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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복지원 민낯 조명 후폭풍에…‘나는 생존자다’ PD “왜 가해만 보호하나”[인터뷰]

매일경제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ksy70111@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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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가족, 호주서 범죄수익 기반 사업 운영… “사과도 반성도 없다”
별점 테러·국제 환수 요구까지… 형제복지원 파장 해외로 확산


형제복지원 고(故) 박인근 원장. 사진| 넷플릭스

형제복지원 고(故) 박인근 원장. 사진| 넷플릭스


“이제 와서 왜 이러느냐고? 그 말 자체가 반성 없는 증거다.”

지난 15일 공개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생존자다’로 형제복지원 사건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연출자 조성현 PD는 범죄수익으로 호주에서 부유한 삶을 누리면서도 피해자에 대한 미안함이나 반성이 없는 고(故) 박인근 원장의 가족을 강하게 비판했다.

22일 조성현 PD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인터뷰를 통해 “‘나는 생존자다’에 나온 사람 중 차를 타고 웃으면서 지나간 그 사람은 박 원장의 조카다. ‘몇십년이나 지났는데 이제와서 이러냐’고 하더라”며 “제작진에게는 영어로만 말했는데, 한국어를 매우 잘한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그런데 피해자가 왔다고 하니 굳이 영어를 쓴 것”이라며 한국어를 잘 알아듣지 못한다는 식의 반응으로 거리두기를 했던 것을 지적했다.

또 “그 사람은 보석 사업을 하는데, 홈페이지도 닫았다. 제작진에 ‘영상을 내리라’고 요구해왔지만 법적 검토를 마쳤고 삭제하지 않을 것”이라며 “반성이 있었다면 애초에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15일 공개된 ‘나는 생존자다’는 지난해 화제를 모은 ‘나는 신이다’의 후속작으로, JMS, 지존파 사건,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등 4개 사건 생존자의 증언을 담았다. 특히 형제복지원 사건 관련 증언이 공개되자, 박 원장 가족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박 원장이 도피 과정에서 약 4천만 달러(약 530억 원)를 반출했으며, 생존자들이 반환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원장은 생전 호주에서 교회를 운영하며 1995년 190만 호주달러(약 18억 원)로 시드니 서부에 골프연습장과 종합스포츠시설을 매입했다. 체육관, 테니스장, 스쿼시 코트를 갖춘 이 시설은 약 8만㎡ 규모이며, 현재는 막내딸과 사위가 소유하고 있다. 2020년 기준 임대 수익은 연 40만 호주달러(약 3억7000만 원)에 달했다.


호주 시드니 밀페라에서 가족이 운영하는 스포츠센터는 구글 지도에서 별점 테러와 댓글 세례를 받고 있다. 누리꾼들은 “‘나는 생존자다’를 보라. 피해자에게 함부로 대하지 마라”, “살인범 가족 소유”, “피 묻은 돈으로 세운 시설” 등 날선 반응을 남겼다.

‘나는 생존자다’의 조성현 PD. <강영국 기자>

‘나는 생존자다’의 조성현 PD. <강영국 기자>


박 원장의 가족들 중 가담자가 있다는 증언도 있고, 또 현재 그들이 누리고 있는 부유한 삶의 밑바탕이 되는 것은 ‘형제복지원’을 통해 얻은 범죄수익금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보수적으로 보자면, 박 원장 본인이 아닌 가족들에 대한 연좌제가 아니냐는 시선이나, 2차 가해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조 PD는 “‘나는 생존자다’ 공개 이후 박 원장 가족의 사업체가 구글 지도에서 별점 테러를 받고 있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면서 “별점 테러가 사적 제재 같지만, 이런 방식밖에 제재할 수 없는 게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 언론은 증언이나 반론의 기회를 준 뒤 얼굴을 공개하지만, 국내에서는 지금도 그들의 얼굴조차 공개하지 못한다. 이런 문화적 차이가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고민하게 됐다”며 “호주 기자가 ‘왜 가해자의 얼굴을 공개하지 않느냐’고 묻더라. 명예훼손 논란 때문에 공개 못 한다고 설명했지만, 이해하지 못하더라. 호주 언론은 이미 그들의 신상, 사업체, 재산 출처, 발언 등을 보다 빠르고 깊게 다루고 있다. 반면 한국 언론은 더 많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으면서도 공개하지 못한다. 이는 한국 언론 현실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조 PD는 또 “(방송국을 비롯한) 언론사들이 점점 높아지는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누굴 보호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보호는 약자가 받아야 하는데, 피해자들이 목소리도 내지 못하게 만드는 구조로, 이들의 이야기를 반영하기 힘든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왜 법적으로 가해자들이 보호받아야 하나”라고 구조적인 문제를 짚기도 했다.

한편, ‘나는 생존자다’는 지난 15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이후 ‘오늘 대한민국의 TOP10 시리즈’ 상위권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공개 이튿날 TOP10 시리즈 3위에 오른 뒤, 17일 1위를 차지했다. 이후 사흘간 2위를 유지하다 21일과 22일 연속 1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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