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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애마', 엿 같은 세상에 날리는 한 방⋯짜릿한 여성 연대

조이뉴스24 박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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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마부인' 탄생 과정 담은 '애마', 8월 22일 넷플릭스 전 세계 공개
부조리한 세상에 맞선 통쾌한 질주⋯에로틱 그로테스크 감성액션
이하늬·방효린 뭉클한 워맨스+밉상 진선규, 연기 차력쇼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세상은 여전히 엿 같고 맨날 우리는 엿을 먹고. 그래서 난 앞으로 더, 더 어마어마한 XX할 거야."

영화 '애마부인'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넷플릭스 시리즈로 제작되는 게 말이 되나, 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에로영화가 소재가 된다는 점에서 단순히 '야하고 자극적인' 드라마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말 그대로 편견이다. 뚜껑을 연 '애마'는 야만의 시대를 살아온 여성을 위한 헌사이자, 여전히 변하지 않은 '엿 같은' 세상을 향한 통쾌한 한 방이다.

22일 공개된 '애마'는 1980년대 한국을 강타한 에로영화의 탄생 과정 속,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 가려진 어두운 현실에 용감하게 맞짱 뜨는 톱스타 희란(이하늬 분)과 신인 배우 주애(방효린 분)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배우 이하늬가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배우 이하늬가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배우 방효린이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배우 방효린이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1981년,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과 함께 귀국하는 정희란에게 '애마부인' 대본이 주어진다. 젖가슴이란 단어로 도배된 시나리오에 분노한 희란은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의 노출은 없다고 선언한다. 희란과 마지막 한 편의 계약을 남겨둔 신성 영화사 대표 구중호(진선규 분)는 계약을 무기삼아 희란을 조연으로 강등시키고, 신인 감독 곽인우(조현철 분)와 함께 새롭고 신선한 뉴 페이스 '애마부인'을 찾기 시작한다.

구로 공단 여공들과 함께 생활하는 신주애는 나이트 클럽에서 탭댄스를 추며 배우의 꿈을 키워가던 중 우연한 기회로 '애마부인'의 오디션에 참가한다. 그녀의 당돌한 매력에 완전히 빠진 곽 감독은 곧바로 주애를 캐스팅한다. 희란은 굴러온 돌인 주애를 노골적으로 불편해하고, 주애는 희란처럼 스타가 되고자 욕망을 불태우는 가운데 '애마부인'의 촬영은 닻을 올린다. 경쟁하던 두 사람은 어느 순간 카메라 너머에 있는 세상의 부당함에 서서히 눈을 뜨고 연대하기 시작한다.

'애마부인'은 '에로영화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1980년대를 대표하는 에로영화로, 당시 극장 문이 부서질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이런 '애마부인'을 소재로 한 '애마'는 각자의 방식으로 폭압에 맞서야 했던 톱스타 희란과 신인 배우 주애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생존을 위한 처세와 눈먼 욕망이 가득한 영화 제작자 중호, 영화에 대한 순수한 열정으로 끝까지 초심을 지키는 신인 감독 인우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시대적 규제와 정책 아래 여성의 욕망을 전면에 내세웠던 1980년대. 여성 캐릭터를 새롭게 규정하며 부조리한 시대와 권력에 맞서 다음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의 용기와 연대를 전한다.

배우 이하늬와 방효린이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배우 이하늬와 방효린이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배우 이하늬가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배우 이하늬가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이는 비단 1980년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세상은 여전히 엿 같고 맨날 우리는 엿을 먹고. 새로운 시대 같은 건 없어"라는 주애의 대사처럼, 2025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정치 권력이 존재하고 자본주의에 따라 갑을 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는 '엿 같은' 세상이다. 그래서 야만의 시대에 맞서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여성들의 연대는 그 자체로 큰 의미와 뭉클한 여운을 안긴다.


배우이기 이전에 한 여성으로서 치욕적인 상황에 내몰린 주애가 자신과 같은 길을 가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도움의 손을 내민 주란은 중호와 맞짱을 뜨는 것은 물론이고 직접 무대에 올라 세상을 뒤흔들 폭로를 한다. 그리고 이런 주란을 구하기 위해 주애는 말을 타고 돌진한다. '애마부인'을 완전히 뒤집는, 파격이자 센세이션 그 자체다.

이해영 감독은 이토록 무거운 주제를 특유의 밝고 유쾌하면서도 다채롭고 과감한 연출로 그려내 '애마'만의 색채를 완성했다. 욕설이나 수위 높은 대사, 노출신이 꽤 등장하는 편이지만 이 역시도 위트를 첨가해 적절한 선을 지킨다. 80년대를 고스란히 담아낸 프로덕션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시대 고증을 잘 살려낸 의상, 공간, 소품, 음악 등은 마치 내가 80년대 안으로 들어가 이들을 지켜보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이런 '애마'를 더욱 빛나게 하는 힘은 배우들의 열연이다. 당대 최고 여배우로 변신한 이하늬는 '애마'의 핵심이다. '극한직업', '열혈사제', '밤에 피는 꽃' 등에서 코믹과 액션을 넘나드는 탁월한 연기를 보여줬던 이하늬는 이번 '애마'에서도 자신의 장기를 제대로 발휘한다. 그 시대 여배우 하면 떠오르는 목소리 톤, 발성을 완벽히 구현한 이하늬는 절제되면서도 단단하고 우아함이 뿜어져 나오는 희란으로 '애마'를 꽉 채워냈다. 중후반부 세상과 맞짱 뜨는 희란의 엄청난 활약은 왜 이하늬여야 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마음에 뜨거운 울림을 선사한다.


배우 진선규와 조현철이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배우 진선규와 조현철이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방효린은 신인이지만 그 누구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당찬 모습을 보이는 신주애가 되어 '충무로 유망주'로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당당하고 할 말은 다 할 정도로 똑부러지지만, 시대 앞 약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 속 휘몰아치는 감정 변화를 깊이 있게 표현해 냈다. 그러다가도 의연하게 웃고, 강단 있게 앞으로 달려가는 주애를 매력적으로 그려냈다.

진선규는 욕심과 야망 가득한 영화사 대표 구중호를 너무나 천연덕스럽고 맛깔스럽게 연기해 러닝타임 내내 분노를 일으킨다. 실제로는 '세상 참 착한 사람'인 진선규가 이렇게나 악독한 사람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 이렇게 엄청난 연기력을 뽐낸 진선규가 있었기에 이에 맞서는 이하늬, 방효린의 생존기가 돋보일 수 있었다. 그야말로 '천의 얼굴'이자 천생 배우다. 조현철, 이주영, 이성욱, 박해준, 김선영 등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함께해 극강의 시너지를 낸다. 또 원조 '애마부인'인 안소영이 특별출연해 뭉클함을 안겼다.

8월 22일 전 세계 공개. 총 6부작. 청소년관람불가.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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