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 리사가 크라이 베이비를 단 가방을 들어보이고 있다. 리사 인스타그램 갈무리 |
[파이낸셜뉴스] "나 크라이 베이비 앨리스를 뽑았어."
정모씨(29)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친구가 올린 게시물을 통해 처음으로 '크라이 베이비'를 알게 됐다. 정씨는 "처음엔 전혀 모르는 캐릭터였는데, 비슷한 사진이 계속 올라오는 걸 보다 보니 어느 순간 '귀엽다',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구매 후기와 판매처까지 찾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울어도 괜찮아…MZ 취향 저격한 힙템"
라부부에 이어 이번엔 '크라이 베이비(Crybaby)'다. MZ세대의 SNS 피드와 편집숍 매대를 빠르게 점령한 새로운 이름이 등장했다. 눈물이 주르륵 흐르는 귀여운 얼굴, 바로 중국 완구업체 팝마트(Popmart)의 아트토이다. 태국 출신 디자이너 몰리(본명 모드 니사 스리컴디)가 만든 이 캐릭터는 "울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담으며 요즘 MZ에게 '힙한 위로템'으로 통한다.
울고 있는 인형이라니 다소 엉뚱하지만, 이게 오히려 매력이다. 부담 없는 가격대의 피규어나 키링을 하나쯤 들고 다니며 일상 속 작은 위안을 얻는 식이다. 블랙핑크 리사, 아일릿 모카 등 아이돌과 인플루언서를 통해 노출되며 입소문이 확산됐고, 일부 제품은 리셀 시장에서 프리미엄까지 형성됐다.
크라이 베이비 열풍의 또 다른 동력은 바로 '뽑기 문화'다. 제품이 블라인드 박스 형태로 출시돼 어떤 캐릭터가 들어 있는지는 열어보기 전까지 알 수 없다. 원하는 에디션을 얻기 위해 여러 개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고, 희귀성이 높은 '시크릿 에디션'은 리셀 시장에서 웃돈이 붙는다. 실제로 크림·번개장터 등에서는 인기 시리즈가 정가의 두세 배에 거래되기도 한다. 단순한 소장품을 넘어 '작은 럭셔리'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팝마트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139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4% 급증했다. 매출의 40%는 해외에서 발생했으며, 순이익 역시 회사가 제시한 350% 성장 전망을 웃돌았다. 베트남·태국 등 동남아 여행객들의 구매 후기도 심심찮게 올라올 만큼, 라부부와 크라이 베이비는 전방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중국 제조사 팝마트의 크라이 베이비. |
"짧아진 유행 주기, 빨라진 교체 속도"
업계는 '라부부→크라이 베이비'로 이어지는 흐름을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신흥 브랜드 교체 주기의 가속화'로 본다. 짧은 시간 안에 특정 브랜드가 유행을 휩쓸고, 또 다른 브랜드가 그 자리를 대체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힙한 콘셉트, SNS 바이럴에 강한 비주얼, MZ의 감성 코드와 직결된 메시지 등 공통점도 뚜렷하다.
작은 브랜드 열풍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이제 콘텐츠 비즈니스로 확장되고 있다. 유통 대기업들도 자체 캐릭터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는 추세다. 롯데홈쇼핑의 '벨리곰'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 대형 인형 조형물로 화제를 모은 뒤 홍콩·대만·태국 등으로 무대를 넓혔으며, 최근에는 일본 완구기업 '반다이'와 협업해 가챠(뽑기)를 출시하고 현지 프로야구단과 협업 굿즈까지 선보이며 IP 비즈니스를 강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 트렌드가 빨라진 만큼 브랜드 생명력은 짧아질 수 있다"면서도 "반대로 새로운 브랜드가 성장할 기회는 그만큼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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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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