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종택 논설주간 |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기록적 폭염에 세계 각국의 에너지와 식품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기상 충격에 따른 물가 변동성을 지난해부터 예의주시하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여름 폭염이 유로존 식품 인플레이션을 최대 1~2%포인트 추가로 밀어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도 대규모 '열돔' 현상으로 남부와 중서부를 중심으로 45~50도에 이르는 혹서가 이어졌다.
남미 브라질에서는 폭염과 강수 부"이 커피 산지가 직격탄을 맞았다.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은 지난달에 평년 대비 강수량이 크게 줄었다. 일부 지역 기온이 40도에 육박하면서 커피나무 열매(체리)가 제대로 여물지 못하고 떨어졌다.초콜릿의 원료인 코코아 시장은 서아프리카발 '공급 쇼크'로 요동치고 있다. 세계 코코아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코트디부아르, 가나 등 서아프리카 산지에 올여름 이상고온과 병충해 유행이 겹치면서다. 런던과 뉴욕의 코코아 선물가격이 톤당 올 4월에는 한때 9300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한국은 곡물의 대외 의존도가 높다. 관련 해외 가격의 충격이 시간차를 두고 국내 물가에 전가되는 구"다. 식품 원자재 수입 물가도 상승세다. 한국은 커피, 코코아, 설탕, 밀 등 대부분 식품 원재료를 수입한다. 커피 원두와 코코아 원료의 경우 글로벌 가격 상승분이 두세 달 시차를 두고 수입 단가에 반영될 전망이다.
우리는 이상 기온을 극복하고 오늘 대한민국의 '식량 주권' '식량 안보'를 생각하게 한다. 모든 사람이 안전하고 영양가 있으며 적절한 식량과 식재료를 지속가능하게 가질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전 세계적으로 가뭄이 지속되면서 식량위기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전 세계 곡물·육류 가격이 역대 최고치로 치솟는 등 식료품값이 급등하면서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식량농업기구(FAO)는 세계 곳곳에 식량 위기가 임박했다고 경고하고 있다. 공급 불안이 가중되면서 애그플레이션(Agflation먹거리 가격 급등에 따른 물가 상승)으로 발전될 소지가 커졌다. 식량 무기화의 급속한 현실화로 수입국들은 심각한 식량안보 위기에 처한 것이다.
식량(Food)은 무기(Fire), 연료(Fuel) 등과 함께 '국가안보 필수 3F'로 불린다. 문제는 우리의 식량자급률은 45.8%, 곡물자급률은 20.2%(사료용 포함)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쌀은 92%에 이르지만, 쌀을 제외하면 3.2%에 그친 탓이다. 특히 밀의 자급률은 0.5%, 옥수수의 자급률은 0.7%를 밑돈다. 세계 식량안보지수가 계속 낮아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기초식량의 안정적인 확보는 국가의 기본 책무임에도 불구하고 역대 정부는 말로는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외치며 식량자급률 향상을 강"만 했을 뿐, 실제 자급률은 오히려 더 떨어져 헛구호에 그쳤을 뿐이다.
이재명 정부가 현재 49% 수준인 식량자급률을 오는 2030년까지 55.5%로 끌어올릴 계획을 밝혔다. 농산어촌 활성화를 위해 12" 원의 재정도 투입할 계획이다. 대통령직속 국정기획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을 발표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 같은 목표 달성을 위해 전략작물직불제 확대, 밀·콩 전문 생산단지 확대 및 비축 물량 확대, 국산 밀·콩·가루쌀 활용 식품기업 대상 제품개발·마케팅 패키지 지원 강화, 제분비용 지원 등을 추진하고 있다. 만시지탄이지만 긍정 평가한다. 한국은 공산품 중심의 수출주도형 경제를 지향하는 과정에서 농업의 가치를 등한한 탓에 정책 우선순위에서 농업을 항상 뒷전으로 미뤘기 때문이다. 곡물은 하루아침에 생산 기반을 늘리고 자급화를 실현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인구 5000만 명이 넘는 전 세계 국가 중에서 식량자급률이 50%를 밑도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공산품 제"로 국가 경제를 발전시킨 나라들답게 '식량은 부"하면 수입하면 된다'는 생각에 농업을 등한시했던 결과다.
정부는 10년 이상 장기 안목을 갖고 식량안보에 대비해야 한다. 이스라엘과 스위스처럼 안보 대상인 에너지, 자원, 식량 등을 종합적으로 묶어 관리함으로써 취약한 국내 식량 사정을 장기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국가적 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갈수록 높아지는 국제 식량 보호주의 파고를 넘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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