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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전당대회, 시작도 끝도 ‘전한길’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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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가 8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6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가 8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6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작과 끝 모두 ‘전한길’이었다.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갈려있던 국민의힘 대표 후보들은 ‘윤어게인’과 ‘부정선거 의혹’을 외치는 전씨의 등장에 따라 자연스레 ‘친길(친전한길)-반길(반전한길)’로 재정렬했다. 전씨 옹호와 비판으로 후보군이 선명히 분류될 정도였다. “국민의힘이 특정인에 좌우된다고 하는 건 모독”(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이라는 발언까지 나왔지만, ‘전한길 현상’이 12·3 비상계엄과 탄핵 국면을 거치며 강성 지지층에 취약해진 국민의힘 현실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때 ‘계몽령’ 주장으로 ‘극우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던 전씨는 대선 국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잠잠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던 전씨는 지난달 14일 윤상현 의원 주최 토론회에 등장해 이미 6월 국민의힘에 입당했다는 ‘폭탄 발언’과 함께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전씨 입당을 몰랐던 국민의힘은 “호들갑 떨 것 없다”(송 위원장)며 서울시당 차원에서만 전씨의 그간 극우적 발언에 대한 징계 절차에 나섰다.



그러나 지도부 반응과 정반대로 여파는 컸다. 당대표 후보 등록 전이었지만 찬탄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는 입당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냈다. 반면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는 입당 선언 다음날인 15일에도 자신이 주최한 토론회에 전씨를 불러 ‘부정선거 의혹’ 주장을 펼칠 판을 깔아줬다. 김문수 후보 또한 입당을 문제 삼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윤 의원 토론회에 참석했던 송 위원장을 향해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거취 표명”을 요구한 일도 있었다.



반탄파 후보들은 앞다퉈 강성 지지층 여론을 주도하는 전씨 유튜브에 출연했다. 장 후보는 지난달 31일 ‘자유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출연해 당대표가 되면 윤 전 대통령 면회를 하겠다고 밝혔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킨다”는 ‘윤어게인’ 정신을 계승하겠다고도 했다. 검토 끝에 전씨 유튜브에 지난 7일 출연한 김문수 후보는 당대표가 되면 윤 전 대통령 재입당을 받아주겠다고 했다. 최고위원 후보들도 앞다퉈 전씨 유튜브에 출연했다.



전한길 논란은 ‘배신자’ 난동으로 정점을 찍었다. 지난 8일 열린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 언론인 자격으로 출입한 전씨는 자신을 비판한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 연설을 듣고 당원들과 함께 “배신자”를 외쳤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남은 전당대회 일정에 전씨 출입을 금지시키는 한편, 전씨 징계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11일 전씨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여상원 위원장이 전씨 징계 수위가 “가볍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중징계가 예상된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14일 중앙윤리위는 전씨에게 가장 낮은 징계 수위인 경고만 했다. 여 위원장은 전씨 소명이 “납득할만 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지도부의 출입금지 조처에 전씨가 이의제기 없이 잘 따랐다는 점도 감안했다고 했다. 당대표 후보들은 즉시 반으로 갈라졌다. 반탄파 후보들은 ‘윤리위 결과에 따로 보탤 말이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찬탄파 후보들은 “치욕의 날”(안 후보), “당대표가 되면 제명할 것”(조 후보)이라고 했다.



19일 열린 마지막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토론회의 가장 큰 논란도 ‘전한길’이었다. ‘내년 재보궐 선거에서 한동훈 전 대표와 전한길씨 중 누구를 공천할 건가’라는 질문에 장 후보는 “전씨는 탄핵 때부터 우리 당을 위해 당과 함께 열심히 싸워온 분”이라며 전씨를 공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씨는 22일 전당대회 당일에 본인 유튜브 채널 스튜디오에서 라이브방송을 진행하며 후보들을 품평하기도 했다. 조경태 후보를 향해서는 “민주당 간첩, 민주당으로 가라”고, 안 후보에게는 “어떤 인간인지 제대로 알았다”며 비판했다. 전한길뉴스 유튜브 방송에 올라오는 댓글을 보고 “전한길이 저 자리에 있어야 한다고? 최고위원? 김문수나 장동혁이 되면 최고위원 한명을 지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안타깝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전씨가 입당 논란부터 시작해 전당대회 끝까지 영향을 줘서 안타깝다. 대선 패배 뒤 전당대회라 혁신을 둘러싼 경쟁이 됐어야 했는데 전씨가 갈등을 키우는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며 “전씨가 전당대회 뒤에도 계속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당이 제 기능을 못할 것”이라고 했다.



전씨에 휘둘린 국민의힘 상황에 관해 엄기홍 경북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전씨 특유의 성향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겠지만 당원 구성이 ‘친윤석열’로 치우치게 된 결과다. 선거에 당원들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공간이 커진 탓도 있다. 앞으로도 정당이 강성 지지층에 포획되는 현상이 계속해서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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