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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트라우마' 사망 소방관, 연가·휴직 모조리 쓸 정도로 심적 고통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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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당시 구조 투입 대원, 7월에 사망
사망 전 트라우마, '공무상 요양 신청' 불승인
2월 경남 고성 근무지 옮긴 뒤에도 질병 휴직


20일 이태원 참사 현장 지원 이후 우울증을 앓던 30대 소방대원 박모(30)씨가 경기도 시흥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교각 아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뉴스1

20일 이태원 참사 현장 지원 이후 우울증을 앓던 30대 소방대원 박모(30)씨가 경기도 시흥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교각 아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뉴스1


3년 전 이태원 참사 이후 트라우마(정신적 외상)에 시달리던 소방관이 또 숨진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고인은 올해 들어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워 휴직과 연가, 병가 등 쓸 수 있는 휴가는 다 쓸 정도로 심적 고통에 시달린 것으로 파악됐다.

21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남 고성소방서 소속 소방공무원 A(44)씨가 지난달 29일 자신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최근 사망 상태로 발견된 인천 한 소방서 소속 소방공무원 박모(30)씨와 마찬가지로 A씨 역시 이태원 참사 당시 용산소방서 화재진압 대원으로 구조 현장에 투입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지난해 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단을 받고 올해 2월부터 약 3개월간 병가와 질병 휴직을 연이어 쓰는 등 업무에 어려움을 겪었다. 질병 휴직 중 인사교류 차원에서 고향인 고성소방서로 전출됐고 5월 말 새 발령지에서 첫 근무를 시작했다. 그러나 복직 후에도 심리적 문제로 적응하지 못했다. 한 달 뒤인 6월쯤 규모가 작은 관내 다른 소방서로 근무지를 옮겼으나, 전출 첫날 밤 11시 33분쯤 구급차량 운전 중 교통사고를 내 또 연가를 썼다. A씨는 할당된 연가 21일을 다 소진한 7월쯤부터는 다시 질병 휴직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A씨는 트라우마를 사유로 공무상 요양 신청도 했다. 공무상 요양 제도는 재직 중 발생한 공무상 질병 또는 부상에 대해 보호 및 보상을 지원하는 제도다. 승인이 나면 요양 시 발생하는 치료비 등을 지원받게 된다. 또, 질병에 따른 공무상 요양 기간을 채운 뒤에도 최대 3년까지 연장할 수 있고 퇴직 후 장해급여 신청도 가능하다. 하지만 6월에 인사혁신처로부터 '불승인' 통보를 받았고, 90일 이내 이의신청 기간 중 A씨는 사망했다.

A씨의 유족 B씨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이태원 참사 때부터 우울증이 와서 80kg 넘게 나가던 아들이 살이 20kg 이상 빠졌다"고 했다. 이어 "지금은 만사를 포기하고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고 비통한 심정을 토로했다. 유족들은 근무 중 발생한 교통사고도 고인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봤다. B씨는 "늦은 시간까지 일하다 사고가 나서 경찰 조사를 여러 번 받았다"면서 "직위가 해제될 수도 있으니 스트레스가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 측은 A씨에 대한 공무상 순직 신청을 준비 중이다.

앞서 인천 한 소방서 소속 박씨도 실종 열흘 만인 20일 경기 시흥시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교각 아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박씨 역시 이태원 참사 현장에 투입된 뒤 우울증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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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는 자살예방 보도준칙을 준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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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수 기자 door@hankookilbo.com
최현빈 기자 gonnalight@hankookilbo.com
허유정 기자 yjhe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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