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펜스에 둘러싸인 소녀상 이재명 대통령이 이전 정권에서 합의한 일본군 위안부 및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해 유지의 뜻을 밝혔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한 21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이 경찰 펜스로 둘러싸여 있다. 정효진 기자 |
“김대중·오부치 선언 넘는
새 공동선언 발표 기대”
합의문 채택 여부에 주목
“사과, 마음 치유될 때까지”
과거 직시·미래 함께 강조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과거 보수 정부들에서의 일본군 ‘위안부’ 합의와 강제동원 배상 발표에 대해 양국 간 약속이므로 뒤집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힌 것은 실용외교 방침에 따라 일본과의 경제협력 등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 이어 한·일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이날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로 나아가는 지혜를 발휘하고자 한다”고 언급하며 과거사와 협력을 분리해 대응하는 대일 ‘투 트랙’ 기조를 재확인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일본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국가 간 관계에서 신뢰와 정책의 일관성은 매우 중요한 원칙”이라며 “양국 정부의 공식 합의라는 역대 우리 정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2015년 박근혜 정부는 일본 아베 신조 정부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을 선언하며 합의했다.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로부터 화해치유재단 출연금 10억엔을 받기로 했다. 윤석열 정부는 2023년 강제동원 피해 소송 해결책으로 한국 정부 산하 재단이 일본 피고 기업 대신 배상금 등을 지급하는 ‘제3자 변제안’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 발언은 이 같은 양국의 지난 정부 간 약속 등을 준수하는 바탕 위에서 미래 협력을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메시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대통령은 과거 정부 간 합의의 문제점과 한계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 국민이 매우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전 정권의 합의”라며 “과거사 문제는 감정의 문제로 원한을 푸는 해원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래지향적 협력을 강조한다고 해서 과거를 덮어두자는 것이 아니라 직시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나온 발언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사과는 상대의 다친 마음이 치유될 때까지 진심으로 하는 게 옳다”며 “해결 방안을 함께 모색해 나가고자 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지난 15일 패전 80주년 기념사에서 일본 총리로는 13년 만에 ‘반성’을 언급한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한·일 정상회담에서 어떤 발언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핵폐수 해양투기 중단” 후쿠시마 핵폐수 방류 2년을 사흘 앞둔 2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 앞에서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핵폐수의 육상 처리 방안을 논의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
이 대통령은 미래에 방점이 찍힌 경제·통상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금까지 협력 수준을 넘어서는 획기적인 경제협력 관계를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동아시아를 포함한 태평양 연안국들의 경제협력기구를 확고하게 만들어나가는 일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때”라고 했는데, 이는 일본이 주도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1998년 발표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높이 평가하며 “선언을 계승해 이를 뛰어넘는 새로운 공동선언을 발표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정상회담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하면 신공동선언이 채택되기는 어렵고, 신공동선언 추진에 공감한다는 정도의 합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환보·이유진 기자 botox@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주 3일 10분 뉴스 완전 정복! 내 메일함에 점선면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