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증 주히로시마총영사] 올해도 히로시마의 8월은 지난 6일 ‘원폭의 날’로 막을 올렸다. 수천 명이 참석하는 평화기념식전이 거행되고 일본 총리의 인사말과 히로시마 시장의 ‘평화선언’이 전국의 뉴스를 장식하는 날이다. 저녁에는 시내를 흐르는 강가에 시민이 모여 원폭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등롱을 강에 흘려보낸다.
그보다 하루 앞선 8월 5일. 예년과 같이 히로시마의 우리 동포들은 한국인 원폭희생자 위령제를 열었다. 올해는 특히 원폭 피폭 80주년이자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이기에 더욱 뜻깊은 위령제가 됐다.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주호영 국회 부의장도 참석해 추도사를 낭독했다.
위령제는 해마다 평화기념공원 안 한국인 원폭희생자 위령비 앞에서 거행된다. 한국 양식을 따라 귀부, 비신, 이수로 구성된 이 위령비를 처음 본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생각보다 크네요”라고 한다. 그럴 만도 하다. 전체 높이가 5m에 무게는 10t이나 되니까. 그리고 이 거대한 암석을 한국에서 가져왔다는 말에 다시 놀라고, 비는 고향인 한반도를 바라보고 있다는 설명에 이내 숙연해진다.
강호증 주히로시마총영사(사진=외교부) |
위령제는 해마다 평화기념공원 안 한국인 원폭희생자 위령비 앞에서 거행된다. 한국 양식을 따라 귀부, 비신, 이수로 구성된 이 위령비를 처음 본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생각보다 크네요”라고 한다. 그럴 만도 하다. 전체 높이가 5m에 무게는 10t이나 되니까. 그리고 이 거대한 암석을 한국에서 가져왔다는 말에 다시 놀라고, 비는 고향인 한반도를 바라보고 있다는 설명에 이내 숙연해진다.
동포들은 십시일반으로 모금해 1970년 이 비를 세웠다. 위령제는 그때부터 이 비 앞에서 개최되기 시작했다. 55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위령비도 위령제도 이 지역 동포들의 마음을 떠난 적이 없고 코로나19로 온갖 모임이 다 사라졌을 때도 위령제만은 계속 이어졌다. 그렇게 올해 제56회 위령제가 열렸다.
위령제에는 230여 명이 참석했는데 동포뿐 아니라 일본인도 다수 참석했다. 오랜 세월 한국인 원폭피해자를 지원해 온 시민단체 분들이 함께한 것은 물론이고 정·재계 인사들, 문화계 인사들도 함께했다. 한국에서 온 한국원폭피해자협회 분들, 2017년 노벨 평화상 수상단체인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의 사무국장도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8월 말 부임한 이후 위령비와 위령제에 얽힌 사연을 듣고 난 뒤 추도사를 읽는 마음이 각별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으로는 노구를 끌고 참석한 원폭피해 1세들의 모습을 보면서 80년과 60년은 충분히 긴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지금의 우리에게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과제가 제기되고 있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그것은 나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위령제와 총영사관ㆍ히로시마민단 공동주최의 오찬교류회에서 과거 희생자들을 애도하되 위령에만, 과거에만 집중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떻게 스러져 가는 기억들을 보존하고 전승할 것인가, 어떻게 원폭 피해 후손들을 지원할 것인가, 어떻게 한국과 일본이 함께 동북아 평화를 지킬 것인가. 수많은 참석자들이 이런 관심사를 언급했다.
단순명료한 해법이란 없다는 것을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과거를 존중하면서 어떻게 미래로 이어갈 것인가는 원폭 피폭 80년을 맞은 히로시마의 관심사라는 것,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일본인들도 한일관계 발전을 기원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하루였다. 그러한 관심과 소망에 발맞춰 내년 위령제까지의 1년, 이 지역 동포들과 현지 일본 시민과 지혜를 모아 소박하나마 구체적인 실천을 거듭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리하여 내년 위령제에서는 막연한 희망이 아니라 구체적인 성과를 희생당한 넋들에게 보고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