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시노리조트 카이이키우(호시노리조트 제공) |
문 닫을 위기에 몰린 낡은 온천과 리조트를 인수해 ‘심폐소생’ 시키더니 지금은 일본 최고급 리조트 브랜드 반열에 오른 기업이 있다. 바로 호시노리조트다. 호시노리조트는 홋카이도의 명물 ‘토마무 리조트’, 아오모리의 전통 온천 ‘오이라세 계류’, 오키나와의 럭셔리 리조트 등을 인수해 환골탈태시킨 주인공으로 잘 알려져 있다.
물론 지금의 위상을 갖기까지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도 있었다. 예컨대 2000년대 초반 인수한 홋카이도 토마무 리조트는 막대한 적자로 ‘돈 먹는 하마’라 불릴 정도였고, 초기에는 투자금 회수조차 불투명했다. 또, 경영을 합리화하는 과정에서 가족 중심의 전통적 운영 체제를 과감히 정리하면서 내부 반발도 적지 않았다. 오키나와에서의 리조트 확장은 현지 주민과의 협업 모델을 정착시키기 전까지 ‘외부 자본’이라는 거부감에 부딪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경험이 오히려 호시노리조트의 철학을 더욱 공고히 했다. ‘단순히 시설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 문화와 자연, 사람을 연결하는 이야기를 담아야 한다는 철칙 아래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이런 시행착오 끝에 호시노리조트는 오늘날 일본 관광 산업의 혁신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덕분에 지금 호시노리조트는 단순한 숙박업체를 넘어 ‘체험형 여행’을 선도하는 브랜드로 평가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역의 문화를 살린 스토리텔링, 환경친화적 경영, 그리고 감각적인 디자인은 전 세계 여행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이러한 호시노리조트의 성공 스토리를 책으로 쓴 이들이 있다. 오랫동안 일본 관광·문화 현장을 취재해 온 전복선 칼럼니스트와 일본 류쓰케이자이대학 교수이자 관광·서비스 산업 분야의 전문 연구자로서 일본과 한국의 경영 사례를 비교 분석해 온 윤경훈 교수다. 두 사람은 호시노리조트의 성장 과정을 깊이 있게 추적하며 현지에서 직접 경험하고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책을 완성했다.
<호시노리조트스토리>는 버블 붕괴 시기 많은 리조트가 도산하는 가운데 새로운 시도로 일본 호텔업계 혁신의 아이콘이 된 호시노리조트의 성공 비결을 담았다. 어떻게 조직에 파격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일본의 관광 패러다임을 바꿔왔는지를 담아내며 국내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 독자들 역시 ‘호시노식 경영’이 지닌 차별성과 지속 가능성에 주목하며 여행을 넘어 삶과 경영 철학의 영감을 얻고 있다.
호시노 리조트 카이 쓰가루 ‘이색 사과 온천탕’ (호시노리조트 제공) |
마침 저자들이 강연차 방한해 인터뷰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이번 대담을 통해 호시노리조트의 성공 비결과 그들이 제안하는 새로운 여행의 가치, 그리고 한국 관광 산업에 던지는 시사점을 직접 들어봤다. 다음은 <호시노리조트스토리> 공동저자 전복선 경영 칼럼니스트와 윤경훈 일본 류쓰케이자이대학 교수와의 일문일답.
‘호시노리조트스토리’ 저자 전복선 칼럼니스트(좌), 윤경훈 교수(우) |
<호시노리조트스토리> 공동저자 전복선 칼럼리스트, 윤경훈 교수와의 일문일답
Q. 시중에 수많은 글로벌 기업 성공 스토리를 다룬 경영 서적이 있는데, 수많은 기업 중 ‘호시노리조트’ 기업을 소개하는 책을 쓴 이유가 있나?우연히 경험하게 된 호시노리조트는 직원들의 접객 방식에서 다른 일본 호텔과는 다른 능동적이며 특별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호시노리조트에 관해 몇 번의 칼럼을 쓴 뒤 단발적인 칼럼으로는 내용을 담기에 부족하다고 느끼게 됐고 자연스럽게 책으로 이야기를 풀어보자는 데 의견이 합쳐졌다. 호시노 대표와 인터뷰를 하면서 호시노리조트는 늘 기회를 발견하고 성장의 길을 찾았음을 느꼈다. 한국 사회 역시 힘겨운 시기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음을 알리고자 호시노리조트를 소개하게 됐다.
Q. ‘인간’ 호시노 요시하루는 어떤 경영자라고 볼 수 있나?
오랜 기간 호시노리조트를 취재하면서 호시노 대표에게 느낀 점은 어떤 상황에서도 감정을 드러내거나 화를 내기보다 차분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려는 태도를 일관되게 유지한다는 점이다. 또한 ‘의전’이라고 불리는 형식적인 절차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고 자기 일은 스스로 처리하는 것이 일상화돼 있었다. 무엇보다 호시노 대표는 워라밸을 중요시한다. 매년 최소 60일 이상을 스키 타는 데 할애하지만 누구보다도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한다.
Q. 책에서 호시노 대표의 성공적인 개혁 과정을 엿볼 수 있었다. 경직된 조직 문화를 바꾸려는 한국의 리더가 얻어야 할 교훈은 무엇인가?
호시노 대표의 리더십은 고통스러운 변화와 갈등을 감수하며 조직 문화를 구축하고, 그 이후 상처를 치유하고 화해를 모색하는 책임감과 인내를 보여준다. 또한, 리더가 직접 비전과 가치를 공유하며 직원들과 신뢰를 쌓고 약속을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행동이 리더십의 본질을 보여주는 핵심이다.
Q. 한국 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가 ‘호시노리조트’를 벤치마킹한다면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실행해야 할 것과 경계해야 할 것은?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지방의 인구 감소 문제를 단순히 양적 증가로만 접근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대신 필요한 것은 질적 인구의 유입이다. 지역의 매력을 발견하고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소수의 ‘에센셜 워커’를 불러들여야 한다. 시설의 화려함에만 집중하기보단 그 안에서 살아 숨 쉬는 콘텐츠와 스토리에 주목해야 지역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Q. 호시노리조트의 성공 비결 중 하나는 그 지역만이 가진 고유한 매력, 즉 ‘로컬 콘텐츠’를 발굴해 내는 탁월한 능력이다. 한국 또한 많은 지역이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음에도 이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 지역 관광의 문제는 ‘매력을 제대로 찾아내는 데서 비롯된 엉성함’이다. 지역의 매력을 콘텐츠로 발전시키기보다 막대한 예산을 공간 인프라 건설에 쏟아붓는 경우가 많다. 이렇다 보니 전국 지자체가 모두 비슷한 방식으로 공간 구성이 이뤄질 수밖에 없고 개성은 사라진다. 진정한 지역 활성화를 위해서는 그 지역만의 고유한 콘텐츠를 발굴하고 외부에서 새로운 인재를 유입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소프트웨어적 접근’이 필요하다.
호시노 리조트 오이라세 계류호텔 계류 폭포 |
호시노 리조트 카이 아키우(호시노리조트 제공) |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