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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어수웅] 트럼프 만나면 피해야 할 ‘Z의 순간’

조선일보 어수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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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양진경

일러스트=양진경


이번 주 백악관이 공개한 사진 한 장에 유럽이 낯을 붉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 책상 앞에 여유 있게 앉아있는데, 다른 정상들은 책상도 없이 다닥다닥 붙어 앉은 장면이다. 스타머(英)·멜로니(伊)·메르츠(獨) 총리와 마크롱(佛)·젤렌스키(우)·스투브(핀란드) 대통령 등이 그 민망한 순간을 함께했다. 유럽 사람들은 “트럼프 교장 선생님에게 야단맞는 초등학생들 같다”고 탄식했다. 백악관은 이 사진에 ‘힘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라는 제목을 달았다.

▶올해의 외교 신조어로 ‘Z의 순간’이 있다. 지난 2월 백악관 집무실에서 횡액을 당한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의 첫 글자를 따왔다. 트럼프는 젤렌스키가 미국에 감사하지 않는다고 비난했고, 젤렌스키가 반박하자 회담 내내 고성을 지르고 면박을 줬다. 지난 18일 젤렌스키가 다시 미국을 방문했을 때, 그는 트럼프에게 1분 동안 네 번의 ‘생큐’를 거듭했다. 외교 전문가들은 젤렌스키가 모욕을 당한 가장 큰 이유를 “트럼프와 대등한 대결을 펼치려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남아공 라마포사 대통령이 지난 5월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다. 트럼프는 백인들이 인종 학살을 당하고 있다며 라마포사를 몰아세웠고 갑자기 불을 끄더니 관련 영상까지 틀었다. 사실 관계 틀린 가짜 영상이었다. 하지만 라마포사는 정면 대결을 피했다. 나중에 따로 가진 기자회견에서 라마포사는 “그래도 여러분 걱정과 달리 ‘Z의 순간’까지는 오지 않았다”며 웃었다. 남아공 언론은 “우리 대통령은 오늘 밤 독한 술을 마실 자격이 있다”고 썼다.

▶트럼프와의 회담을 앞둔 해외 정상들의 과제가 ‘백악관 집무실에서 살아남기’다. “골프 챔피언을 데려가라” “말을 끊지 마라” 등 여러 충고가 있지만, 역시 대처법 1번은 “대결하겠다는 생각을 버려라”다. 미국의 51번째 주로 투항하라는 황당한 주장을 반복해 들었지만, 캐나다의 카니 총리는 설전을 벌이지 않고 “미국과 캐나다는 함께 일할 때 더 강해진다”고 요령 있게 답했다. 요즘 트럼프는 그 주장을 더 하지 않는다.

▶25일 워싱턴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방위비나 주한 미군 등 사실과 다른 숫자를 언급하더라도 즉각적인 대응을 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회담 이후 실무진이 정정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그 방은 트럼프의 리얼리티쇼 생방송 스튜디오입니다. 자신의 쇼를 진행하도록 둬야 합니다.” 국익을 위한 이 대통령의 지혜로운 대응을 기대한다.

[어수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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