 1996년보다 20% 이상 낮은 800선에 머물러 있다. 또 18일 기준 코스닥시장의 8월 일평균 거래대금은 5조987억원에 머물러 있다. 2019년 12월 코스닥지수가 600 초반대까지 밀리면서 4조980억원을 기록한 이후 5년8개월여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다. 반면, 8월 코스피 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10조원을 넘어선다. 이재명 정부가 '코스피 5000'을 외치며, 각종 정책을 쏟아낸 점이 주효했다.
한 VC대표는 "VC의 공적자금 의존도는 25%에 달하는데, '세금'이라는 점에서 보수적인 투자를 할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 지원이 늘어나더라도 회수 시장이 살아나지 않으면 혁신 기업 발굴은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3의 벤처붐'을 위해 최근 벤처업계가 제안한 '코스닥 활성화 펀드 도입'을 적극 검토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한국벤처캐피탈협회는 연간 10조원씩 3년간 총 30조원 규모의 '코스닥 활성화 펀드' 조성을 제안한 바 있다. 정부·정책금융기관 출자를 통해 민간 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수행하는 '모펀드'를 조성해 일반 국민을 포함한 민간 자금을 매칭하는 '자펀드' 결성으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방안이다.
이재명 정부는 '코스피 5000'에 맞먹는 '코스닥 3000'을 향한 정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때다. 코스닥이 살아야 벤처 생태계가 숨을 쉰다. 투자 확대만으로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없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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