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韓 재계 총수 릴레이 회동…이재용·최태원·정기선 '글로벌 협력' 맞손 [인더인싸]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이 방한해 국내 재계 총수들과 연쇄 회동을 이어가며 글로벌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사회공헌, 차세대 원자로(SMR), 백신, 나트륨 원자로 등 의제가 총망라되면서,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역할 확대와 맞물린 협력 구상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CSR 협력"…최태원 SK 회장 "SMR·백신 협력 확대" = 22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날 서울 서초사옥에서 게이츠 이사장과 오찬을 함께하며 글로벌 사회공헌 방안을 협의했다. 양측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협력 확대를 중심으로 논의했으며, 앞서 삼성전자가 게이츠재단과 함께 ‘재발명 화장실(RT 프로젝트)’를 추진한 전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위생 시설이 열악한 개발도상국에 혁신 화장실을 보급하며, 사회문제 해결과 기술 결합의 모범 사례를 보여왔다. 이 회장은 이번 회동에서 사회공헌을 넘어, 글로벌 보건·위생 등 공익분야 전반에서 협력을 넓힐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21일)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게이츠 이사장과 만찬 회동을 갖고, 소형모듈원자로(SMR)와 백신 협력 확대를 논의했다. SK는 미국 차세대 원전 기업 테라파워의 2대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최 회장은 "한국과 SK가 테라파워 SMR 상용화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라며 "안전성과 효율성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 수용성을 높이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게이츠 이사장도 "한국 정부의 규제 체계와 공급망 구축이 중요한 관건”이라며 “이를 통해 SK와 테라파워가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고 화답했다.

SK는 이날 오전에도 게이츠 이사장과 서울 여의도에서 추가 협의 자리를 갖고, 한미 협력 기반의 한국형 SMR 생태계 구축, 백신 사업 확장, 글로벌 파트너십 강화 등을 논의했다.

◆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나트륨 원자로 상업화 협력" =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역시 게이츠 이사장과 다시 만났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 3월 미국 회동 이후 5개월 만으로, 이번 회동에서는 나트륨 원자로 상업화를 위한 협력 방안이 논의됐다.

HD현대는 테라파워와 '나트륨 원자로 상업화 공급망 확장'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으며, 주요 기자재 공급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차세대 SMR은 지속가능 에너지 전환의 핵심 솔루션"이라며 "양사의 협력이 글로벌 원전 공급망 구축과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HD현대는 나트륨 원자로뿐 아니라 조선 분야에 적용 가능한 '용융염 원자로 기반 추진선' 협력에도 속도를 내고 있어, SMR 기술을 에너지와 모빌리티 전반으로 확장하는 구상을 그려가고 있다.

이번 게이츠 이사장의 방한은 한국 재계 수뇌부와의 협력 네트워크를 전방위로 강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삼성은 CSR, SK는 SMR·백신, HD현대는 나트륨 원자로 등 각 그룹의 특성과 글로벌 전략과 맞닿은 분야에서 ‘게이츠 동맹’이 형성되는 모양새다.

재계 관계자는 "단순한 투자 협력을 넘어, 글로벌 보건·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을 이끄는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확장되고 있다"라며 "한국 기업들이 게이츠와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공급망 내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이자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Copyright ⓒ 디지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